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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 국장이 코로나 확산시기 홈리스를 찾아다니며 코로나 방역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 2년여가 지났지만, 부산시는 주거취약자인 홈리스를 위한 자가격리시설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김경일 국장이 코로나 확산시기 홈리스를 찾아다니며 코로나 방역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 2년여가 지났지만, 부산시는 주거취약자인 홈리스를 위한 자가격리시설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 김경일 사무국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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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코로나 감염을 막는 게 아니라 확산시킨 거죠. 결국, 보세요. 오늘도 추가로 홈리스 확진자가 또 나왔잖아요. 이른바 '부산발 홈리스 집단감염'입니다. 자가격리 대상자인 홈리스들을 개별공간도 아니고 매트리스만 몇 개 있는 방에 격리하다가 발생한 일입니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인 사회복지연대의 김경일 사무국장(32)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해 첫날인 1일에도 홈리스의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었다. 이날 김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산에서 홈리스간 코로나 집단감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수없이 경고하고 홈리스를 위한 코로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그동안 보건소를 비롯해 지자체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라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홈리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23일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부산 진구의 홈리스 응급 잠자리시설을 이용한 홈리스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 있던 홈리스는 총 21명이었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홈리스 응급 잠자리는 야간에 홈리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 2~3개의 방에 적게는 2~4명, 많게는 30여 명의 홈리스가 함께 머문다. 

결국 홈리스 21명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기 때문에 열흘간 격리가 필요한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됐다. 문제는 여기에서 터졌다. 자가격리 대상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자가격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자가격리 대상자 수칙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자는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기 ▲의복 및 침구류는 단독세탁 ▲가능한 혼자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는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 

법에도 자가격리시설의 기준이 명시돼 있다. 감염병예방법(제39조3)은 격리시설의 조건으로 ▲독립된 건물로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돼 있을 것 ▲구획된 각 방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구비돼 있을 것 ▲음압병상을 보유한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 근접해 감염병의심자의 이송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가격리는 혼자 생활이 원칙... 그래야 전파를 막을 거 아닙니까"
 
부산역에 모여있는 홈리스. 김경일 국장은 "여전히 주거취약자인 홈리스들은 적절한 코로나 방역대책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산역에 모여있는 홈리스. 김경일 국장은 "여전히 주거취약자인 홈리스들은 적절한 코로나 방역대책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김경일 사무국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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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산 진구 보건소는 개인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홈리스 응급 잠자리시설에 이들을 집단격리했다. 

"자가격리 대상자는 혼자 생활하는 게 원칙이에요. 그래야 전파를 막을 거 아닙니까. 그런데 보건소와 부산시는 어떻게 했나요. 확진자가 발생한 홈리스 응급 잠자리시설에 이들을 다시 '집단격리'했어요. 홈리스들은 백신 접종률도 낮은 편이라 코로나 감염에 더 취약한데 말이죠. 격리를 통해 코로나 확산을 막고 자가격리자들인 홈리스들을 보호한 게 아니라 감염을 전파할 수밖에 없는 조치를 한 겁니다."

김 국장에 따르면, 자가격리 대상자인 홈리스 중 15명은 12월 23일부터 5일가량 동안 큰방, 작은방 3개 등 총 4개의 방이 있는 공간에 집단 격리됐다. 그중 큰방에서 13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화장실·샤워실 역시 공동으로 사용했다.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 방에 머물렀던 이들 전체가 감염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실제 12월 26일 큰방에 있던 홈리스 1명이 확진된 것을 시작으로 1일까지 총 6명의 홈리스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 국장은 "결국 홈리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자체와 보건소의 안일한 대책이 집단 감염을 확산시켰다"라면서 "동시에 지자체는 홈리스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행했다"라고 강조했다. 매일 길에서 머무는 주거취약자들인 홈리스에 대한 방역 대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자가격리 대상이었던 홈리스들은 집단격리 6일만인 12월 29일 1인실이 구비된 부산의 한 숙박시설에 격리됐다. 김 국장은 "확진자가 발생한 날부터 4~5일이 제일 중요한데, 이 시기에 공동생활로 사실상 집단 감염을 방조한 게 됐다"라고 일갈했다.

"감염 차단 지원 없이 홈리스를 한방에... 이건 감금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수용할 임시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에 재택치료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한 교회에서 설치한 텐트들이 놓여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수용할 임시시설이 부족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노숙인에 재택치료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한 교회에서 설치한 텐트들이 놓여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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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홈리스 집단격리를 두고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나왔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부울지부, 부산인권상담센터 등 8개 지역 시민단체는 12월 29일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감금 조치는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부산시는 감염의심자의 격리시설을 지정하고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다. 코로나 확산 2년여를 거치며 홈리스 등 주거취약자는 사실상 자가격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부산시는 부적절한 시설에 홈리스를 격리했다. 명백히 반인권적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국가위원회·부산시인권센터에 부산진구 보건소와 관련한 진정서를 접수했다. 그는 "감염 차단에 대한 충분한 지원 없이 한 방에 홈리스들을 둔 건 격리가 아니라 감금"이라며 "주거취약자에 대한 차별적인 방역 정책은 물론이고 반인권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보건소와 부산시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홈리스 자가격리 시설과 관련한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최근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들에게 재택치료를 권고하면서, 마땅한 주거공간이 없는 홈리스 등 주거취약자들을 위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모텔 등을 빌려 홈리스의 자가격리 시설을 마련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울시는 홈리스 본인 의사만 있다면 고시원, 쪽방, 홈리스 일시보호시설 등에 1주일가량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부산시에는 이런 곳이 단 한 곳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홈리스 집단격리와 관련해 부산진구보건소는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격리시설 확보가 어려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역시 연휴와 맞물린 시기라 자가격리로 활용할 숙박 시설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그:#홈리스, #코로나, #자가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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