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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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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시작됐다. 우리 사회가 두 가지 이슈로 들썩이고 있다. 3년차를 맞이하는 코로나19로부터 과연 언제쯤 자유로워질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5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다. 시민들은 자신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 두개의 관문을 고통스럽게 통과하고 있다. 전 세계 시민들도 우리와 동일하게 코로나19가 초래한 각종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고, 지속되는 기후위기가 야기한 문제들로 고난스런 삶을 살고 있다. 지구촌 이웃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써 온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2022년에는 어떤 이슈에 직면하고 있을까? 발전대안 피다는 올 한 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네 가지의 화두를 짚어보고자 한다.

1.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이후 정책 변화

첫째 이슈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이후 정책 변화다. 아직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국제개발협력 정책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대선 후보들이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외교안보 정책의 하위 범주에서 구성했던 관례에 비추어 본다면 대강의 흐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2021년 11월 25일 개최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익 중심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강조했다. 윤석열 후보는 2021년 11월 12일 참석한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외교 안보 정책 기조로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에 기반해서 그동안 국제사회에 축적된 국제 규범과 국제 법규에 기반하는 예측 가능한 법치에 기반한 외교 관계"를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익과 실용주의, 윤석열 후보는 국제 규범과 국제 법규를 내세운 점이 눈에 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2021년 9월 22일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발표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당한 외교"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여,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의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정점에는 공통적으로 '국익 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 외에 아직 외교 안보 및 국제개발협력 정책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안철수 후보 측은 지난 2017년 제시한 '국제사회 협력과 국제공헌', '인도적 지원 통해 지구촌 문제, 인류의 평화적 발전 기여'라는 담론 차원의 방향 제시 외에 어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심상정 후보 측은 2017년 발표했던 '지구촌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제3세계 발전 기여 외교 적극 전개'하의 구체적인 공약들을 어떻게 새롭게 제시할지 관심이 간다.

3월 9일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 시기를 거쳐 5월에 본격 출범할 새로운 정부의 ODA 예산 규모는 예산을 2030년까지 2019년 기준(약 3조 2천억 원)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현 정부 약속이 지켜진다면 새로운 대통령 임기인 2027년까지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유력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중 4~5조의 ODA 예산을 국익 추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 주목된다. 과거 일본이 지탄받던 것과 같이 노골적으로 상업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또는 미국과 같이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을 택하든지 퇴행이다. 또한 '제3차 국제개발협력기본계획(2021~2025)'이 제시한 '상생의 국익'이 새로운 정부의 '국익 추구' 기조에서 어떻게 정의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로운 정부가 '어떤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 ODA를 활용할 것인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한 가지 더 주목할 사항이 있다. 누가 새로운 정부 내 국제개발협력 정책의 '주도자'가 될 것인지다. 그동안 한국 국제개발협력 정책을 주도해 온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그리고 국무조정실 3자 중 누가 새로운 정부에서 국제개발협력 정책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유심히 보아야 할 내용이다. 3자가 큰 갈등 없이 현상 유지를 할 수도 있지만, 정권 변화기에 새로운 주도자가 탄생할 수도 있다.

1월 11일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인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통합원조부처 창립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ODA 전담 부처가 만들어지면 수주 사업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합 원조 부처 창립의 이점을 설명했다. 그런데 구 실장은 "ODA 조직을 대외경제협력, 통상까지 모아서 ODA 주면서 경제협력도 하는 그런 조직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 그런 조직을 만든다면 대한민국이 더 수출 잘되고 해외로 잘 나갈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조 통합의 명분을 노골적으로 경제적 이익 추구에서 찾고 있다. 정치적 기회인 정권 말 대통령 선거 시기에 오래된 국제개발협력의 과제 해결에 대해 유력한 관료가 특정 방향을 담아 포문을 연 것이다. 원조 통합이 누구의 주도로 어떻게 추진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데에 있어 대통령 선거와 인수위에 이어 정권 초기에 이르는 시기까지가 중대한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코로나19 팬데믹 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이행 방식 변화

둘째는 코로나19 팬데믹 후의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이행 방식 변화다. 지난 두 해 동안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의 개발협력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특별한 시기를 보냈다. 정부는 '개발협력을 통한 코로나19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Agenda for Building resilience against COVID-19 through development cooperation, 일명 ABC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시민사회단체들도 각자의 사업장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주어진 상황 가운데 열심히 노력했지만, 한계도 존재했다. 오랜 기간 동안 굳어진 한국 본부와 한국인 중심의 개발협력 사업 수행 체제 및 관례로 인해, 코로나19 발생 후 각 사업 현장은 한국인 인력 철수에 따른 사업 공백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지 중심의 개발협력을 이론이 아닌 실제로 받아들이게 됐다.

