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기업총수라는 이유로 악마화... 화천대유 400억 금융당국서 이미 파악"

[김종철의 더토크-SK의 항변] 최태원 회장 화천대유 실소유주 의혹을 반박하다

21.11.29 18:12최종 업데이트 23.04.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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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최정규 변호사 ⓒ 이희훈

 
그들과의 대화가 2시간여 다 되어갈 즈음이었다. 기자가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물었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법조계에서 나름 언론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베테랑급 인사다. 이날 인터뷰 내내 그는 차분하게 조목조목 자신의 견해를 내세웠다. 그는 "언론 관련해 여러 사건을 맡아왔지만 이번 사건처럼 답답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는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곧장 말을 이었다. "공인, 그룹사의 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정도의 마타도어를 감수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총수를 악마화하고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전석진 변호사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전 변호사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의 회사쪽 대리를 맡고 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강충식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이 받았다. 강 부사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그룹의 공식적인 '입' 역할을 하고 있다. 전직 언론인 출신인 그는 그동안 기자와의 몇 차례 소통 과정에서 "너무 답답하고 억울하다"는 말을 해왔다. 강 부사장은 "전 변호사 등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전제부터 잘못됐다"면서 "화천대유의 초기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최기원 이사장의 돈은 이미 그 당시에 금융당국과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서 (출처 등을) 다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 이사장의 초기 투자자금 400억원은 최 회장과 전혀 관련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최 이사장이 어떻게 초기 자금을 빌려주게 됐는지, 그룹 계열사들을 둘러싼 대장동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SK그룹과 법무법인에서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공식적으로 언론에 실명으로 나와 해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과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만났다. 강 부사장과는 지난 17일에도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진짜 뿔이 난 까닭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 위치한 '화천대유' 사무실. ⓒ 이희훈


이번 대화에 SK쪽에서는 적극적이었다. 그만큼 그들도 절박한 듯 보였다. '여기서 더 이상 밀리면 안된다'는 심정이었을까. 특히 지난 15일 전석진 변호사의 인터뷰가 나간 후, 그들의 자세는 더 공세적이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전 변호사의 인터뷰는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관련기사 : "화천대유 '그분'은 SK 최태원회장…이재명게이트? 완전 헛다리"). 당시 인터뷰 기사는 <오마이뉴스> 메인면뿐 아니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뉴스면을 주요하게 장식했다. 기사 댓글은 7000여개가 넘게 달렸고,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와 맞물려 여론은 전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크게 반응했다. 

검찰도, 최태원 회장도 곧장 반응했다. 검찰은 바로 다음날 전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6시간 가까이 조사를 벌였다.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그가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의 질문이 이어졌다. 전 변호사는 지난 1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에 화천대유 실소유주 등에 대한 생각을 자세하게 전달하고, 관련 자료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해당 인터뷰 기사를 염두에 둔 듯,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아무리 현란해 보여도 낙엽처럼 얼마 못 가 사라지는 게 자연의 이치죠"라고 적었다.

- 전 변호사 인터뷰가 나간 후, 최기원 이사장 등으로부터 언급은 없었나.

"따로 없었다." (강 부사장)

- 최태원 회장의 인스타 그램 언급은 보셨나.

"뒤늦게 소식을 듣고 보게 됐다. 누가 보더라도 화천대유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강 부사장)

- 지난 9월 열린공감TV와 전 변호사 등에 대해 경찰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을 했는데, 고발인 조사는 받았는가.

"지난달 25일에 경찰에 나가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지금 이 사건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종로서를 거쳐, 강남서로 넘어가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 변호사)

- 대장동이라는 사안을 두고 어찌보면 경찰과 검찰이 다른 듯, 같은 사안을 수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경찰에선 명예훼손 부분을, 검찰에서는 대장동 자체에 대한 수사를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검찰의 수사결과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 역시 지켜보고 있다." (최 변호사)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소회를 솔직하게 내비쳤다. 어떤 사건의 소송 대리인으로 언론에 나서는 것도 처음이라고 하면서도, '답답하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말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로 (대장동 관련) 기사들이 집중적으로 나왔고, 전 변호사를 비롯해 열린공감TV 쪽 주장에 대해 크게 조치할 생각이 없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속이 아프고 억울하지만, 어쨌든 공인이라는 지위가 있는 것이고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대응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던 계기가 있었죠."

