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06 14:16최종 업데이트 21.12.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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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이 조금씩 열리던 하늘 길을 다시 막았습니다. 정부는 11월 3일부터 16일까지 모든 해외 국가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10일간 의무격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0일의 격리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여행을 가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행객이 뜸한 창이공항 모습 ⓒ 이봉렬

 
하지만 아직 격리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안전여행권역(VTL : Vaccinated Travel Lane) 협정이 체결된 싱가포르와 사이판에서 입국하는 여행객의 경우 지금처럼 계속 격리를 면제해 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안전여행권역이 무엇이길래 다른 나라에서 오는 입국자와 달리 격리를 면제해 주는 걸까요?

입국 후 격리 면제, VTL

우선 용어부터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안전여행권역"이라 부르고, 싱가포르에서는 "Vaccinated Travel Lane"을 줄여 "VTL"이라고 부릅니다. "백신을 맞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경로"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겠습니다. 협정을 맺기 전에는 "트래블 버블"이라고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이 기사는 싱가포르 관련 내용이 핵심이기 때문에 용어도 VTL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VTL은 ① 코로나 방역 상황이 좋은 나라끼리 ② 상대국가의 백신 접종 증명서의 효력을 인정하고 ③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④ 탑승 전후 코로나 검사를 해서 음성인 걸 확인한 후 ⑤ 지정된 항공편을 이용해서 여행을 하는 경우 6) 입국 후 격리를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1번, 코로나 방역 상황이 좋은 나라여야 한다는 건데, 한국과 싱가포르가 서로 상대국의 방역 상황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인 지금도 VTL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VTL 협정 내용 중에는 방역 상황에 따라 VTL을 중단할 수 있는 "서킷 브레이크" 항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VTL을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도 오미크론 등으로 인해 상황이 더 나빠지면 언제라도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모든 입국자에게 10일간 의무격리를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도 한국과 싱가포르 모두 VTL에 따라 격리면제를 계속한다고 발표한 것은 아직은 방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애초에 홍콩과 VTL을 추진했습니다. 나라 크기나 인구, 방역 상황 등 모든 게 비슷해서 VTL을 시험 운용하기에 적당했기 때문입니다. 작년 11월과 올 해 5월, 두 번이나 시행을 하기로 했다가 공교롭게도 그 때마다 방역 상황이 나빠져서 연기를 거듭해야 했고, 아직도 VTL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 호주, 브루나이 등을 대상으로 VTL을 시작했고, 점차 대상 국가를 넓혀 지금은 캐나다, 독일, 스위스, 영국, 미국 등 세계 18개 국가와 VTL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한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태국과 몰디브 등 5개 국가를 더 추가하여 계획대로라면 모두 23개 국가와 격리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창이공항, 면세점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공항직원들은 모두 위생복을 입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이봉렬

 
그렇다면 VTL이 가능한 나라를 오고 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백신 접종 완료와 비행기 탑승 전후 코로나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코로나 검사 1회에 13만원(인천공항 기준)이니 최소 4번을 하게 되면 52만원을 코로나 검사 비용으로 내야 합니다. 입국 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필요한 공항 대기 시간도 서너 시간이 넘습니다. 공항 안에서도 방역을 위해 지정된 경로로만 움직여야 합니다.

오미크론, 그럼에도

거기에 오미크론 발견 이후 싱가포르는 방역조치를 강화했습니다.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도 자택 치료가 기본이었습니다. 밀접 접촉자도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음성이 확인되면 외출이 가능했습니다. (한국에서 코로나 환자 자택 치료하는 걸 두고 다른 나라는 다 병원에서 치료하는데 한국만 병실을 준비 못해서 자택 치료한다며 K방역은 실패했다는 하는 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던 소식입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바이러스 감염 의심자는 자택에서 치료할 수 없고 의무적으로 국립전염병센터(NCID)에 격리하게 됩니다. 또한 오미크론 감염 밀접 접촉자들도 전용 시설에서 10일간 격리해야 합니다.

남아공 등 아프리카 7개국의 싱가포르 입국 또는 경유는 오미크론 발견 직후 금지되었고, 애초 계획되어 있던 중동 3개 국가에 대한 VTL 시행도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VTL을 중단한 곳은 아직 없지만 무격리 입국자에 대한 검역 조치도 강화했습니다. 싱가포르 입국 후 1주일간은 매일 신속항원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중 3일 및 7일째는 정부가 지정한 검사센터에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처럼 VTL을 통해 한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는 게 가능하지만 기본 52만원의 PCR 검사비와 입국 후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는 불편에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여행을 망설이게 만듭니다. VTL이 된다고 해도 너나 할 것 없이 해외여행에 나서서 방역에 어려움을 겪게 되지는 않을 거라는 뜻입니다. 대신 가족 방문이나 사업차 방문하는 경우에는 VTL이라도 되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이들은 현재 세계 18개국을 격리 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들은 싱가포르를 포함해서 2개국뿐입니다. 방역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순 여행 때문이 아니라 가족 방문이나 사업상 필요에 의한 방문을 위한 하늘 길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어느 정도 열려 있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정 수준의 여행객이 있다는 건 항공산업과 그 밖의 관련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2년간 인구대비 코로나 확진자 수 비교. 싱가포르 확진자는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한국의 확진자 수가 더 적습니다. ⓒ Our world in data

 
최초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과 싱가포르는 중간 중간 부침이 있었지만 세계에서 알아주는 방역 선진국입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한국이 좀 더 나은 상황입니다. 접종률 87%인 싱가포르는 최근 몇 달 동안 사상 최대의 확진자 수를 기록한 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조금씩 하늘 길을 열고 있습니다. 싱가포르가 가능하다면 한국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니, 좀 더 잘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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