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무관객 개최를 보도하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갈무리.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무관객 개최를 보도하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갈무리.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미국 영화·방송 산업의 보이콧을 당한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초라하게 열리게 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현지시각으로 오는 9일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리는 2022년 시상식을 코로나19 확산 탓에 관객 없이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텔레비전 시리즈-드라마 작품상 후보로 지명됐고, 주연 배우 이정재와 오영수가 텔레비전 시리즈-드라마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미디어 업계가 골든글로브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톰 크루즈는 트로피 반환, 주관 방송사도 생중계 외면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관객 없이 치러지는 것은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다.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던 골든글로브는 최근 여러 스캔들이 터지면서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후보와 수상작을 선정하는 HFPA 회원 87명 가운데 흑인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드러났고, 이는 골든글로브가 비영어권이나 소수 인종이 등장하는 작품을 의도적으로 차별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공정성이 흔들렸다.

특히 지난해 <미나리>가 영어 대사 비율이 적다는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하고,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부문 후보에서 제외하면서 이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한 HFPA 회원들이 공식 석상에서 여배우들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영화사들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받아 호화 여행을 했다는 의혹 등이 폭로되면서 전통과 위상을 자랑하던 골든글로브는 순식간에 할리우드의 '적폐'로 몰렸다.

이와 반면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2020년부터 외국어영화상을 '국제영화상'으로 바꿔 시상하고 있으며, 한국 영화 <기생충>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주요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등 다양성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골든글로브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매년 시상식을 생중계해왔던 미 NBC 방송은 올해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7월 4일생> <제리 맥과이어> 등으로 3차례나 골든글로브를 수상했던 인기 배우 톰 크루즈는 트로피를 모두 돌려주기까지 했다. 

이 밖에도 워너브라더스, 넷플릭스, 아마존 스튜디오 등 100여 곳에 달하는 영화 제작사나 홍보 대행사도 골든글로브 보이콧에 동참하기로 했다. 

"골든글로브, 아직도 문제 해결 못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HFPA는 다양성을 위해 회원 20명을 추가하고, 향후 2년 이내에 회원 수를 50% 더 늘리겠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여론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골든글로브는 지난달 후보 작품 및 배우 명단 발표도 유튜브 중계로 대신해야 했다.

후보에 오른 이정재도 소속사를 통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고심 끝에 시상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라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이미 알려졌듯 넷플릭스가 올해 골든글로브에 출품을 하지 않았다"라며 "지난해부터 골든글로브가 인종 차별 및 젠더 이슈 등으로 할리우드 전반에서 외면 받고 있는 분위기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예년과 같은 것은 수상자를 선정하고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뿐"이라며 "이제는 레드카펫도 없고, 관객과 취재진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유력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며 "HFPA는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HFPA는 올해 시상식은 그동안 해왔던 자선 활동을 부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25년간 엔터테인먼트 관련 자선단체와 영화 복원, 장학 프로그램 등에 5천만 달러(약 599억 3천만 원) 넘게 기부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골든글로브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미나리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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