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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최불암이 나레이션을 맡아 방송을 탄 KBS 차마고도에는 티베트인들이 동충하초(冬蟲夏草)를 캐는 장면이 나온다. 티벳 말로 야차굼바(Yartsa gunbu)라고 하며 '겨울에는 벌레지만 여름에는 풀'이 되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곤충의 몸에 핀 버섯인데 몸 속에 균사(Cordyceps militaris)가 침입해 기생하고 있다가 증식을 위해 자실체(포자)를 만든것이다. 

야차굼바는 티베트와 부탄, 네팔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히말라야의 3500m ~ 5000m 사이 초원에서 나온다. 땅 속 약 15cm 아래에 사는 나방류에 기생하며, 애벌레의 몸에 균사가 들어오면 곤충은 미이라가 되어가며 서서히 죽는다. 곰팡이가 유충의 몸을 다 차지하면 말라 비틀어진 진한 갈색의 자실체가 숙주의 몸에서 자라난다. 
 
노린재에서 자라난 동충하초균으로서 작은 곤봉 모양이다.
▲ 동충하초 자실체 노린재에서 자라난 동충하초균으로서 작은 곤봉 모양이다.
ⓒ 구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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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녹는 오월이면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 자실체가 땅 위로 살짝 올라오는데 풀과 비슷하여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동충하초균의 학명 Cordyceps에서 Cord는 경찰들이 사용하는 곤봉(Club)을 뜻하고 Ceps는 머리를 의미한다. 즉, 자실체의 모양이 방망이 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야차굼바는 히말라야의 비아그라라는 별칭으로 불리운다. 오래전부터 티벳인들은 기력이 빠진 야크가 동충하초를 먹고 힘이 솟는 것을 보고 이를 약으로 써왔다. 과거로부터 중국인들은 동충하초를 불로장생의 명약이라 생각하여 같은 무게의 금 보다 2배나 더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해오고 있다. '네발 달린 것은 책상만 빼고 다 먹는다'는 한족들에게 야차굼바는 성기능 강화제로 인기가 높다.

몇 년전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야차굼바를 비싼 값에 구매하여 뇌물로 공산당에 뿌리고 있다고 한다. 홍콩의 상류사회나 중공의 모임에서 야차굼바를 넣은 칵테일을 마시며 한담을 나누는 것이 고상한 무언가로 둔갑한다.

사람 사는 것은 매한가지라 대한민국에서는 말벌을 넣은 노봉방주가 있고, 이탈리아 사르데냐 지방의 구더기 치즈인 카수 마르주(Casu Marzu)도 있으며 멕시코의 증류주 데킬라에도 나방 애벌레를 넣는데 이는 다음번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야차굼바 때문에 살인까지 벌어져

히말라야 일대의 티벳인들과 네팔, 부탄 사람들은 오월부터 일환천금에 대한 꿈에 부풀어 야차굼바를 캐러 간다. 이 시기가 되면 10대 초반의 아이들까지 학교를 가지 않고 온 가족이 모두 나와 야차굼바를 채취한다. 소문을 듣고 인근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까지 합세하여 경쟁이 치열하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이 달린다. 그전까지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동충하초가 이제는 거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확산될 당시에는 동충하초가 효험이 있다는 뜬소문이 돌아서 500g에 6천만원 가까이 상승했었다.

장이 형성되고 찾은 이가 많아지면 부작용도 생겨난다. 일부 사람들은 채집한 야차굼바를 가지고 도박판을 벌인다. 고생하면서 야차굼바를 캐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동충하초를 따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름으로 전 재산을 날리면 티벳인들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몹시 험한 곳으로 야차굼바를 캐러 간다. 역효과도 심각하다. 농사를 지을 남자가 없어 경작지가 황폐화 되고 있으며, 더 비극적인 것은 경쟁자를 죽여 사체를 유기하는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동충하초의 숙주는 보통 사람들이 벌레라고 칭하는 모든 종이다. 나비류 애벌레, 딱정벌레 번데기, 메뚜기, 노린재류, 개미와 벌 등등. 우리나라에서도 효능과 약용성분으로 인하여 생으로 먹기도 하고 약재로 쓰고는 한다.

면역력을 높이고 항암효과에 더해 당뇨와 고혈압, 동맥경화에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인공증식한 동충하초를 판매하는데 호기심에서 먹어보니 상큼한 새싹을 씹어먹는 맛이다.

숙주를 조정하여 산송장으로 만드는 균

곤충의 몸에 자실체가 피었다고 모두 야차굼바는 아니다. 야생 버섯을 잘못 먹고 죽는 사람이 있듯이 사람에게 해가 되는 균사가 있다. 곤충의 몸에 기생하면서 숙주를 죽이는 백강균과 녹강균이 그러하다. 동충하초와 생리는 같지만 자실체를 내지는 않고 온 몸을 하얗게 뒤덮어서 숙주를 죽인다. 
 
백강균은 숙주를 조종하여 눈에 띄는 곳에서 죽게 만든다.
▲ 꽃하늘소에 하얗게 피어오른 백강균. 백강균은 숙주를 조종하여 눈에 띄는 곳에서 죽게 만든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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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강균에 감염된 숙주는 좀비가 된다. 기생당한 메뚜기나 개미는 풀잎 위로 기어올라가 서서히 말라 죽는다. 이렇게 눈에 띄는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증식을 위해 천적에게 쉽게 잡아먹히기 위한 목적과 더불어, 바람을 타고 포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함이다. 오늘날에는 백강균과 녹강균을 인공 배양하여 생물학적 방제로 사용하고 있다. 
 
점균류는 죽은 나무를 분해하여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다.
▲ 분홍콩점균. 점균류는 죽은 나무를 분해하여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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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균으로서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점균이 있다. 일부 종은 색이 화려하고 모양도 멋지다. 대표적인 균이 분홍콩점균이다. 죽은 나무에 피어난 모습을 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부들점균, 벌레알점균, 민산호점균 등이 있다. 이들 균류는 숲 속의 죽은 나무를 분해하여 식물에게 거름을 제공하고 자연을 깨끗이 하여 생태계가 잘 돌아가도록 돕는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므로' 인간이 간섭하지 않을 수록 잘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야차굼바, #동충하초, #백강균, #녹강균, #점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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