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2 반대

"토지 보유세만 50조 걷겠다? 국민 동의 받기 어렵다"

[논쟁 / 토지이익배당제-반대]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22.01.11 12:55최종 업데이트 22.01.1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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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인 토지이익배당제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너무나 급진적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 유성호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꾼들을 솎아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거둔 세금을 국민에게 배당한다는 건 더 (현실성이 없는) 급진적인 생각이고요."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토지이익배당금제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보다 더 징벌적 성격이 강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했고, 청와대 정책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세제 전문가'다. 

김 교수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인 토지이익배당제에 대해 "비현실적이고 너무나 급진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견을 좁힐 여지가 보이지 않는 혹평이었다. 질문이 이어질수록 비판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그는 "토지이익배당제로 인한 예상 세수는 거의 50조원 수준"이라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건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다, 대단한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땅을 사놓고 땅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토지에 대한 세금을 높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갑자기 50조에 가까운 세금을 걷는 건 해법이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모든 토지에 대한 과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전 국민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지급을 한다는 발상에 대해선 "다른 소득 재분배와는 강제 분배, 사회주의적 개념"이라며 "토지 가치가 떨어지고 거기서 아무런 이익이 추가로 나오지 않아도 세금으로 환수해 모든 국민들에게 강제적으로 배분하겠다는 건데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수가 뜻이 같다는 이유로 소수에게 희생과 책임만을 요구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토지이익배당제가 대선을 앞두고 양도세 등 부동산세를 줄이겠다고 한 민주당의 기조와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은 종부세 체계와 과표도 바꿨고 다주택자 중과세 조치도 손보겠다고 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현행 보유세의 몇 배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기겠다고 하면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우철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부동산 문제, 세금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 유성호

 
- 그동안 토지이익배당제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유가 뭔가?
 
"현실적이지 않다. 지금 상위 2%에만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도 반대가 극심한 상황 아닌가. 그런데 토지이익배당제로 인한 예상 세수는 거의 50조원 수준이다. 세금 50조면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다. 이런 대형 세목을 한번에 도입한다는 것은 대단한 무리수다. 세금(인상)은 국민들의 재산권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반드시 그 명분이 필요하다. (토지이익배당제) 제도를 도입해야 할 충분한 근거나 사회적 합의도 얻지 못했다. 조세 정책은 그렇게 갑자기 추진될 수 없다."
 
- 토지이익배당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등은 헨리조지의 '토지공개념'(토지는 공적재화로 사유재산에 따른 이득을 제한해야 한다는 이론)을 들면서 제도 도입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막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나.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토지공개념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없다. (토지공개념을 주창했다는) 헨리 조지의 책 원문에도 토지공개념이란 단어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대충 만든 개념이지, 명확한 개념은 아니다. 부동산 문제는 세금을 높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금으로 투기꾼을 솎아낸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번 정부도 종부세를 무리하게 징벌적으로 가져갔다는 점에서 반발이 심하지 않나."
 
- 토지이익배당제를 구상하는 쪽 입장을 들어보면, 과세와 배당을 동시에 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대다수인 95% 국민이 토지이익배당을 받게 된다고 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토지에서 나온 가치를 배당금 형태로 배분하겠다는 것인데 너무 급진적이다. 토지에 대한 보유 책임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할 필요는 있지만, 토지배당금제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토지 가치가 떨어지고 거기서 아무런 이익이 추가로 나오지 않아도 세금으로 환수해 모든 국민들에게 강제적으로 배분하겠다는 건데,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토지이익배당제는 우리가 말하는 소득 재분배와는 다른 일종의 강제 분배, 사회주의적 개념이다. 또 민주적이지 않다. 다수가 뜻이 같다는 이유로 소수에게 희생과 책임만을 요구하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 토지이익배당제는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대원칙이다. 토지에 대한 과세 원칙은 주류 경제학에서도 이견이 없는 것 아닌가.
 
"미개발 토지에 대해 세금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은 동의한다. 땅을 사놓고 땅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토지, 나대지 같은 경우는 세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 토지를 쓸데없이 많이 보유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50조에 가까운 세금을 걷자고 해서는 안된다. 모든 토지에 대해 획일적으로 세금 부담을 높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부동산 세금 깎아준다면서 토지이익배당? 자기 모순"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 유성호

 
- 토지이익배당제를 도입하더라도, 토지 용도별로 차등 과세하는 형태로 검토되고 있다. 가령 생산활동에 쓰이는 공장용지, 농지 등에 대해서는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방향인데. 
 
"획일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더라도, 그런 토지(생산활동에 활용되는 토지)에 대한 세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까. 지금 50조에 가까운 세금을 걷겠다고 하는 상황이지 않나. 세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토지들도 지금보다 세금 부담이 몇 배는 오를 것이다. 토지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다. 주택이나 업무용 빌딩의 부속토지 등은 징벌적인 세금을 매겨야 할 이유도 거의 없다. 토지가 문제의 근원이라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 토지이익배당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이다. 민주당은 이걸 할 수 있을까?

 
"여당은 지금 부동산 세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종부세 체계, 과표도 바꿨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 조치도 손보겠다고 하고 있다. 비록 선거 기간이지만 어쨌든 세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토지이익배당제를 도입하면 거꾸로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현행 보유세의 몇 배에 해당하는 세금을 매기겠다고 하면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주겠다고 하는데 자기모순이다."
 
- 토지이익배당제까지 나온 원인 중 하나는 급격한 집값 상승이다.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들은 떼돈을 벌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주택 가격 안정은 중요한 문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 이는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 또 분배 자체가 불균등하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높은 원인이 세금이 낮아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균형 발전이 실패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도시에 몰리고, 지방은 소멸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양극화 현상이다. 국토보유세(토지이익배당제)를 도입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지방 균형 발전 정책을 펴고, 한편으로는 도심권 주택을 적절히 공급해 가격 급등을 막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 토지이익배당제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현행 부동산 보유세제에 미흡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어떻게든 손을 볼 수밖에 없는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부동산 보유세는 효율성과 형평성 원칙에 따라 정상화해야 한다. 주택이나 건물보다는 미개발 토지에 과세를 집중해야 한다. 거래세는 조금 낮추고 보유세는 조금 높일 수 있다.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된 과세 체계도 합쳐야 한다. 현재 부동산 재산세율은 너무 낮고 일부가 내는 종부세는 너무 높은데, 이를 합쳐서 중간 정도 세율로 맞춰야 한다. 세금도 담세력(납세자의 조세 부담 능력)에 맞춰서 부과해야 한다. 집이 있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는 게 보유세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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