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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주민들은 "집집이 암 환자가 있고 암으로 죽었다"며 "사격장 소음과 사격장에서 날아오는 화학물질 연기를 들이마셨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주민들은 "집집이 암 환자가 있고 암으로 죽었다"며 "사격장 소음과 사격장에서 날아오는 화학물질 연기를 들이마셨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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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사격훈련으로 소음과 암 공포에 떨고 있는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주민들의 바람은 딱 한 가지였다. "조용히 살고 싶다."

주민들은 "집집이 암 환자가 있고 암으로 죽었다"며 "사격장 소음과 사격장에서 날아오는 화학물질 연기를 들이마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이제 노인들만 병을 얻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남은 생이나마 조용히 살고 싶다. 빨리 군부대를 이전시켜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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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암 사망, 나도 암 진단" 대천해수욕장 마을 덮친 비극 http://omn.kr/1wus1

지난 10일 <오마이뉴스>가 만난 마을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손인교(82, 충남 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10통 3반 반장)

"52년째 거주한다. 위암 수술했고 귀도 어둡다. 마을 반장을 맡고 있는데 집마다 암 환자가 있고 암으로 죽었다. 전체 37가구 중 27가구에서 암 환자가 발생해 사망했다. 사격장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격장에서 날아오는 화학물질 연기를 들이마셨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렇게 말하면 근거가 있느냐고 하는데 마을 주민 다 죽어 나가는 게 근거 아니면 뭔가. 유리창 흔들리고 지붕 위로 포 깍지 떨어지고, 무형비행기가 집으로 추락할 때도 종종 있다. 매년 대천해수욕장에 수백만 명에서 많게는 1500만 명이 다녀간다. 그 관광지 옆에서는 매년 마을 주민들이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50일 넘게 '군부대 이전' 내걸고 농성 중인데 사령관이란 사람은 면담 요청에도 여태까지 만날 생각을 안 한다. 헬기 타고 군부대를 왔다가도 여긴 안 들리고 그냥 가더라.

도지사는 관심이 없다. 보령시장은 농성장 와서 '제가 할 일을 주민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마운 말이지만 왜 보령시가, 충남도가 자신들의 할 일을 안 하는 지 모르겠다. 뭘 원하냐고? 조용히 살고 싶다."

김○○(81)

"이 마을에서 60년 거주했다. 남편이 2014년께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나도 10년째 위암 투병 중이다. 다른 곳도 성치 않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인천에 있는 병원에 다닌다. 시끄러워 못 살겠다. 조용히 사는 게 소원이다."

김△△(81)

"남편 직장 따라왔다가 55년째 거주하고 있다. 남편은 23년 전 간암으로 사망했다. 나도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주민들은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이제 노인들만 병을 얻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남은 생이나마 조용히 살고 싶다. 빨리 군부대를 이전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 인근 갓배마을(보령시 대천면 신흑동) 주민들은 "젊은 사람들은 다 떠나고 이제 노인들만 병을 얻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남은 생이나마 조용히 살고 싶다. 빨리 군부대를 이전시켜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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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75)

"보령이 고향이다. 7년 전 남편이 간암으로 사망했다. 여긴 사람이 살기 어렵다. 사격을 시작하면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너무 시끄럽다."

정○○(74)

"50년 거주했다. 지난해 남편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군부대에서 포사격할 때마다 매연이 마을을 덮치는데 그걸 들이마셔서 병이 났다고 생각한다. 나도 귀가 어둡다. 귀가 안 좋아진 지는 10년이 넘었다. 작년부터 심해졌다."

장△△(78)

"남편은 64살 때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남편이 70살까지만 살았어도 한이 없겠다. 나도 뇌출혈로 머리를 수술했다. 한쪽 귀는 전혀 안 들린다. 우리 집이 부대 철조망 바로 앞인데 사격을 할 때마다 집 전체가 울린다. 벽체에 금이 안 간 곳이 없다."

함○○(83)

"55년 거주했다. 남편은 폐암으로 65살 때 돌아가셨다. 나도 천식, 협심증을 앓고 있다."

두○○(79)

"32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왔다. 남편은 우울증으로 7년째 병원에 계신다. 그동안 살아온 거 말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지붕 위로, 논으로 불발탄이 떨어진 때도 있고, 송아지가 사산한 적도 있다. 이러니 젊은 사람들은 살 수가 없어 다 떠나고 지금 노인들만 남아 있다. 여기 들어와 살려는 사람이 없다."

고○○(77)

"50년 거주했다. 심장병으로 15년째 두 달에 한 번씩 천안에 있는 병원에 다닌다. 남편은 귀가 안 들린다. 집 벽은 진동으로 다 갈라졌다."
 
공군 사격훈련으로 소음과 암 공포에 떨고 있는 주민들의 바람은 "조용히 살고 싶다"는 한 가지였다.
 공군 사격훈련으로 소음과 암 공포에 떨고 있는 주민들의 바람은 "조용히 살고 싶다"는 한 가지였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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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79)

"이곳에서 48년 살았다. 남편은 11년 전(당시 68세) 직장암으로 사망했다. 예전에는 상수도가 없어 지하수를 먹었는데 물에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났다. 미군 부대에서 불법 매립한 폐유로 지하수가 오염된 때문으로 보인다. (지하수는 인근 한화리조트에서 약 25년 전 상수도 물을 공급해줘 사용을 중단했다. - 기자 말)"

최○○(72)

"54년 정도 거주했다. 남편은 2014년 식도암으로 사망했다. 4년 동안 투병했다. 나도 포사격으로 놀라서 그러는지 매일 가슴이 뛰고 왼쪽 귀가 윙윙거려 수술했는데 지금도 웅웅 소리가 난다. 귀가 어두운데도 포 소리가 나면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 앉게 된다."

최△△(74)

"50년간 여기서 살았다. 남편은 몸이 안 좋아 누워서만 지낸다. 병원에 가자고 하니 암 일 까봐 무섭다며 병원 가기를 꺼린다. 사격훈련으로 벽이 갈라져 고치고 또 고치는 게 일이다. 남편이 지난해 쓰러졌는데 사격훈련만 안 해도 살 것 같다고 한다. 제발 군부대를 이전해 줬으면 한다."  

이○○(72)

"15년 거주했다. 대장암과 자궁암 수술을 했다. 손주들이 오면 전쟁 났냐며 숨는다.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음과 화학연기로 가축도 유산한다. 군부대가 너무 지나치다. 빨리 이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태그:#갓배마을, #대천해수욕장, #대천 공군사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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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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