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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을 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보고서 표지 보고서 표지 사진
ⓒ 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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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선을 넘나들며 살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여성 15명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인권보고서가 공개됐다. 

사단법인 아디(대표 김병주, 아래 아디)는 20일 '2021 팔레스타인 인권 보고서 <선을 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아래 보고서)'을 발간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야기한 국경선과 장벽, 검문소 및 장애물을 '선'으로 규정하고, '선'에 대한 역사와 정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점령하에서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생활 공간을 옭아매는 '선'들에 포위되어 일상적으로 다양한 통제와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영내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요소요소를 가로막는 이스라엘 점령군의 '검문소'를 지나야 하고, 어떤 지역은 팔레스타인 지역임에도 유대인들이 거주하는 '불법 정착촌' 때문에 접근조차 불가능하며, 이스라엘이 보안상 이유로 설치한 수 미터에 이르는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 때문에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상황에서 살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이스라엘 등 외부로 제한적이나마 이동 가능한 서안 지구와 달리, 가자 지구는 '장벽'으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하늘이 열린 감옥과도 같다고도 전했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입장에서 '선'이 가하는 제약을 세분화하였다. 보고서는 총 5개 범주의 여성(서안 지구, 가자 지구, 1948년 영토, 여성 수감자, 미등록 여성 노동자) 15명의 인터뷰를 통해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이스라엘의 점령폭력 외에도 만성적인 젠더 기반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밝혔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 중에는 폭력적인 남편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한 후 생계를 위해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에서 일하는 여성이 있었고, 인종적 소수자로서 팔레스타인 내에서 인종 차별을 당해 온 여성도 있었다. 또한 이스라엘이 지배하는 땅에서 일하며 매일같이 검문소를 넘나들어야 하는 굴욕을 증언한 여성도 있었고, 이스라엘이 인정하는 정식 노동 허가증이 없어 검문소를 우회해 빼앗긴 땅으로 일하러 가는 여성도 있었다.

증언자 중에는 14살에 이스라엘군에 체포되어 고문당하고 수년간 구금을 겪은 이도 있었고, 페이스북에 이스라엘을 욕하는 글을 한 줄 썼다고 체포되어 10개월이나 구금된 여성도 있었다. 모든 것이 열악한 가자 지구에서 생활하는 증언자는 이스라엘의 계속된 공격으로 불안과 우을증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경계선이나 국경은 감옥과 같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가두는 감옥 말입니다. 저는 꿈도 많고 스스로 잠재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자 지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저는 상상 속에서만 꿈을 꿉니다. 언젠가는 제가 살고 있는 이 경계를 벗어나 자유와 책임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자 지구에 거주하는 24세 여성 A. J.(가명)
 
보고서는 15명의 팔레스타인 여성의 증언 외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 양국 간의 시민권과 신분증, '선'에 대한 각기 다른 인식들을 다루고 있다. 또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 '1948년 영토'와 예루살렘의 점령, 이스라엘 노동 허가증, 가자 지구 봉쇄, 여성 수감자의 처우와 같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겪는 인권 침해 및 정치적 억압에 관한 주제들도 연구하고 분석하여 그 결과를 담았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사단법인 아디의 이동화 팀장은 "2019년 6만 명의 한국인이 이스라엘을 거쳐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지만, 상당수가 팔레스타인을 방문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만큼 한국 사회는 팔레스타인 지역과 사람들에 대해 무지하다"라고 언급하며, 보고서 제작의 이유에 대해 "한국에 70년 이상 이어진 북한과의 휴전선이 있다면 팔레스타인에는 이스라엘이 설치하는 군사 분계선이 매일 늘어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여성들은 세상에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국제 사회는 외면하고 있다. 이해와 공감을 기반으로,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빼앗긴 목소리를 찾아내어 세상에 전달하는 것이 이 보고서의 가장 큰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아디의 인권 보고서 <선을 넘는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아디 홈페이지(https://www.adians.net/issue)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보고서를 발간한 사단법인 아디(ADI)의 상근활동가입니다.


태그:#아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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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아디(ADI)에서 상근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디는 아시아 분쟁 재난지역에서의 피해자와 현장활동가와 함께 인권과 평화를 지키는 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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