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마무리한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양현종

24일 오후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마무리한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양현종 ⓒ KIA 타이거즈

 
KBO리그 스토브리그에서 처음으로 투수 FA 중 총 규모가 100억 원이 넘는 계약이 성사됐다. 비록 옵션 비중이 높은 계약이긴 하지만, 성적에 따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할 경우 이 금액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투수 FA 100억 원을 돌파한 그 최초의 주인공은 양현종(KIA 타이거즈)이다. KIA는 광주 출신의 나성범을 6년 총 150억 원(계약금 60억 원, 6년 연봉 60억 원, 옵션 30억 원)에 영입한 데 이어 메이저리그에 잠시 다녀온 양현종과의 4년 계약에 성공했다.

일단 양현종과 KIA의 계약 규모를 보면 총 금액은 103억 원이다. 계약 체결과 동시에 받는 계약금이 30억 원이고, 연봉은 4년 동안 25억 원이 보장된다. 연봉은 2022년에는 10억 원, 나머지 3년 동안은 5억 원 씩 총 15억 원이 지급된다.

나머지 48억 원은 옵션 금액이다. 매년 성적 지표에 따른 기준치를 충족하면 최대 12억 원 씩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4년 동안 성적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이 48억 원을 모두 챙기게 되는 것이다. 선발 등판 횟수, 이닝 등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경우 충족할 수 있는 옵션 항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년 103억 원 중 보장은 55억 원, 윤석민의 전례 피하고 싶었던 KIA

양현종의 계약 규모에 이렇게 옵션 비율이 많아진 이유는 KIA가 과거에 뼈 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다. 1986년 생의 투수로 2019년에 부상 여파로 생각보다 이르게 은퇴한 윤석민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었다.

윤석민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KIA 한 팀에서만 활약한 뒤 FA 자격을 얻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다년 계약을 체결했지만, 첫 시즌 마이너리그 옵션 적용으로 인해 1년 동안 트리플A 노포크 타이즈에서만 시즌을 보냈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소진되자 오리올스는 윤석민을 메이저리그 신분이 보장되는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후 윤석민은 오리올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KIA와 4년 9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90억 원이었지만, 계약 중도 해지였기 때문에 오리올스에 지불한 이적 수수료 1달러가 별도로 붙었다.

당시 윤석민의 계약 규모는 2015년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그 이전까지 타자와 투수들의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 최정의 첫 FA 계약(4년 86억 원)과 장원준의 첫 FA 계약(4년 84억 원)이었다.

윤석민의 계약은 선발투수로서의 기여도를 기대한 규모였다. 그러나 당시 KIA의 팀 사정으로 인하여 윤석민은 2015년 마무리투수를 맡았는데,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 이외의 이닝에서 등판한 적도 많았다.

결국 윤석민은 어깨에 탈이 났다. 2016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2018년에 복귀하여 포스트 시즌에도 등판하긴 했지만 그 해가 윤석민의 마지막 등판 시즌이 되고 말았다.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윤석민은 선수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방송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장 금액에서 의견 차... 오해 풀고 계약 성사

사실 양현종은 첫 FA 때도 4년 계약이 아닌 1년 단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최형우의 FA 계약이 겹치면서 KIA의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자금을 풀기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한 계약이었다.

대신 양현종은 2017년 정규 시즌 MVP와 한국 시리즈 MVP 그리고 최동원 상까지 수상하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이를 통하여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계약금이 없이 연봉만 받았음에도 4년 동안 100억 규모 FA 계약에 준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양현종은 2017년 최고의 성적을 낸 데 이어 2019년에는 리그 평균 자책점 1위에 올랐다(2.29). 첫 최동원 상을 수상했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시즌 연속 170이닝 이상을 던지며 팀에 대한 공헌도 컸다.

그러나 2020년 양현종은 11승 10패 평균 자책점 4.70을 기록했다. 주장을 맡았던 시즌이라 개인 성적 이외에도 신경 쓸 일이 많았다고 쳐도 평균 자책점이 풀 타임 선발 시즌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를 남긴 것이다.

202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양현종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산하 트리플A 팀인 라운드 락 익스프레스를 오가며 도합 80.1이닝을 던졌다. 그러나 평균 자책점이 5점을 넘기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뒤 KIA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KIA가 맷 윌리엄스 전 감독과 조계현 전 단장 그리고 이화원 전 대표이사까지 사퇴하면서 협상 과정이 다소 미뤄졌다. 장정석 단장과 김종국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양현종에 대한 계약은 최준영 대표이사까지 직접 챙길 정도였다.

12월 14일에 있었던 KIA와 양현종 에이전트의 협상에서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협상을 하면서 서로에게 오해가 생기긴 했지만, 16일 양현종이 직접 나서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단장을 만났고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며 오해를 풀었다.

옵션의 세부 내용이 조금 조정된 최종안이 제시된 협상은 22일이었다.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계약 규모가 100억 원이 넘기 때문에 당장 바로 도장을 찍는 것보다는 선수에게 잠시 생각을 할 시간을 주었다.

