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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이다. 큰집에서 시어머님 제사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하루 종일 제사 음식 준비로 폰 한번 열어 볼 틈이 나지 않았다. 차를 타고 앉아 가방 속 폰을 꺼내여 열어보니 에세이반 카톡에  블로그 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이게 무슨 글인가? 궁금해서 읽어보니 우리 지역 신영대 국회의원이 블로그에 쓴 글이다. 글 제목이 "약속을 지켰습니다"였다. 

"저는 평소에 기존의 틀을 깨고 신선한 변화를 시도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칠십대 후반 나는 노인정 대신 서점을 갑니다'란 책에 손이 먼저 갔는데, 올해로 78세를 맞은 이숙자 작가님의 수필입니다. 미국 유명 작가 인 로봇 슨 모지스의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란 책을 읽고 용기를 내 한길문고에 작가 수업을 신청했고, 그 전의 삶과 지금의 삶이 180도 달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이숙자 작가님의 여유와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나는 지난해 10월 한길문고에서 글 쓰는 문우들과 두 번째 독립 출판회를 열었다.  코로나로 책을 출판하는 문우들 가족은 세 명씩만 초청하고 조촐한 기념식이었다. 그런 자리에 군산 시장님, 국회의원님이 오셨다. 휴일인데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신 두 분의 격려와 축하는 우리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그날 신영대 국회의원님은 우리에게 약속을 했다. "오늘 출판하신 작가님 책을 국회 도서관에 비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반가워하며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면서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약속을 지키고 블로그에 글을 남긴 것이다. 반갑고 고맙다. 사람과의 관계는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정말 기쁘다. 어쩌다 이런 일이... 내 책이 국회도서관에 가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칠십대 후반 노인정 대신 나는 서점에 갑니다, 이숙자(지은이)
 칠십대 후반 노인정 대신 나는 서점에 갑니다, 이숙자(지은이)
ⓒ 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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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내가 글을 쓰면서 여러 곳에서 귀함을 받는 듯해서 감사한 마음이다. 배지영 작가님도 가끔 책에 내 이야기를 쓴다. 글을 쓰면서 내 일상이 이처럼 빛나는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이 들었다고 글쓰기를 미리 포기하고 도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며 이 지루한 코로나 시대를 견뎌냈을까?

늦게 만난 글은 친구처럼 내 곁에서 매일 내 삶을 빛나게 채워준다. 나를 다른 세상 속에 살게 해 주는 것만 같다. 글을 쓰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이 놀랍기만 하다. 나는 글 쓰는 소재를 동네 뜨개방과 가끔 가는 동네 방앗간에서도 찾는다. 주변에서 귀한 글감을 찾아 글을 써서 오마이 뉴스에도 글을 송고한다.

글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달라졌다. 모든 일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아름다운 풍경이 이곳저곳에 숨어 있다. 내가 살아온 수많은 날들, 동네 서점에서 시작한 글쓰기로 달라진 이 현상을 무어라 표현할지 잘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변하게 하는 일이다. 매일 꾸준한 글쓰기가 주는 우연한 보상일 거란 생각도 해 본다. 위대한 일이란 충동적으로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 자잘한 일이 모아진 결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동네서점에서 강연도 하고, 아무튼 글 쓰며 달라진 내 인생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내일의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 볼 것이다. 꾸준한 글쓰기가 주는 유익은 분명 존재한다. 그 말을 믿고 싶다. 내가 걷는 발자국마다 삶의 무늬를 남기며 더 다른 내일을 꿈꾸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은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칠십대 후반 노인정 대신 나는 서점에 갑니다

이숙자 (지은이), 진포(2021)


태그:#책 ,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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