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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열매
 나팔꽃 열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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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겨울이다. 매년 이렇게 사계절이 돌고 돈다. 계절의 반복은 자연이 변함없게 느껴지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꾸준히 성장해가는 생물들은 언제나 변화한다. 그런 자연을 오늘도 걷는다. 몇 년째 같은 숲을 가고, 나무를 본다. 올봄에도 생강나무 꽃을 보았고, 여름엔 아까시나무 꽃을 보았고, 가을엔 밤을 주웠다.

겨울이 되니 어김없이 높은 나무 위에 까치집이 보이고 날카롭게 직박구리의 떼쓰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짝을 찾느라, 둥지 지을 곳을 찾느라 신경전이다. 까치가 어디에서 큰 솜뭉치를 찾았는지 발로 잡고 갈무리를 한다.

산수유의 빨간 열매가 지천에 널린 아파트 단지는 새들에게 너무도 좋은 식당이다. 작은 새들은 풀숲이 무성한 들판에서 먹이를 찾아 덤불에서 덤불로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닌다.

겨울 철새인 대백로가 큰 날개를 펄럭이며 개울가를 날다 소나무 가지 위에 자리를 잡는다. 벌써 하얀 무리를 지었다. 언제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사는 생물들이 아름답다.
 
추위를 피해 실내에 들여놓은 화분
 추위를 피해 실내에 들여놓은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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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이해 필자 집에 있는 화분들이 베란다에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화분에 심어 기르는 식물들은 대부분이 따뜻한 다른 나라가 원산지이다. 잎이 넓고 꽃이 화려하고 향이 강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겨울을 견디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같이 살아보자고 집안으로 들이는데, 그중 동백나무 화분도 함께 있다.

필자는 동백나무도 우리나라 나무이니 베란다 가장 따뜻한 곳에서 관리하면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큰 화분에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기세가 기울더니 올해는 가지가 많이 죽어 처음 크기의 반 정도가 되었다. 미련하고 무식한 주인 때문에 동백이 힘들어해 올해는 집안으로 들인 것이다. 괜히 우리나라 식물을 화분에 가둬 키운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된다.

제주도 동백나무 마을 길을 천천히 드라이브하던 때가 생각난다. 3미터 이상 되는 동백나무들이 빨간 꽃을 열매처럼 달고 있었다. 꽃 하나하나가 너무나 청순하고 마을은 정말 화려했다. 오래된 동백나무군락 안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그곳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동백나무도 고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할 것 같다.
 
겨울 숲을 걷고 있는 아이들.
 겨울 숲을 걷고 있는 아이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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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심겨진 사철 푸른 구상나무나 주목은 높은 산꼭대기에서 행복할 것 같다. 말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렇지 이곳의 여름이 얼마나 덥고 습할까! 여름 장마로 없었던 병이 생겼을지 모른다. 열매는 맺지만 튼튼한 아기나무를 키우진 못할 것이다. 주목이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고 말하지만, 이곳의 주목은 과연 몇 년을 살 수는 있을까? 겨울에도 가지에 눈이 수북하게 쌓이지 않는 구상나무는 한없이 허전하다.

며칠 전 간척지 논에 태양광 에너지 패널을 설치해 그곳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철새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다큐를 보았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대체에너지를 이용하려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새들이 서식지를 잃는 것은 또 다른 자연파괴라는 비판의 내용이었다. 더구나 대규모 태양광에너지 패널 설치는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지 않았다. 자연을 그대로 두고도 도심에서 대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했다.

그런데 왜 굳이 목적을 잃어버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자연이 품어줄 수 있는 선을 자꾸 넘어가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역할은 과학을 발전시켜 우주에 또 다른 지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자연을 잘 보살피고 이용해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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