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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정책총괄본부단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정책총괄본부단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상식 회복 공약-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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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지난 일요일 정오, 집안 청소를 하고 며칠 전 고른 최승자 작가의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난다 출판사, 2021)>를 다시 펼쳤다. 그 중 두 번째 글 '배고픔과 꿈'을 읽으면서 며칠 전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은 자유가 뭔지를 모른다"고 한 야당 대선후보가 떠올랐다(관련 기사 링크: 윤석열 또... "극빈하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 뭔지 몰라").

도대체 그는 어떤 사람들을 보며 살아왔기에 그런 생각이 자리잡았을까 생각해보았다. 그가 말하는 자유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자유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이고 기본적 가치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혹시 그의 뇌리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어떤 다른 인식을 대외적 차원에서 달리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최승자는 이 글에서 모두가 배고팠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그는 '배고픔만큼 강한 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없다'고 하면서 20대 초반 조각가와 화가가 되고 싶어 서울에 올라온 두 친구가 겪은 삶을 소개한다.

깊은 밤 잠들지 못하고 그들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통 뒷골목으로 나선다. 그리고 거기서 쥐를 잡는다. 세 마리의 쥐를 잡아 두 젊은이는 곤로 위에다 그 쥐들을 굽기 시작한다. 

작가는 두 친구의 배고픔과 그들이 가진 꿈 사이에 있을 어떤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상관관계를 '꿈의 배고픔, 혹은 배고픔의 꿈'으로 정리한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훌륭한 예술이란 어쩌면 어떤 배고픔, 아니면 그것의 어떤 다른 얼굴인 어떤 꿈을 가장 절실하게 표현해놓은 것이 아닐까'라고 글을 맺는다.

윤석열이 만난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이들이었길래

다시 윤석열로 돌아가서, 그가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은 자유가 뭔지를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갖게끔 만든, 그가 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가 최승자 작가의 두 친구들처럼 자신들의 꿈을 향한 삶에서 배고픔조차 장애물이 될 수 없었던 그런 꿈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더라면,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은 자유를 모른다"는 생각이 과연 그의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짐작하건대, 윤석열이 접하고 만난 사람들은 강한 의지로 자신이 열망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보다는 누군가에 의한 속박·굴종을 택하더라도 그 반대급부를 얻으려 하는 비굴한 모습을 한 자들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보면 윤석열이 말한 자유는, 자유라기보다는 오히려 속박이고 굴종에 가깝다. 거칠게 말하면, 일제에 부역하며 일신의 안위와 부를 탐한 민족 반역자들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일제의 폭력이 아무리 두렵고 거세었어도, 자유를 포기하고 부역자를 자처한 자들은 전체 국민 중 일부였기 때문이다. 즉, 윤석열은 대다수 국민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으며, 나아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대선 후보라고 나는 느낀다.

마지막으로,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은 자유가 뭔지를 모른다"고 한 그의 말 속에 어떤 다른 관념이 자리잡고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그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부연 설명을 했는데, 요약하자면 '자신이 그런 가난한 사람들이 잘 살게 만들고, 그래서 그들도 자유를 알고 누리며 살 수 있게 하겠다'라는 취지의 주장이라고 느낀다(관련 기사: 윤석열 "극빈·못 배운자는 자유가 뭔지..." 발언 어떻게 나왔나).

그런데, 최승자 작가의 글에서 보듯 1970년대 그렇게 힘들고 가난하게 살았던 젊은이들은 그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들이 선택한 삶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살아냈다. 가난이 그들의 발걸음을 붙잡지는 못했다.

내년 3월 9일, 국민들은 각자 자신이 어떠한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선택한다. 이번 기회에 자유란 내게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각자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자유가 혹시 돈과 권력에 대한 비굴한 속박이나 복종이 아닌가 생각해 보자.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분명하고 당연하다:  행복하고 싶은, 인간적인 삶을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게 바로 자유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을 자신의 의지대로 실행할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 아닌가.

태그:#윤석열, #자유, #가난, #최승자,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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