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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제주도는 겨울인가 싶게 낮 기온이 연일 15℃ 안팎으로 포근하다. 12월 15일 제주살이 11일째다.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하는 조바심에 오늘은 새벽을 여는 신비의 섬 우도를 목적지로 정했다.

제주도의 63개 부속 도서 가운데 가장 큰 섬인 우도는 여의도의 3배 크기로 여행자들이 제주도 여행지 중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다. 매년 120만 명이 넘게 다녀간다니 그 인기도가 짐작이 간다. 이동거리와 도로 정체를 생각해 일찍 출발했음에도 숙소에서 우도 도항선이 있는 성산항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차량과 여객을 함께 실은 우도훼리호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우도 천진항에 도착했다. 와르르 선착장으로 풀려 나온 승객들은 바쁘게 섬으로 흩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만의 스타일로 여행을 즐긴다.

우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승용차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1/4 정도라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1/4, 그리고 전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1/4 정도다. 나머지는 걷거나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단체로 버스를 이용해 오는 관광객들도 있다.

우리는 체류시간과 체력을 고려해 전기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입구에서 3륜 전기차 1대를 빌렸다. 처음 타보는 거라 불안하고 위태로웠으나, 다른 수가 없었다. 시속 20㎞를 넘지 않은 저속으로 조심조심 천진항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 3륜 전기차의 첫 기착지는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海濱) 해수욕장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하얀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물빛에 끌려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백사장에 내려서니 우리가 아는 모래 백사장과는 다른 공깃돌이나 콩알만 한 하얀 알갱이와 입자들이 백사장을 덮고 있었다.

바다는 또 어떤가. 코발트인 듯 프러시안인 듯 연한 블루 계열의 색감이 깊이마다 다른 톤으로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그 어떤 바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빛깔의 바다가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산호 해수욕장으로 산호석이 하얗게 펼쳐저 있고, 투명한 물빛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 홍조단괴해빈 산호 해수욕장으로 산호석이 하얗게 펼쳐저 있고, 투명한 물빛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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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서빈백사(西濱白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서광리 해변에 약 1㎞ 길이로 펼쳐진 홍조단괴해빈(紅藻團塊海濱)은 산호 해수욕장이다. 얕은 바다에서 자라는 바다풀, 홍조류에 의해서 만들어진 덩어리라고 해서 '홍조단괴'라고 불리는 알갱이가 해변에 밀려와 쌓인 것이다. 홍조는 그 자체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생물이지만, 서광리 해변처럼 해변 전체가 홍조단괴로 뒤덮여 있는 곳은 없단다. 그런 이유로 이곳은 2004년에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었다.

한참을 서빈백사장에서 뒹굴다가 하우목동항 쪽으로 고고씽, 해안 곳곳에 해녀들이 테왁을 하나씩 끼고 물질하면서 내는 숨비기소리가 신비롭다. 요즘 뿔소라잡이가 제철이란다. 잡아도 잡아도 계속 잡히는 뿔소라가 해녀들에게는 중요한 사냥감이다. 우도에만도 이렇게 활동하는 해녀가 200명에 이른다니 해녀들의 식량창고라 아니할 수 없다.
 
우도를 빙둘러 목좋은 바다에 해녀들이 테왁을 하나씩 끼고 뿔소라 수확에 여념이 없다.
▲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 우도를 빙둘러 목좋은 바다에 해녀들이 테왁을 하나씩 끼고 뿔소라 수확에 여념이 없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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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도로를 따라 식당과 횟집, 아이스크림과 햄버거를 파는 가게, 커피숍 등이 즐비하다.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는 횟집도 인기다. 삼양동 망루에서 바라본 잔잔한 우도 바다는 아름답고 평화롭다. 망루 인근 식당에서 중식으로 푸짐한 해물짬뽕을 찜했다.

여행객들이 쉼 없이 도로를 오간다. 그들은 연인 사이거나 혹은 친구 사이, 동아리, 계모임 등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보기 좋다. 홀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코로나 이전처럼 관광버스로 몰려다니는 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하고수동해수욕장에 내려서니 백사장 한가운데에 인어와 해녀 상이 덩그러니 그로테스크하게 서 있다. 그래도 그냥 올 수 없어 인증샷은 찰칵, 아내가 운전하는 우리 차는 비양도를 찍고 나와 동안경굴이 보이는 검멀레해수욕장 언덕으로 올랐다. 바람이 싱그럽다. 언덕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상가들로 어수선하다. 주차장 옆 밭에는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발길을 돌려 등대공원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우두봉과 쇠머리오름, 우도등대로 탐방길이 열려 있다. 우두봉 입구 말 체험장은 손님이 없어 말들이 온종일 우두커니 서 있는 모양이다. 우두봉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이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아 웅장하고 아름답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성산일출봉의 자태가 눈부시고 장엄하다.
▲ 우두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에 성산일출봉의 자태가 눈부시고 장엄하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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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에서 가장 높은 우도등대에 올랐다. 우도등대는 1906년 3월에 무인 등대로 처음 불을 밝힌 제주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등대다. 1959년 유인 등대로 전환되었으나, 2003년 16m 높이의 콘크리트조 원형 등대가 신축되면서 옛 등대는 그 형체만 보존하고 있다. 등대 아래쪽으로는 등대를 테마로 한 등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국내외의 아름다운 등대 모형이 전시되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데 성산항에 묶여 있던 오징어잡이 배들이 야간조업을 위해 일제히 큰 바다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온종일 발이 되어 준 전기차를 반납하고 성산항으로 돌아가는 오후 4시 배에 승선할 수 있었다.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

태그:#우도, #홍조단괴해빈, #우도등대, #제주 한달살기,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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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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