개발협력 시민사회 역시 코로나19를 맞이하여 '현지화'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오랜 기간 동안 현지인 주도 체제를 구축해 왔거나 현지 파트너 단체와의 협력 방식 중심으로 사업을 수행해 온 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공백을 극복하기 한결 수월했다. 2022년에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이 그동안의 교훈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수행, 봉사단 파견, 연수 시행 및 사업 조사와 평가 등 개발협력 사업의 전 과정을 어떻게 현지 중심으로 전환하는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3. 글로벌 안보 및 기후 위기에 대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대응

셋째 이슈는 글로벌 안보 및 기후 위기에 대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대응이다. 2021년 발생한 미얀마 군부 쿠테타와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재집권 사태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두 사례는 배경과 양상이 서로 다르지만, 한국 국제개발협력 주체들은 기존에 시행해 온 개발협력 활동을 철수했고, 인도주의 지원마저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었다.

안보 위기로 인한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중점 협력국인 에티오피아에서 2020년 11월 발생한 중앙 정부와 티그라이 지역 정부 간 권력 다툼으로 발생한 내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2년 1월 현재 한국의 새로운 중점 협력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예상에 지구촌 구성원들이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원하지만, 자칫하면 또 다른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수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컨선월드와이드가 2021년 발표한 '세계기아지수보고서'는 기아 위험 상위 10개국 중 8개국이 분쟁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분쟁과 그에 따른 인도적 지원과 개발 그리고 평화 간 연계에 대한 필요는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된 인도주의-개발-평화 간 연계인 'HDP(Humanitarian-Development-Peace) 넥서스'의 구체적 실체가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지구촌의 다양한 분쟁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대응 및 개발협력을 통한 평화 구축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우리 모두 지켜보아야 한다.

아울러, 오랜 시간 동안 지구촌 구성원들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대응도 주목해야 한다. 기후 위기는 오래 전부터 환경 악화나 삶의 질 저하 문제를 넘어 재난, 난민, 분쟁을 야기하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한국 정부는 2015~2019년 ODA 중 19.6%인 그린 분야 비중을 2025년까지 OECD DAC 평균 수준으로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글로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은 이같이 글로벌 안보 위기와 기후 위기가 가져온 이중 위기 해결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새로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ODA를 통한 노골적 경제적 이익 추구와 같은 이기적 태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4.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지지 변화

넷째로 주목할 대목은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지지 변화다. 정부는 2019년까지 정기적으로 'ODA 국민인식조사'를 실행해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지지도를 파악했다. 'ODA 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마지막 해인 2019년 정부의 대외 원조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적극 찬성 및 찬성하는 편)은 81.3%였고, 반대(적극 반대 및 반대하는 편)는 18.7%였다. 그 직전 조사인 2016년에는 찬성 80%, 반대 20%, 2015년에는 찬성 83.6%, 반대 16.4%였다. 그 이전 2014년 찬성 86.5%, 반대 13.5%, 2013년찬성 87.3%, 반대 12.7%, 2012년 찬성 87.3%, 반대 12.7%, 2011년 찬성 89%, 반대 11%로, 큰 흐름상 지속적으로 찬성한다는 의견의 비중은 작아지고 반대 의견의 비중은 커졌다.

코로나19와 부동산 위기로 대표되는 '개인의 현실적 위기'가 심각하게 체감된지난 2년을 거쳐 온 지금, 우리 국민들의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찬반 비중은 어떻게 변화할까? 만약 국민의 지지가 크게 낮아진다면 이는 정부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아마도 실용주의적 측면에서 정부는 낮은 국민의 지지에 대해 적극적인 단기 국익 추구로 답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이후 ODA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하락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ODA를 통한 '국익 추구'가 유력하게 부각했던 현상이 한국에서도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수년간 'ODA 국민인식조사'에서 ODA에 대한 반대 비중이 60대 이상에 이어 낮은 그룹이 20대와 30대였는데, 이 현상이 지속될수록 개도국이 아닌 '한국 청년' 일자리 창출 원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어떻게 국제개발협력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제고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가치를 제시할지 계속 주목해야 한다.

한국 국제개발협력은 오랜 시간동안 한국 사회 주류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였다. 그러나 한국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제 공여자 사회의 관심과 주목 그리고 개도국들의 기대는 눈에 띌 정도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더 이상 관련 부처와 시행 기관, 시민사회, 관련 기업, 연구자 등 '그들만의 이슈'가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국제개발협력에 여러 측면의 관심과 목적 그리고 욕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지만 여전히 국제개발협력은 전문적이고 의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이러한 가운데 2022년은 다른 보통의 해와는 구별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지속적인 안보 위기 및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 국민의 지지 확보 모두 다 중요한 도전 과제들이다.  

발전대안 피다는 한국의 시민들께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이 보다 인도주의적인 가치를 가지고, 빈곤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모든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도록 2022년 한 해에도 함께 감시하고 주장할 것을 제안드린다.

태그:#국제개발협력, #20대 대선, #개발원조, #기후위기, #안보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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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대안 피다(구 ODA Watch)는 시민들과 함께 '개발'을 넘어 '발전'을 고민하고, 국내의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개발을 '감시'하며 '대안'을 찾아가는 시민사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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