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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와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 내용을 보도하는 <옵저버> 갈무리.
 영국 정부와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 내용을 보도하는 <옵저버> 갈무리.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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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으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모든 분쟁을 비밀로 한다는 폭로가 나왔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 <옵저버>는 현지시각 5일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계약을 체결하며 화이자와 발생할 모든 분쟁과 중재 절차를 비밀에 부친다는 조항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화이자가 세계 각국 정부와 체결한 백신 계약을 파헤치는 미국 소비자권리보호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자인 리즈비 연구원은 "영국과 화이자의 계약에 '비밀의 장벽'이 있다"라며 "이는 공중보건 위기에서 용납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은 화이자와 비밀유지 조항(secrecy clause)에 합의한 유일한 선진국"이라며 "영국 정부는 제약사가 국내법 절차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해준 이 조항에 동의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소수의 제약사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부를 통제하기에 이르렀다"라고 말했다.

앞서 퍼블릭 시티즌은 화이자와 9개국 정부가 체결한 백신 계약서를 공개하며 화이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과 과도한 이익 등 '갑질'을 폭로한 바 있다.

영국 방송사 채널4에 따르면 한 생물공학 전문가는 화이자 백신의 1회분 제조 비용이 영국 돈으로 76펜스(약 1193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기에는 연구, 유통 등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화이자는 이 백신을 영국 정부에 1회분당 22파운드(약 3만 4562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신 팔아서 42조 원 버는 화이자, 기부는 고작 2%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독일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선진국들의 '백신 이기주의'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백신 지적재산권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이자는 올해 전 세계에 백신 23억 회분을 판매해 360억 달러(약 42조5천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지만 지금까지 개발도상국 백신 공급을 위한 국제프로젝트 코백스(COVX) 제공하기로 한 분량은 전체 생산량의 2%에도 못 미치는 4천만 회분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지금도 전 세계 수십억 명이 백신을 맞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탄스럽다"라며 "백신 개발에 공적 자금이 투여됐음에도 사람의 생명보다 제약사의 권리를 우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톰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화이자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백신 판매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라며 "이는 전쟁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화이자 측은 "2022년 말까지 개발도상국들에 최소 20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라며 "저소득 국가에는 비영리 공급을 해왔고, 여러 국가에도 상당히 할인된 가격으로 백신을 판매했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비밀유지 조항은 표준 관행"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백신 생산 원가도 연구 및 유통 비용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부정확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옵저버>는 영국 정부도 구체적인 백신 구매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바이오엔테크는 논평을 아예 거부했다고 전했다.

태그:#코로나19, #백신,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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