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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제주살이 14일째다. 어제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던 바람이 오늘은 온데간데없고 날씨만 흐리고 차다. 금방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 날씨인데도 이틀을 집에서 쉬었기에 오늘은 부랴부랴 한림공원을 찾았다. 1971년 협재해수욕장 부근의 바닷가 일원 불모의 모래땅 33㏊를 개척해 9개의 테마로 꾸며진 한림공원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식물나라다.

야자수 길과 산야초원

한적한 공원을 안내에 따라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선 큰 키의 야자수들이 먼저 반긴다. 와싱톤야자부터 시작해 카나리야자, 대추야자, 비로야자, 사발야자, 카마에로프스야자, 난쟁이부채야자, 흑죽야자 등 8종류나 된다. 수간의 야자잎을 잘라낸 잎겨드랑이에서는 호접란과 양치식물이 착생하며, 심지어 소나무까지 그 틈새에서 싹을 틔워 자라고 있다. 생명력이 동물의 그것보다 훨씬 강인함을 느낀다.
 
공원 입구에 개척 당시 심은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다. 야자수 줄기에는 양치식물이 착생하고, 뿌리쪽에서는 마삭줄, 송악 등 덩굴식물이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 한림공원 야자수길 공원 입구에 개척 당시 심은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다. 야자수 줄기에는 양치식물이 착생하고, 뿌리쪽에서는 마삭줄, 송악 등 덩굴식물이 줄기를 타고 올라간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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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길을 지나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주도 돌하르방을 따라가면 산야초원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야생화를 볼 수 있다는데, 애기동백, 일본 들국화, 금관화(아스클레피아스 투베로사)만 볼 수 있었다. 생태연못을 끼고 도는 호젓한 오솔길을 만나 잠든 연못의 겨울을 엿보고 나왔다.

협재동굴과 쌍용동굴

산야초원을 돌아 나오면 협재동굴과 쌍용동굴을 만날 수 있다. 사설 공원 내에 동굴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두 동굴은 250만 년 전 한라산 일대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된 검은 색의 용암동굴이다. 스며드는 석회수로 인하여 황금빛 석회동굴로 변해가는 신비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2차원 복합동굴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단다.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순과 종유석들이 1년에 1㎝씩 자라고 있다. 쌍용동굴은 그 형태가 마치 두 마리의 용이 빠져나온 모양을 하고 있어서 쌍용동굴이라 부르고 있으며, 협재‧쌍용동굴 이외에도 황금굴, 소천굴 등 20여 개의 동굴군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길이만도 17㎞에 달하고 있어서 세계 최장의 용암동굴군으로 확인되었다. 동굴 내부는 일 년 내내 기온이 15℃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 협재동굴과 쌍용동굴이 이어져 있어서 탐방이 수월하다. 협재동굴의 벽화와 쌍용동굴의 용트림이 동굴을 살아있게 한다.

석·분재원과 재암민속마을

동굴을 빠져나오면 바로 석·분재원이다. 분재와 돌을 주제로 구성된 정원이다. 소나무, 모과나무, 소사나무 등을 소재로 한 분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괴불나무 등의 희귀 소목을 정교하게 작품화하여 전시하고 있다.

수령이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0년에 이르는 크고 작은 분재들이 각기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아름다운 자태와 멋을 자랑하고 있다. 분재들 사이사이로는 한라산 화산폭발 시 형성된 용암수석과 제주도 특유의 다공질 현무암 등 제주 자연석을 비롯하여 남미의 아마존 강가에서 채취한 대형자연석 등이 분재와 어우러져 색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산간지역에서 집을 원형을 그대로 이전, 복원했다는 민속마을에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있어 정겹다.
▲ 한림공원 재암민속마을  산간지역에서 집을 원형을 그대로 이전, 복원했다는 민속마을에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있어 정겹다.
ⓒ 임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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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동선을 따라 내려가면 재암민속마을에 들어선다. 현대화로 사라져가는 제주 전통 초가의 보존을 위해서 산간 지방에 있던 실제 초가를 원형 그대로 이설, 복원하여 옛 제주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10여 채의 초가가 옹기종기 마을을 이루고 있어 정겹다.

사파리 조류원과 재암수석관

다음 코스로 이동하려는데 사파리 조류원에서 타조가 우리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반긴다. 도로와 우리 사이에 울타리로 심어놓은 페리칸사스의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꽃처럼 아름다운 조류원에는 공작새, 원앙, 앵무새, 꿩, 칠면조, 호로조, 비둘기와 금계 등의 관상조들이 우리가 다가가도 무심히 우리 안에서 졸고 있다. 직박구리가 가까이에서 같이 놀자고 불러대도 반응이 없다. 참새들만 우리 밖에서 무리 지어 자유롭게 먹이를 찾아다닌다.

조류원 건너편에 있는 재암수석관은 1, 2관으로 나누어진다. 한라산 화산폭발 시 형성된 다양한 형상의 화산탄, 현무암과 각종 용암석 등 진귀한 돌이 많다. 제주 특유의 수석들을 비롯해 국내외의 다양한 수석을 전시하고 있다.

아열대 식물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아열대 식물원이다. 2000여 종의 진귀하고 아름다운 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아열대 식물원은 제주도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꽃과 식물이 전시되어있는 제주 산야초원, 100여 종의 다양한 허브로 구성된 허브 가든, 관상용으로 보기 좋은 관엽 식물원, 4계절 아름다운 꽃이 넘쳐나는 플라워가든이 있다. 이외에도 제주 감귤원, 선인장정원, 열대식물 온실 등 여러 가지 식물을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50년 전에 한 사람이 제주도의 자연경관과 관광적 가치를 인식하고 황무지를 개척하기 시작하여 오늘날과 같은 멋진 정원을 일궈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었을 것인가.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제주도가 존재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게 아니겠는가. 그 의지와 노력에 존경을 보낸다.

태그:#한림공원, #식물나라, #제주 한달살기, #제주 핫플레이스, #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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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물처럼, 바람처럼, 시(詩)처럼 / essayist, reader,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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