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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언론도 선거모드로 돌입했습니다. 후보가 어디서 무얼 했는지 알려주는 행보 보도, 각종 의혹을 검증하는 보도, 공약점검 보도 등 다양한 선거보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여론조사 보도입니다. 거대 양당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조차 결과가 상이하거나 지난 대선에 비해 여론조사업체 수가 2배 가량 늘어나면서 유권자를 혼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줄곧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론조사 자체 문제가 여론조사 보도에 대한 면책이 될 순 없습니다. 신뢰하기 어려운 여론조사가 쏟아진다 하더라도 이를 유권자에 제대로 전달할 책임은 언론에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선거 100일 전(2021년 11월 29일)부터 60일 전(2022년 1월 8일)까지 여론조사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 3개 지상파와 4개 종합편성채널 저녁종합뉴스에서 '여론조사'를 키워드로 추출한 결과 중 수치가 정확히 표기된 기사를 중심으로 분석했습니다(신문 218건‧방송 139건).

1편(①-1, ①-2)에서는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으로 평가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여론조사기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① 여심위 '선거여론조사기준' 잘 이행되고 있나
'그밖의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꼭 써야 하는 이유

선거여론조사를 공표·보도할 때 기본으로 지켜야 할 약속으로 '선거여론조사기준'이 있습니다. 2014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정당·언론이 경쟁적으로 선거여론조사를 실시·공표·보도하자 일어난 부정적 측면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서 정하여 공표합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방법이나 공표·보도 방법을 정해놓은 이 기준에서는 '선거여론조사를 공표·보도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꼭 함께 밝혀야 할 것'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선거여론조사기준 제18조 1항은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조사지역 △조사일시 △조사대상 △조사방법 △표본의 크기 △피조사자 선정방법 △응답률 △표본오차 △질문내용 △권고 무선 응답비율이 함께 공표·보도돼야 한다고 정해놓았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조사결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 쉽게 수치를 판단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같은 조 3항에서는 기 공표․보도된 조사결과를 인용할 경우 △조사의뢰자 △조사기관 △조사일시와 함께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쓰라고 정해뒀습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따르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보도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여론조사 단순인용도 표기기준 지켜야
언론은 이를 잘 지켜 독자와 시청자가 조사결과를 판단하기 쉽도록 돕고 있을까요? 모니터 대상인 357건 기사를 '최초 공표·보도'와 '인용 공표·보도' 여부로 나눈 뒤 최초인 경우 선거여론조사기준 제18조 1항이 정한 12개를, 인용인 경우 제18조 3항이 정한 4개를 잘 지키고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같은 기사에서 여러 여론조사를 인용한 경우 하나의 여론조사마다 빠진 사항이 있는지 점검했고, 하나의 기사에서 여러 사항이 빠졌을 경우 중복체크했습니다.
 
신문 지면에서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 시 함께 공표?보도해야 할 사항
미표기 횟수(2021/11/29~2022/1/8)
 신문 지면에서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 시 함께 공표?보도해야 할 사항 미표기 횟수(2021/11/29~2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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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을 통틀어 가장 많이 빠진 표기는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였습니다. 특히 신문에서 미표기된 264건 중 126건(47.7%)이 '홈페이지 참조' 문구입니다. 기사에서 가볍게 수치만 언급하고 지나간 경우, 선거 판세를 분석하면서 갖가지 여론조사 결과가 등장한 경우 등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따르기 애매해 보이는 경우도 있고, 지면 크기 한계 때문인지 지면에선 쓰지 못했지만 온라인 기사에선 써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선거여론조사 결과 값을 읽어주면서도 '홈페이지 참조'를 쓰지 않은 경우도 여럿 발견됐습니다.

다음으론 조사일시(70건), 조사의뢰자(38건), 조사기관(28건), 응답률(2건) 순으로 표기가 많이 빠졌습니다. 조사일시 또한 발표일은 밝히고 조사일시는 없는 경우, 지지율 변동을 보여주면서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의 조사일시는 밝히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미표기 양태를 보였습니다. 지면 크기의 한계는 물론 정례조사 여부, 한두 개 수치를 단순 인용한 경우 등에 따라 선거여론조사기준 준수 여부는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 시 함께 공표?보도해야 할 사항. 미표기 횟수(2021/11/29~2022/1/8)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 시 함께 공표?보도해야 할 사항. 미표기 횟수(2021/11/29~2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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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는 '홈페이지 참조' 문구 미표기가 58건 중 18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조사기관(15건), 조사의뢰자(12건), 조사일시(11건) 미표기 사례도 두루 나왔습니다. 특정 여론조사를 보여주면서 '홈페이지 참조'를 표기하지 않은 KBS, MBN 외엔 대부분 지지율 변동 등 여론조사 흐름을 보여주면서 이전 실시한 여론조사의 조사기관, 조사의뢰자, 조사일시를 표기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지면·시간제한은 변명, 미표기 삼가야
여론조사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대상이 유선전화인지 무선전화인지, 방법이 ARS 조사인지 전화면접 조사인지, 조사할 때 통신사에서 가상번호를 구입해 활용했는지 임의 전화 걸기(RDD) 방식을 활용했는지 등에 따라 각각 달라집니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조사방법이나 피조사자 선정방법을 명시하지 않은 기사가 눈에 띄게 많지는 않지만 조사기관, 조사일시 등 여론조사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언론이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단순히 '이런 수치가 나왔다'고 소개하는 기사나 칼럼에서도 최소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언제, 어느 업체에서, 어떤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인지 명시해야 언론이 여론조사 결과를 편향적으로 인용하는 경우를 막을 수 있고, 수용자가 비판적으로 수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② 여론조사 결과 서열화, 여론 왜곡한다
오차범위 내 수치 서열화, 한국경제 > 중앙일보 > 매일경제