당초 양현종과의 계약 소식을 먼저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계약이 다시 미뤄지면서 나성범과의 계약 소식이 먼저 발표됐다. 양현종 역시 최종안을 받고 잠시 고민하긴 했으나 시간을 너무 길게 끌지 않고 24일에 바로 계약에 합의했다.

투수 최초 100억 원 계약, 역대 100억 원 클럽 FA는?

이렇게 양현종은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100억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한 투수가 됐다. 모든 포지션을 합하면 역대 10번째 100억 FA가 되었는데, 이전까지 9명의 100억 FA 선수들은 모두 타자였다는 점에서 양현종의 계약이 큰 의미를 지닌다.

최초의 100억 FA는 2017년 스토브리그에서 있었던 KIA와 최형우의 계약이었다. 최형우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이적했기 때문에 실제로 KIA가 최형우를 영입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삼성에 지급한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합하여 100억 원보다 실제로 더 많은 금액이 들었다.

두 번째 100억 FA는 현재까지 최대 규모의 FA 계약으로 남아있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의 계약이다. 일본 NPB와 메이저리그에 다녀왔던 이대호는 롯데와 4년 150억원에 계약하면서 연 평균 금액에서도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대호는 롯데와 2년의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여 은퇴를 앞둔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스토브리그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김현수가 LG 트윈스와 4년 115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스토브리그에서는 두 번째 FA를 맞이했던 최정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6년 106억원에 재계약했다.

양의지는 두산 베어스에서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며 4년 125억원에 계약했다. 포수 FA로는 최대 규모의 계약이며, 역시 NC가 두산에 지급한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감안하면 이대호의 계약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셈이 됐다.

이후 한동안은 100억원 급 FA 계약이 뜸했다. 대형 선수들이 FA 시장에 나오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 코로나19의 여파로 큰 규모의 계약이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겹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만 100억원을 넘어가는 계약이 5건이나 나왔다. 박건우가 NC 다이노스와 6년 100억원 계약을 체결했는데, 역시 NC는 두산에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포함하여 100억원이 훨씬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김재환은 두산과 4년 115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 100억원 계약을 한 번 체결한 적이 있었던 김현수는 LG와 4+2년 재계약을 체결했는데, 기본 4년 동안 일정 기준을 충족하여 2년의 추가 옵션을 실행하면 모두 115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나성범이 고향 팀 KIA와 체결한 계약은 6년 150억원으로 연 평균 금액은 이대호가 훨씬 많지만 금액 총 규모에서는 이대호와 타이 기록을 세웠다. KIA가 양현종과 체결한 계약 그리고 NC에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과 추후 지명될 보상선수까지 포함하면 KIA는 이번 FA 시장에서 25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며 가장 큰 손이 되었다.

이번 겨울 가장 많이 투자한 KIA, 내년 기대 성적은?

이제 FA 시장에는 내야수와 포수 자원만 남았다. 황재균은 B등급이고, 박병호와 정훈 그리고 허도환은 C등급이다. 시장에서 임팩트가 큰 선수들의 계약들은 거의 끝난 상황에서 이미 250억원이 훨씬 넘는 금액을 쓴 KIA가 추가로 외부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KIA가 투타에서 확실한 전력 보강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보 다카하시가 일본 팀과 계약하게 되면서 보류선수들 중에서 다니엘 멩덴과 재계약하지 않을 경우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할 수도 있다.

나성범의 영입으로 인하여 KIA는 기존 나지완과 최형우 등 베테랑 타자들이 포진했던 중심 타선에 무게감을 더했다. 선발진도 양현종이 돌아오면서 이의리와 임기영까지 토종 선발진은 빈 자리를 모두 채웠다.

야수 자원도 신인 선수인 김도영과 윤도현이 큰 부상 없이 내년에 키스톤 경쟁에 참여하게 된다면 보다 두터운 선수 자원을 구축할 수 있다. 최원준이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우게 되지만 나성범의 영입과 다른 선수들의 경쟁 체제로 채울 수 있다.

불펜도 박준표와 전상현 등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마무리투수로 자리를 굳힌 정해영이 3년차를 맞이하게 되고, 박준표나 전상현 등의 선수들도 마무리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필승조가 훨씬 강력해질 수 있다.

우려가 되는 점은 아직 계약을 이뤄내지 못한 외국인 선수와 타선인데, 타선의 경우 나지완과 최형우가 30대 후반이라는 점이 걸린다. 이미 에이징 커브가 노출된 타자들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성범을 도울 타자들을 키워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주장을 맡은 적이 있던 양현종의 가세는 팀에서 구심점을 잡아 줄 수 있는 베테랑이 합류했다는 점에서 선수 1명의 합류보다 더 큰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고향 팀으로 돌아온 나성범과 양현종 두 선수가 내년 KIA에 호랑이 기운을 다시 불어 넣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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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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