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만에 재회한 두 팀은 같은 결과를 받아들였고, 또 대한항공이 웃었다.

대한항공은 8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삼성화재와의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25-17, 22-25, 18-25, 25-23, 10-15)로 승리를 거두고 승점 2점을 획득했다.

직전 맞대결이었던 지난 달 19일에도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는 5세트까지 접전을 펼쳤고, 이번에도 쉽사리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특히 양 팀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와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의 활약 여부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한 대한항공 링컨 윌리엄스

이날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크게 기여한 대한항공 링컨 윌리엄스 ⓒ KOVO(한국배구연맹)


주전급 대거 활약...막강한 파괴력 자랑한 대한항공

1세트부터 대한항공 공격의 '핵심' 링컨이 펄펄 날았다. 80%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나타내면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공격성공률이 20%도 채 되지 않은 삼성화재 러셀은 단 한 점에 그쳤다.

2세트에는 삼성화재가 반격에 나섰다. 리베로 백광현이 세트 도중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1세트를 내준 것을 만회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리시브 라인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2세트를 잡았다.

두 팀이 팽팽한 시소게임을 벌인 3세트, 러셀이 세트 초반부터 살아나자 고희진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11-13으로 지고 있던 대한항공이 내리 5점을 따내더니 그대로 리드를 지키면서 먼저 25점에 도달했다. 2세트에 흔들렸던 곽승석마저 안정감을 찾아갔다.

패배 위기에 몰린 삼성화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러셀의 공격이 번번이 막히자 황경민, 한상길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이 분전하면서 반전에 성공했고, 23-23에서 러셀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뒷심은 4세트까지였다. 5세트 들어 쉴 새 없이 상대 코트를 맹폭한 대한항공이 8-2까지 달아나면서 쐐기를 박았다. 특히 강력한 서브를 구사한 정지석, 중요한 순간마다 찰떡 호흡을 보여준 한선수와 곽승석까지 주전급 선수들이 합심해 귀중한 승리를 만들었다.
 
 자신감 있게 때리라는 고희진 감독의 주문에도 아쉬움을 남긴 삼성화재 카일 러셀

자신감 있게 때리라는 고희진 감독의 주문에도 아쉬움을 남긴 삼성화재 카일 러셀 ⓒ KOVO(한국배구연맹)


고희진 감독 주문에도 끝내 살아나지 못한 러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점수를 책임진 선수는 역시나 링컨(32득점)이었다. 5세트까지 가는 과정에서 60% 이상의 공격성공률을 지키면서 범실을 연발한 러셀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네 차례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한 정지석이 링컨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반면, 팀 내 최다 득점(23득점)을 기록하고도 고개를 숙여야 했던 러셀은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공격점유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많은 기회가 찾아왔지만, 공격성공률이 35.59%에 그쳤다.

선수 만큼이나 답답함을 토로한 고희진 감독의 시선은 1세트 첫 번째 작전타임부터 단 한 사람, 러셀을 향했다. 고 감독은 러셀에게 "인천에서 열린 2라운드 맞대결 때보다 상대 블로킹 높이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조언하는가 하면, "자신 있게 팔스윙을 가져가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러셀이 경기 내내 부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복 없이 경기력을 유지한 링컨에 비하면,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신장호(11득점), 황경민(10득점), 한상길(6득점) 등 국내 선수들까지 공격에 가담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러셀의 부진이 팀의 패배로 연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삼성화재는 직전 경기였던 5일 OK저축은행전에서 당했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대한항공전 승리가 절실했다. 고희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귀중한 승점 1점이다"며 선수들을 다독였지만, 고민이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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