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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조형물에 대해 생각합니다. [편집자말]
신세계 백화점과 함께 연말 빛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림에서는 봉과 전구를 금색으로 그려서 반짝반짝 한데, 사진상으로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 한국은행앞 분수대 신세계 백화점과 함께 연말 빛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림에서는 봉과 전구를 금색으로 그려서 반짝반짝 한데, 사진상으로 잘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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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연일 화제다. 낮에도 예쁘지만 특히 야경이 멋지다. 신세계 백화점 장식과 한국은행 앞 분수대가 잘 어울린다.

이 분수대는 이일영 조각가의 작품이다. 그는 청와대 앞 봉황 조각을 비롯해 서울 현충원 입구 분수대, 탑골 공원 3.1 독립 기념비 등을 제작한 당대의 대표적인 작가였다. 당시에는 이 작품이 가장 큰 조각 분수대였다.

이 작품에는 대형 인간 군상 조각 3개와 입상, 부조 등 15점의 조각이 있다. 요즘은 좀 더 현대적인 조형물을 많이 만드니까, 이 분수대처럼 대규모의 사실주의적 작품을 보기는 힘들다.

이 조각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산업화 시대의 이상을 나타낸다. 단란한 가족과 새로운 조국의 건설과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조각 곳곳에 항아리를 들거나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여인 등 한국적 요소를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 고전주의적 조각 중 걸작이다.

리뉴얼을 거쳐 '빛의 분수'로 재탄생 

이 분수는 1978년에 통수식을 했으니 4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다. 원래 조각품, 동상은 야외에 노출되니 노후화가 빨리 진행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매서운 더위와 추위 속에 버텨야 하는 동상들이다. 그래서 동상들은 정기적으로 손을 보기도 한다. 늘 물과 접해야 하는 분수대는 노후화가 더욱 심하다. 이제까지 잘 버텨준 것만 해도 대견하다.

2015년 신세계 백화점이 시내 면세점 허가권을 따내는 조건으로 이 분수를 리뉴얼해서 남대문 시장과 명동을 잇는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뉴얼 작업은 우여곡절 끝에 조경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미국의 피터 워커(Peter Walker)의 피커워터앤드파트너스가 맡게 됐다.

피터 워커의 대표작으로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쌍둥이 빌딩 자리에 세워진 911 메모리얼 파크를 들수 있다. 그의 조경은 예술이다. 메모리얼 파크의 조경도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고있다. 그는 또한 강남 삼성타운 조경도 디자인했다.

그는 분수대 주위를 황금빛 봉과 둥근 등으로 장식했다. 청동색 고전적 조각에 황금빛 현대적 조형물을 병치한 것이다. 언뜻 케이크처럼 보이기도 하고 샹들리에처럼 보이기도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분수대를 재해석한 것이니까, 분수대에서 뿜어 나오는 물을 형상화했음이 분명하다. 물을 뿜어내던 분수대가 빛을 뿜어내게 된 것이니 분수대(噴水臺)인 동시에 분광대(噴光臺)라고 할수 있겠다.

이 분수대는 고전적 조각에 대한 피터 워커의 멋진 재해석이기는 하지만, 리뉴얼 작업이 원작을 너무 가려서 내가 원 조각가라면 섭섭했을 것 같다.
 
원작과 리뉴얼이 잘 조화된 작품이 되었다. 단 작가나 리뉴얼에 대한 안내가 너무 인색하다.
▲ 한국은행앞 분수대 원작과 리뉴얼이 잘 조화된 작품이 되었다. 단 작가나 리뉴얼에 대한 안내가 너무 인색하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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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수대는 한국은행, 신세계 백화점, 그리고 중앙우체국의 중심에 놓여있다. 중앙우체국 스타벅스 2층에 가면 창가 자리가 있는데 여기가 어반스케쳐의 명당. 어반스케쳐들이 즐겨 그리는 한국은행, 신세계 백화점, 분수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밖은 추워도 여기는 따뜻하다. 향긋한 커피도 좋고 케이크도 맛있다. 대형 커피숍이라 좀 뭉개고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많은 어반스케쳐가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오늘도 누군가 그 자리에서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가 그림 실력이 더 좋아지면 그 자리에서 보이는 야경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

태그:#한국은행앞분수대, #신세계백화점본점, #이일영, #피터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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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쳐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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