- 어떤 계기였나.

"(프린트된 문서를 보여주며) 전 변호사가 당시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지금은 지워졌다. '곽상도 아들에게 50억을 준 것은 최태원 회장이다'라는 글이다. 이것은 의혹 제기 수준이 아니다. 너무 단정적이고 확정적으로 씌여 있다. 처음에 봤을때, '이렇게까지 연결이 될 수도 있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대응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17가지 간접사실로 증명? 법률가적 상식으로 이해 안 가"
 

법무법인 지평 최정규 변호사는 증거자료로 제출한 전석진 변호사의 <곽상도 아늘에게 50억을 준 것은 최태원 회장이다>라는 제목의 SNS 글을 기자에게 보여 줬다. ⓒ 이희훈

 
- 전 변호사의 글이 다소 단정적인 표현이 있더라도, 나름 여러가지 사실에 근거해서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펼친 주장이라고 한다.

"알고 있다. 전 변호사께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러 간접 사실들을 봤다. 내가 보기에는 서로 관련성이 없는 우연적 사실일 뿐이다. 속된 말로 '6단계 법칙'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전 세계 사람들도 6단계를 건너 따져보면 서로 다 아는 사람들이라고. 사소한 공통점을 찾아서 연결시키는 것일 뿐이다."

- 그럼에도 전 변호사는 간접사실에 의한 종합적 증명력이라면서, 법원에서도 인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런 법리를 쓰시는데 이번 사안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1부터 2, 3, 4 등의 사실들이 있다고 하자. 물론 당시 직접적인 목격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때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를 층층히 쌓아 올려야지, 이것들을 그냥 쓸어 모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17가지 간접사실을 가지고 최태원 회장이 화천대유 소유주라고 주장하는데, 기본적인 법률가의 상식으로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 17가지 간접사실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최기원 이사장과 킨앤파트너스, 화천대유 사이의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 SK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이 왜 들어왔는지, 일부 사업부지에 SK 건설사가 들어온 것, 천화동인 금전신탁을 SK증권이 맡은 것 등 다 들여다 봤다. 설령 본인 주장대로 이런 개별 사실들을 인정하더라도, 어떻게 최 회장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에 이르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최 변호사는 "부존재에 대해 반증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생하지도, 있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입증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최소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알려줘야 하지 않은가"라며 "그렇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입증할 수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어떻게 대장동 사업에 초기 자금을 내놓게 됐을까. 전 변호사 등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은 최 이사장이 400억원을 박중수 킨앤파트너스 대표에게 제대로 된 담보도 없이 10%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과정, 또 박 대표가 화천대유쪽에 다시 6.9%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이상한 거래에 있다. 박 대표가 명확한 이유 없이 손해를 봐가며, 대장동쪽 인사들에게 돈을 왜 대줬느냐는 것이다.

강충식 부사장이 설명을 이었다. 

"최 이사장과 박 대표 사이에 담보 없이 거래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예요. 2015년 3~4월 사이에 박 대표가 최 이사장에게 제안을 했죠. '대장동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가 있을 것 같다'고. 최 이사장은 돈을 빌려주는 대신 투자보다는 10% 이자만 받으면 된다고 했고, 담보는 대장동 개발을 위해 하나은행이 개설한 관리형 토지신탁계좌였어요. 그 계좌를 통해서만 각종 자금이 운용되기 때문에 그것을 담보로 400억을 빌려주는 계약서를 써요."

- 계약서를 직접 봤는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

- 박 대표는 그렇게 10% 이자로 돈을 빌려서 화천대유에 왜 6.9%로 빌려줬나.

