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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빛깔 마을을 잇는 무지개.
 일곱 빛깔 마을을 잇는 무지개.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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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잃어버리고 둥지도 잃어버린 황새는 몇 날 며칠을 같은 자리에서 맴돌았어. 그 모습이 마치 내가 남편이 보고 싶어 매일 밤 동구 밖에 나가는 모습과 닮아서 나는 황새가 못내 마음에 걸렸어."

이예순 할머니와 아들 태화가 마주앉은 식탁 위에는 한 술도 뜨지 않은 새 밥이 놓여있다. 아들이 "또 세 그릇이에유?"라고 묻자 어머니는 "느그 아부지꺼여"라고 답했다. 하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수십 년이 흘러 멸종됐던 황새가 복원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찾아와 건넨 편지 한 통. 독립운동을 하러 떠났던 남편이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였다.

충남 예산도서관이 지난 11월 30일 세대공감사업의 일환으로 펴낸 그림책 '일곱 빛깔 마을을 잇는 무지개'에 실린 작품이다. 광시 예산황새공원을 찾은 예산여자중학교 이지예·이효주 학생이 이예순 할머니와 남편 김영도 애국지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 

책에 수록한 7편은 모두 우리지역 청소년들이 작가로 나서 신양 차동리 느티나무 정자 밑에 있는 '힘겨루기돌'부터 삽교 송산리 공동우물에 담긴 동학농민운동의 역사 등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생생히 묘사한 작품들이다.
 
일곱 빛깔 마을을 잇는 무지개.
 일곱 빛깔 마을을 잇는 무지개.
ⓒ 예산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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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중학교(예산여중·덕산중) 학생 22명이 참여했으며, 지난 7월 조를 나눠 7개 마을을 방문해 어르신과 문화해설사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 8~10월에 걸쳐 그림책을 제작했다. 그렇게 △추사의 벗, 수선화(신암 추사고택, 김지혜·방서연·엄주원) △으라차차 힘자랑(신양 차동리, 신지은·이수아·이예린) △수다쟁이 천년 느티나무 이야기(봉산 봉림리, 김예원·이민영·이용은) △의좋은 형제, 그 후(대흥 동서리, 김하윤·지수빈) △황새 할머니 이야기(광시 황새공원, 이지예·이효주) △소원을 이루어주는 도깨비(광시 가덕1리, 오서연·인진희) △공동우물과 동학농민운동(삽교 송산리, 이현욱·인아름)이 탄생했다(괄호 안 지역·학생).

이야기 전수자로 참여한 봉림리 임창재 이장은 "학생들이 귀기울여 듣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손주들 같고 재밌었다. 우리지역 꿈나무들이 직접 예산의 이야기를 기록해 더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청소년과 어르신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학생들이 적극 참여해 마을을 직접 탐방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특히 예산지역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잘 몰랐던 아이들이 송산리의 유서 깊은 역사를 알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은 책을 비치하고 초등학생 대상 동화구연도서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자세한 사항은 전화(☎041-335-2638)로 문의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마을책, #마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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