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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대딩'이란 직딩(직장인)과 대딩(대학생)의 합성어로, 그중에서도 특성화고등학교 등을 졸업한 재직자특별전형(이하 재직자전형)으로 진학해 대학과 직장을 같이 다니는 선취업후진학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진 단어이다.

2010년 처음으로 수시에 도입된 재직자전형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한 유형으로 특성화고 혹은 마이스터고를 졸업한 학생이 3년 이상 재직 시(남성의 경우 의무복무 기간 포함)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제도 취지에 맞게 많은 학생들이 선취업후진학 제도를 통해 취업 후 이루지 못한 대학생활의 꿈을 이루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쪽짜리 대학생이라는 어두운 이면 또한 존재한다.

"원하는 과는 아니었지만… 선택권이 없었죠." 공고를 졸업하고, 관련 계열 직업에 재직 중인 A군에게 재직자전형을 통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대입정보포털 사이트인 '대학어디가'에 따르면 특성화고졸 재직자 전형의 총 개설학과는 194개이며, 이중 인문사회계열은 107개 학과이고, 자연과학계열은 20개 학과, 예체능은 13개 학과, 공학계열은 54개 학과다. 개설학과의 절대적인 수 자체도 인문사회계열로 치중돼 있지만 퇴근 후 수업을 듣는 선취업후진학자 특성상 직장과 가까운 대학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많은 직장인이 상주하는 수도권 대학은 대부분 인문사회계열 위주로 운영하며, 모집인원 100명 이상의 학과도 대부분 인문사회계열이라는 점에서 그 선택권은 더욱 좁아진다.

재직자전형은 대부분 별도의 학과를 신설하여 운영 중인데 새로운 커리큘럼 구성의 어려움 때문인지 학과 명칭에서 오는 모호함과 학과 교육의 목적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일반 대입자와 달리 정말로 원하는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학과에 진학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공공연한 차별도 존재

"정해진 과목만 듣고 있으면 대학교 2학년인지 고등학교 5학년인지 구분이 안 가요." 직대딩으로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B양은 야간 개설 과목이 재직자전형 이외에는 전무한 탓에 정해진 커리큘럼만을 따라가는 현재 대학생활에 회의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퇴사도 생각해 보았지만, 학과 규정에 명시된 재직의무 때문에 쉽사리 퇴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야간과 주말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특성상 학과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원칙상 주간에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재직의무를 명시하고 그에 따른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고등학교와는 달리 자율성을 가져야 할 대학교육에서 자율성이 배제된 사실상 반쪽짜리 대학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같은 대학생이지만 공공연한 차별도 존재하죠." 현재 1학년에 재학 중인 C군은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글을 보고 용기를 내서 주말 모임에 참여를 신청하였지만, 재직자 과는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단순히 모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학 행정에서도 드러난다.

ㄱ대학에서는 재직자전형 학과만을 대상으로 등록금 인상을 시도하였다가 극렬한 반대에 무산된 사례가 있다. ㄴ대학에서는 단과대에 소속되어 있던 학과를 분과시킨 사례가 존재한다. 교수진 또한 학과 전담 교수가 아니라 타과 교수가 강의를 개설한다. 결국 대학가 전반에 재직자전형 학생을 배척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취업후진학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와 변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스웨덴의 교육제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재직자특별전형처럼 과가 신설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협의를 통한 학업휴직 제도를 활용해 대입이 가능하며, 직장과 병행을 원하는 경우를 위해 야간강의도 개설되어 있다.

대입 시 재직기간에 따른 가산점이 부여되며, 만약 본인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 학습이 필요한 중등교과가 있다면 콤북스(komvux)라는 성인 중등교육기관에서 부족한 과목에 대한 학습이 가능하다. 내신 성적이 낮아 원하는 과 혹은 대학교 진학이 힘들 것 같은 경우에도 콤북스에서 새롭게 얻은 성적을 대입에 활용할 수 있다. 대학생 중 3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30%가량 된다는 것에서 선취업후진학이 당연한 사회가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학업휴직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정부 차원에서 학업휴직에 대한 지원책 등 사회적 협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후 신설과에서 제한된 커리큘럼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과와 동일하게 입학해 대학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휴직 상황이 제한된 경우를 위해 모든 학부생이 들을 수 있는 야간 및 주말강의를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

사교육 이외에는 기본 과목을 학습할 길이 없는 성인을 위해서 스웨덴의 콤북스와 같은 교육기관 개설 논의도 필요하다. 만약 개선된 선취업후진학 제도가 정착된다면, 무조건 대입에 몰두하는 현재 교육 풍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부분의 사교육은 대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교육에 잠식된 대한민국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주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선취업후진학 제도의 개선에 대한 교육계에서 논의와 변화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시민> 강의에서 교육과 빈곤 주제로 활동한 GCP팀(김평화, 류다경, 이준송, 최수경) 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이며, 활동 학생 모두 선취업후진학자입니다.


태그:#선취업후진학, #직대딩, #재직자특별전형, #대입제도,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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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국제통상금융투자학부 재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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