"당시 초기 투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서 남욱 변호사 등이 돈을 구하러 다녔다고 한다. 그때 박 대표를 만나서 투자를 요청했는데, 화천대유는 성남시와 정식 계약이 아닌 MOU를 맺은 상태였다. 최종 법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투자할 수 없었다. 자칫 사업 진행이 안될 경우 (투자금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차피 나중에 투자로 전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법적 최저 이자율인 6.9%를 해놓고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박 대표도 (6.9%) 이자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몇백억 움직이는 순간, 금융·과세당국 실시간으로 들여다 봐"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 계약 당시 2015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했고, 400억이라는 자금을 법적으로 불명확한 업체에 손해를 봐가면서 돈을 빌려준 이유가 잘 이해가 안되는데.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도 화천대유를 포함해 여러 업체들이 대장동 입찰에 참여했고, 향후 사업성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한 것으로 안다. 또 화천대유는 2번에 걸쳐서 큰 돈을 벌게 된다. 택지를 조성해서 돈을 벌고, 분양해서 또 벌고…. 당시에도 돈을 잃을 수 없는 게임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나오는 대장동 멤버들이 그렇게 공을 들였던 것이고…."

- 박 대표 등이 과거 최 회장의 비자금 창구 의혹을 받았던 베넥스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 출신이라는 사실도 논란거리였는데. 

"그 회사에 근무한 사실은 있다. 하지만 당시 대표였던 김준홍씨와 최 회장과의 관계는 있었지만, 박중수 대표는 당시 (배임 등의 혐의를 받았던) 관련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배임 등의 사건이 터지기 전에 박 대표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물론 최기원 이사장과 박 대표는 이미 그 전부터 서로 투자 등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SK증권이 천화동인의 금전 거래를 맡은 것에 대해서도, 강 부사장은 "우선 SK증권은 그룹 계열사도 아닌 별도 회사"라며 "일반 고객이 증권회사에 가서 특정 금전신탁 취급해 달라고 요청하면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SK증권은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까지 계좌당 100만원씩, 700만원 운용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면서, 계열사의 특혜설을 부인했다. 

- 그룹 주거래 은행인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사업에 들어간 것을 두고도 마찬가지다. 실제 은행 관계자가 사업 참여 당시 '화천대유의 배경에는 SK가 있는 것을 보고 들어갔다'는 언급도 나왔다.

"요즘은 주거래 은행이라는 개념도 없다. 과거 80~90년대 기업이 은행 상대로 직접 돈을 빌리던 시대에 쓰던 것이었고, (주)SK도 하나은행뿐 아니라 다른 3개 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다. 또 컨소시엄 부분은 하나은행뿐 아니라 다른 컨소시엄도 공개 경쟁 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나.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다른 곳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강 부사장과 최 변호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들은 가끔씩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음모론적 시각에 사로잡혀' 등의 표현을 써가며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 많아서 갑자기 흥분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에게 이번 대장동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를 물었다.

"솔직하게 잘 모르겠어요. 돈이라는 것이 딱지가 붙어 있잖아요. 수사당국에서 조사하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서 우리쪽에서도 검찰 등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를 하죠. 사실 이번 수사는 어려운 게 아니예요. 자금 흐름만 잘 살펴보면 됩니다."

강 부사장이 말을 이었다.

"아니,  몇백억원이 움직였잖아요. 최 이사장에게서 박 대표에게로. 그 돈이 움직이는 순간, 돈이 인출되는 순간, 금융·세무당국에서 다 보고 있어요. 킨앤파트너스쪽에서도 이 돈이 어디서 왔는지 소명이 됐다고 합니다. 400억원의 출처가 최 이사장 계좌에서 나온 것인지, 대출 받은 것인지 등… 결론은 다른 사람의 돈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여기서 '다른 사람'은 최태원 회장이다. 다시 최 변호사의 말이다.

"기본적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부존재)에 대해 증명을 하라는데 너무 억울함이 크죠. 아무리 대기업과 총수라고 하더라도 맷집이 좋은 게 아니예요. 이번 이슈가 대선을 강타하고, 여야간 첨예한 정치적 이슈로 남아 있는 사안이란 말이예요. 어떤 기업, 어떤 그룹이 몸통으로 지목되는 것 자체가 굉장한 피해거든요. 단순한 의혹 제기나 내 의견이 이렇다는 식이 아니라 확정적, 단정적인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이들은 "검찰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전 변호사쪽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수사가 미진하다면서 자신들의 생각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이번 싸움이 쉽게 끝날 것으로 보지 않는 듯 했다. 사실 전 변호사의 입장도 비슷하다.

내년 3월 대선까지 100여일. 대장동 회오리는 대선 정국에서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결말도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