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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 농민, 11일간의 농성을 마무리하며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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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2풍력저지공대위 소속 영양 농민들이 9일 대구지방환경청 청장실 앞에서 벌인 농성을 마무리했다. 지난 11월 29일부터 시작된 농성은 이날로 11일째로 이들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지난 11일간의 농성을 마무리지었다.
  
이들은 지난 11월 29일 영양제2풍력사업 작업중지 조치를 불이행하며 공사를 계속하는 GS풍력에 법적조치를 취하게 하기 위해 대구지방환경청장을 만나러 왔다. 수확 마무리로 바쁜 시기에 청장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해 나이 많은 농민들이 추운 날씨에 열흘 가까이 청장실 복도에서 지냈다. (관련기사 : 영양 제2풍력 공사중지... 무인카메라 3대가 만든 반전  http://omn.kr/1w63z ) 

농민들이 청장실 앞에서 기다리자 결정권자인 대구지방환경청장은 열흘 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실무자인 환경평가과장이 청장의 결정과 공문의 내용을 뒤집는 듯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농민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과 대응에 대해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0일간 이어진 철야농성을 접기로 한 것이다.  

농성 철회를 결정한 이유 
 
영양 농민들이 열하루동안의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영양 농민들이 열하루동안의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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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2풍력저지공대위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10일간의 농성을 정리하는 이유를 다음과도 같이 밝혔다.

"농민들의 농성을 통해 한 나라의 행정기관인 환경부가 그 존재 이유인 공공성을 팽개치고 풍력 대기업의 일개 부서로 전락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금에 진행되고 있는 모든 재생에너지 사업은 절대 선이라는 유치하고 폭력적인 논리를 근거로 기본적인 행정 절차와 합리성을 정부부처 스스로 허물면서까지 일방적 밀어붙이기, 근거없이 둘러대기와 더 나아가 적반하장식 우겨대기를 반복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행정 농단'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절차를 지킬 것을 요구하면서 농성을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농민들은 대구지방환경청 청장실 앞 농성을 정리하고, 영양군에서 풍력저지 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이미 전국 최고로 풍력단지가 밀집·집중되어 많은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영양에, 산양이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역에 풍력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저히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군민들의 대표자인 영양군수에게 법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사용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열하루 동안의 투쟁 교훈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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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발언에 나선 포항환경운동연합 정침귀 사무국장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의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성토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지역에서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더 이상 대도시를 위해서 대기업을 위해서 신재생에너지가 지역주민들의, 원주민의 고통과 피해를 강요를 하면서 진행되는 문제는 더 이상 그냥 참고 지낼 수는 없는 문제이다.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하면 필요로 하는 곳에 지어야 한다. 왜 주민들의 고통을 강요하면서 무슨 시혜를 배풀 듯이 신재생에너지 만들면서 관광지 만든다고 홍보를 하나. 사업자의 수익사업을 위해서 하면서 마치 국책사업인 것처럼 호도한다. 원주민을 짓밟고 원주민의 고통 앞에서 발전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아무 소용없고 필요도 없다. 더 이상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양 농민들이 대구지방환경청 청장실 앞 복도에서  열하루째 농성을 하고 있다.
 영양 농민들이 대구지방환경청 청장실 앞 복도에서 열하루째 농성을 하고 있다.
ⓒ 영양제2풍력저지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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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대 발언자로 나선 대구환경운동연합 곽상수 운영위원장은 영양 농민들의 11일간의 농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영양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환경청에서 기자회견 정도는 했었지 실질적으로 10일 이상 농성을 해가면서 주민 의견을 전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대구환경청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들을 감시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에 직접 항의하고 농성하고 그러한 일들을 통해서 대구환경청이 똑바로 환경청의 일을 해나가도록 저희들이 해야 되겠다 이런 교훈을 영양 주민들이 저희들에게 준 것 같다.

이제 대구에서는 비슬산의 케이블카도 막아야 하고 4대강 재자연화도 해야 된다. 이런 과정에서 대구환경청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에 데해서 저희들이 두눈 뜨고 볼 생각이다. 아마 영양 사람들의 11일 때문에 대구환경청이 함부로 하지 못하고 공무원의 본연의 의무를 잘 한다라고 저는 생각하겠다. 영양사람들 11일 동안의 농성 정말 대구지역에 많은 것을 줬고 대구환경청 공무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울 것" 
  
무분별한 풍력저지 공동대책위 김형중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무분별한 풍력저지 공동대책위 김형중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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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농민들의 자유 발언도 이어졌다. 영양 기산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무분별한 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김형중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지난 열하루 동안의 농성을 한 심정을 격하게 토로했다.

"청장이란 자가 집 나가서 열하루 동안 문 걸어 잠그고 애들 말대로 잠수탔다.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들으면 주민들이 국민들이 회초리 들고 나서야 한다. 열하루 동안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는데 내가 더군다나 환자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에 뻣뻣하고 죽겠는데 정말 하도 기가 막혀서 여기서 버텼다. 결국 이 사람들 못 고친다. 우리가 고치지 않으면 내가 고치지 않으면 이거 평생을 가도 못 고친다.

봐라. 공사중지하라고 관공서에서 명령이 내려갔다. GS가 관공서 명령을 개떡으로 안다. 들은 척도 눈도 깜빡 안한다. 그러면 공무원들이 쫓아가서 거기에 따른 적법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 병신들이 가가지고 대가리 숙이고 종놈 주인 개따라다니듯 그냥 와갔고 별 문제 없다 그런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격언이 하나 있다. 인디언들은 기우제를 지내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 왜 그러느냐 하면 비가 오는 날까지 제사를 지낸다. 내가 결국 끝나는 날까지 내 목숨 다하는 날까지 나는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할 거다. 우리 많은 동지분들 같이 힘 모아서 정말 이 말같지도 않은 세상 정말 한번 바꿔보자."

 
영양군 농민회 영양읍지회장 이민우 농민이 벌언을 이어가고 있다
 영양군 농민회 영양읍지회장 이민우 농민이 벌언을 이어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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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군 농민회 영양읍지회장 이민우 농민도 산 정상에다 쇠말뚝을 박는 것과 같은 풍력발전에 대해서 강하게 성토했다.

"우리가 오늘 물러나지만 물러나는 게 아니다. 저희 영양지역의 산은 나무는 자연은 우리 어르신들이 수천년 동안 조상님께 빌고 신께 빌고 지켜온 땅이다. 현장을 보면 알겠지만은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풍력발전기 하나 폭이 40미터에서 50미터 된다. 저희 영양지역 산은 특징적으로 산 정상은 한 사람이 걸을 수밖에 없는 아주 좁게 높게 형성된 산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풍력발전기를 세울려고 정부가 법도 바꾸고 국회의원들이 법을 개정해서 1급지에도 풍력발전기기를 세우도록 만들었다.

옛날에 일본놈들이 우리 정기를 뺏을려고 산 꼭대기에 쇠말뚝을 박았는데 그거 정기를 말살하는 정책이라고 해서 수백억을 들여서 뽑아냈다. 그런데 지금 산 정상에는 그 말뚝보다 수천배 큰 풍력발전기가 서고 있다."


이제 대구지방환경청을 상대로 한 영양 농민들의 싸움은 끝났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장문에서 밝힌 대로 영양으로 돌아가서 영양군과 영양군수를 상대로 싸운다고 한다. 산양의 서식처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디 이들의 투쟁이 성공하기를 그래서 산양도 이들 농민들도 자신들의 땅에서 평화롭게 농사지으며 살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영양 풍력, #풍력발전, #신재생에너지, #대구지방환경청,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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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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