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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채수용씨는 순수한 미소와 편안한 음성을 가지고 있다. 지천명을 넘어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가식 없는 환한 미소가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흙과 함께 한 길이 순탄치 않았을 텐데 모든 순간들이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에게 즐거움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어떤 철학자는 행복과 쾌락을 동일시했다. 즐겁다는 것은 행복의 어느 선상에 있는 다양한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행복감을 얻기 위해 좋아하는 일에 인생을 걸고 걸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난 10월 '빛의 대지'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채 도예가의 작품에는 집이 있는데, 집우(宇) 집주(宙) 즉 우주를 표현했다고 한다. 남다른 그의 작품에서 도자기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철학(哲學)을 느낄 수 있다.
 
빛의 대지 전시회
▲ 채수용 도예가  빛의 대지 전시회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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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대지 전시회
▲ 빛의 대지 전시회 빛의 대지 전시회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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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에 전시된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는데, 도예가의 정성과 예술혼이 담긴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다. 온갖 인생들의 생각이 다양한 형태의 작품 속에 담겨 있는 듯했다. 새로운 기법과 재료가 융합된 작품은 채 도예가의 도전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아름다움을 한층 더했다.

단순한 해석을 넘어 좀 더 깊고 오묘한 
  
- 천안에 터를 잡은 지 얼마나 됐나.
"고향은 서울이다, 천안에서 18년째 살고 있는데, 사는 곳이 고향이라고 살다 보니 고향이 된 거 같다.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지역민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도자기에 대한 철학(哲學)이 있나.
"도자기의 3요소는 색깔, 문양, 형태다. 근데 달 항아리는 문양이 없다. 달 항아리 앞에 있으면 사람이 문양이 될 수도 있고 창밖의 풍경이 문양이 될 수도 있는데, 이게 한국의 미다. 도자기에 대한 선조들의 철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생각하고 있다."

채 도예가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선조들의 사상에 두고 있는 듯하다. 도자기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단계적으로 내면의 모습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도와주고 싶은 철학적 사상을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얼마 전 일인데, 10년 전쯤 전시회 했던 작품을 기억하고 다른 지방에서 저를 찾아오신 분이 계셨다, 감상했던 작품을 수집하기 위해서 여러 곳을 수소문 했다고 했다. 도자기는 단면이 아닌 입체를 가지고 있는데, 좋은 마음을 담아서 도자기를 빚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하는 거 같다."

흙이라는 재료에 형태가 만들어지고 가마에 들어갔다 나오면 흙의 성질이 완전히 변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자기를 만들 때 함부로 만들지 않고 사전 작업을 철저히 한다고 했다.

환경적 측면에서 흙은 재활용이 되지만 성질이 변환된 후 버려지면 산업폐기물이 된다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작품 작업시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단순히 도자기를 만들어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다운 그의 발상과 생각이 참신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 전문적으로 배워야 도자기를 만들 수 있나.
"그렇지 않다, 흙으로 어떤 형태든 만들어 내면 도예가라고 할 수 있다. 학벌에 따라 작품의 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예술은 높고 낮음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좋아서 그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적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면 이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희소성의 가치 창출
 
빛의 대지 전시회
▲ 빛의 대지 전시회 빛의 대지 전시회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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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도예가는 도자기 수집의 가치는 희소성이라고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도자기를 찾아 먼 길을 오는 분을 보면 늘 감사하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주는 그 마음 때문이다. 수집가는 재테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 도예를 배우는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대학 마치고 대학원에서 물레를 배우는데 한 6개월은 개똥만 치웠다. 물레를 알려 주지 않더라, 돌아보면 그동안 공부했던 걸 버리고 다시 배울 때가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즐거웠다. 학생의 됨됨이를 먼저 보고 이후 기술을 전수한 스승님의 가르침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가 있나.
"다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데, 구상 단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상하고 스케치하는 작업을 수차례 반복한다, 이 작업이 잘 돼야 다른 작업도 수월하게 된다."

- 도예가의 길을 걸으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제 딸이 도예를 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후원해줄 생각이다. 그만큼 애착이 가고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 작품 안에 집을 넣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품 안에 보이는 집은 일정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단순한 구조 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이 이야기, 자연의 이야기, 우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품을 구매하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 드린다.

"예술과 상업의 조화" 

현재 도예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조형적 측면 즉, 예술적인 측면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방향도 잡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과 상업의 차이는 결국 경제적인 측면과 직결된다고 보는 그의 생각이 어쩌면 문화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듯하다.

- 생활 도자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능성이다. 이러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좋은 재료와 건강한 마음을 가진 도예가가 있어야 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져야 제대로 된 생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가.
"보는 이들에게 그냥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머물러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도자기 하는 분은 악한 사람이 거의 없다. 흙을 만지면 온화해 지기 때문이란다. 욕심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결이 선해지는 거 같다는 도예가의 메시지가 작은 울림이 된다. 선한 삶을 산다는 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의 시간
▲ 가마 변화의 시간
ⓒ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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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슈라이프, 도민리포터 송고


태그:#채수용, #도예가, #충남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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