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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조형물에 대해 생각합니다. [편집자말]
현장에서 그려야 어반스케치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그려야 한다. 실내의 샹들리에 불빛과 양털 가죽의 따뜻한 느낌이 황량한 실외 풍경과 대비된다.
▲ 창중정원 현장에서 그려야 어반스케치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그려야 한다. 실내의 샹들리에 불빛과 양털 가죽의 따뜻한 느낌이 황량한 실외 풍경과 대비된다.
ⓒ 오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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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사에서는 '어반스케쳐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어반스케쳐스 설립자는 가브리엘 캄파나리오. 가브리엘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가기 위해 팜플로나로 이사한 후 리노, 팜스프링, 워싱턴 DC 등지에서 살았다. 그는 2006년 시에틀에 이주한 후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포켓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아래 그에 대한 관련 정보는 그가 쓴 책 <어반 스케스>를 참고했다).

그는 거리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버스를 타는 사람들, 생각에 잠긴 사람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그렸다. 그는 그림을 그리면서 지역 사회와 강한 연대감을 느꼈으며, 자신의 그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기뻤다.

2007년 그는 자신의 긍정적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플리커에 그림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2008년 그는 그간 모인 더 많은 참여자와 함께 어반 스케쳐스 블로그를 만들었다. 시작은 이렇게 단순했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며 평범한 저널리스트이자, 손바닥만한 노트에 동네 그림을 끄적거리던 사람일 뿐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전세계의 각 도시에서 어반스케치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반스케치는 도시별로 조직이 되며, 각 도시별 조직을 챕터라고 부른다. 전세계 어반스케쳐 조직을 한 권의 책으로 보고 각 도시 조직을 그 책을 구성하는 챕터로 보는 것 같다.

각 챕터는 몇 가지 기준을 통과한 공식 챕터와 아직 통과 못 한 비공식 챕터가 있는데 활동상의 차이는 크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공식 챕터만 300여 개이고 비공식 챕터는 더 많을 것이다. 물론 이런 조직과 무관한 자발적인 어반스케치를 모임까지 생각하면 그 숫자는 셀 수도 없다. 지금도 각 도시에서 어반스케치 모임이 가히 놀라운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urbansketchers로 검색하면 그룹 공식 사이트가 있어 더 많은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어반스케치 그룹 가입 방법은 따로 다룰 예정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무었일까. 어반스케치 그룹은 창립을 하면서 8개 조의 선언문(Menifesto)를 발표했는데 참으로 간명하고 훌륭한 문장이며 어반스케치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8개의 선언문 중 가장 가장 중요한 것은 제1조인데, 다음과 같다(이외 다른 조의 내용도 궁금하시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차차 다루도록 하겠다).
 
우리는 실내 혹은 실외에서, 직접적 관찰을 통해 본것을 현장에서 그린다.(We draw on location, indoors or out, capturing what we see from direct observation.)

사진의 발명은 회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림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모사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사진으로 인해 그림이 대상을 아주 정확하게 모사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개발되고 그것이 핸드폰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림이란 사진을 먼저 찍고 그 사진을 그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림은 원래 그런 것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자. 입체적인 대상이 눈을 통해 뇌 속에 전달한다. 인간의 두뇌는 그것을 어떤 신비한 작용을 통해서 평면으로 바꾼다. 그것을 신경 계통을 통해 손으로 전달하고 손에서 평면화 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사진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3D를 2D로 바꾸는 두뇌 속 작용이 거의 퇴화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호모사피엔스가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린 이래로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린 것은 불과 얼마되지 않는다.

물론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보고 그리든 그건 그리는 사람의 자유다. 단, '어반스케치'라는 말을 만든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것은 어반스케치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한다. 사물을 '직접' 보고 '현장'에서 그려야 한다는 가브리엘의 선언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스케치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서 작은 스케치북, 펜, 붓을 지닌 사람들이 커피숍, 공원, 거리 혹은 공항에서 죽치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그림의 르네상스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인터넷의 소셜 네트워크는 어반스케치를 가속화시켰다. 누구나 손쉽게 그림을 그리고 전세계의 관객을 대상으로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반스케치 그림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사진 gabicampanario 제공.
  그는 지금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반스케치 그림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사진 gabicampanario 제공.
ⓒ gabicampa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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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쓰면서 가브리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인스타그램 사진 중 하나를 기사에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몇 시간 만에 흔쾌히 동의한다고 답이 왔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그의 대단한 명성에 비해 소박한 1만6000명 정도다. 그는 지금은 시에틀에 살고 있다. 시에틀에 가면 거리에서 카페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그:#어반스케쳐스, #가브리엘캄파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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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쳐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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