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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세상이 어수선해 새해를 맞이했음에도 멍한 심정이다. 코로나19와의 일상은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뒷전 양상이다. 이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을 지칭하는 엔데믹(endemic)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말라리아, 뎅기열 등과 같이 풍토병 수준으로 인식하는 코로나19 시대에 관한 단상은 우선 멈춤과 같다. 모두가 구금당하다시피 한 채 살아왔다. 하지만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는 가운데 맞이한 임인년 새해는 다시 시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늘 그랬듯이 새해에는 새 희망을 찾고, 품는다. 중국 당나라의 시선 이백은 "무릇 천지는 만물이 묵어가는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진리의 하나인 제행무상과도 같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먼 곳으로 나그네가 여행길에 오르자 새해라는 나그네가 그 여관을 찾아왔다. 지난 2년간 머물렀던 여관에서 코로나19가 떠나자마자 오미크론과 델타크론이란 새 손님이 온 것이다.

그간 코로나19는 세계가 한 그물의 그물코처럼 한 사람이 모든 사람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새 손님으로 찾아온 오미크론과 델타변이도 그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알콩달콩 우리의 삶과 연인들의 맛있는 저녁 식사, 또 언제 어디라도 갈 수 있던 여행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이러한 새해의 추억은 현재 진행형이다. 각자의 기원과 바람 등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다. 만약 코로나19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지라도 우리는 그 틈에서 다시 희망을 찾고, 극복할 지혜로운 방법을 함께 궁리해야 한다.

일찍이 공자는 '자신을 쇄신시켜줄 마음의 스승을 한 사람쯤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이든, 누구에게나 스승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공자든 아니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멘토링으로 받아들이는 새해는 분명 지난해와 조금 더 다른 나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새해를 과연 추억할 수 있을까? 운수 좋은 날처럼 좋고 행복했던 나의 새해에 대해 기억해보는 것이다. 이미 몸에 축적된 것과 지금 생각나는 기억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 일컫는 '망각의 집'에서 끄집어낸 기억을 다시 분류, 구분해서 내면을 정리하는 일이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안팎에서 새끼(啐)와 어미 닭(啄)이 동시에 서로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와 같이 안과 밖이 알맞은 시기에 작용하는 것과 같다.

또 새해에 대한 추억은 지난날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나그네처럼 왔다가 가고, 또 오는 세월 속에 자신과 이웃을 아우르는 따스한 내면적 가치로 세상을 바라보는 슬기가 필요하다. 이백은 시 '친구를 떠나보내며'에서 '떠가는 구름은 떠나는 자의 뜻이요. 떨어지는 해는 보내는 사람의 정'이라고 했다. 뜻과 정에 대해 회상하지만, 떠나버린 것의 무상함을 일깨운다.

"처음 새긴 뜻을 잊지 않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初心不忘 磨不作針)"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이백의 일화에서 생긴 고사성어를 경구로 새겨봄직하다.

'머피의 법칙'과도 같이 잇따라 일어난 지난해의 나쁜 추억은 몽땅 버리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정돈해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것은 새해에 새롭게 출발하는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참선에서는 이를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지니고 떠나라"라고 일컫는다.
 
돈각스님
 돈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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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대한불교조계종 백령사 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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