여론조사는 대략적 예측입니다. '10%'라는 구체적 수치가 나왔더라도 여론 크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포인트'라고 한다면, 100번 중에 95번은 7%~13% 사이 값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즉, 오차범위 내 수치를 비교하거나 그 변동에 주목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조사결과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2016년 12월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공동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 제16조에서 지지율 등이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표본오차를 감안해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해선 안 된다고 적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도 표본오차 내 수치에 주목해 사실과 다른 해석을 쏟아낸 기사가 많았습니다.
 
오차범위 내 수치임에도 서열화 표현을 사용한 보도건수(2021/11/29~2022/1/8)
 오차범위 내 수치임에도 서열화 표현을 사용한 보도건수(2021/11/29~20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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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범위 내 서열화 표현을 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50%를 기록한 한국경제입니다. 총 22건의 여론조사 보도 중 절반인 11건에서 오차범위 내 수치임에도 '앞선다'거나 '이겼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앙일보가 33%(총 36건 중 12건), 매일경제가 32%(총 22건 중 7건)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지상파 3사 중에서는 KBS가 유일하게 모니터링 기간 동안 오차범위 내 수치에 서열화 표현을 쓰지 않았고, 종합편성채널 JTBC와 TV조선에서도 오차범위 관련 문제 보도가 없었습니다. 방송사 중엔 SBS가 25%(총 14건 중 4건)로 서열화 표현이 많았습니다. 모니터 대상 15개 매체 중 12개 매체가 여론조사 '기본'을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차범위 내' 붙인 뒤 "골든크로스, 이겼다" 왜곡
한국경제 <이 35.5% vs 윤 34.6% 지지율 첫 '골든크로스'>(2021년 12월 2일 오형주 기자)는 여야 후보 지지율 보도에서 "35.5%가 이 후보를 택"했고, "윤 후보를 택한 응답자는 34.6%"인 결과에 대해 "표본 오차가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라면서도 "대선 100일 즈음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윤 후보를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골든크로스'라고 제목에서 강조했습니다. MBN <이재명 38.5% vs 윤석열 34.2%>(1월 6일 우종환 기자)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안이지만 7주 만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이겼다", "오차범위 내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이 여론조사 수치를 언급할 때 '오차범위 내'를 쓰지 않는 경우는 드물지만, '오차범위 내'라는 표현을 쓰나마나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런 유형의 기사가 쌓일수록 유권자는 물론 여론조사 보도를 통해 유권자 생각을 읽는 정치인에게 거짓된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은 이러한 보도에 대해 "표본오차보다 훨씬 작은 변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해석이 아니라 허구(fiction)"와 다름없다며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여론조사는 과학적 방법론에서 멀어지고 음모론의 소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표본오차 무시한 여론조사 맹신'(2019년 11월 13일)을 통해 내놓기도 했습니다.

(※ 한국경제 <이 35.5% vs 윤 34.6% 지지율 첫 '골든크로스'>(2021년 12월 2일 오형주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채널A / 선거여론조사기관 : 리서치앤리서치 / 조사일시 : 2021년 11월 27일~29일(3일간) /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 MBN <이재명 38.5% vs 윤석열 34.2%>(1월 6일 우종환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MBN·매일경제 / 선거여론조사기관 : 알앤써치 / 조사일시 : 2022년 1월 4일~5일(2일간) /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방송뉴스 제목, '오차범위 내' 수치 두드러져
 
오차범위 내 수치를 제목에 쓴 방송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BS(2021/11/29), 채널A(2021/12/1), MBN(1/6), MBC(2021/12/13)
 오차범위 내 수치를 제목에 쓴 방송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BS(2021/11/29), 채널A(2021/12/1), MBN(1/6), MBC(2021/12/13)
ⓒ SBS, 채널A, MB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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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비교했을 때 오차범위 내 수치를 서열화한 방송보도의 절대량은 많지 않지만 더 두드러진 문제 유형이 있습니다. 오차범위 내 결과 값인데도 수치만 나열해 유권자에게 순위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큰 제목이 대표적입니다. SBS <[지지도] 이재명 32.7 vs 윤석열 34.4>(2021년 11월 29일 한세현 기자), SBS <[호감도] 이재명 40.7 vs 윤석열 37.4>(2021년 11월 29일 백운 기자), MBC <이 34.5 윤 38.7 심 4.5 안 5.9>(2021년 12월 13일 이학수 기자)는 모두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가 ±3.1%포인트'인데 오차범위 내 결과라 사실상 비교가 무의미한 수치임에도 수치만 제목에 실었습니다. 더욱이 모바일 등을 통해 '제목만 보는' 뉴스 소비자가 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신중한 제목 작성이 필요합니다.
 
오차범위 내 수치를 제목에 쓴 SBS 온라인기사(1/22 오후 3시 검색 기준)
 오차범위 내 수치를 제목에 쓴 SBS 온라인기사(1/22 오후 3시 검색 기준)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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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가 제정한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은 오차범위 내 결과일 경우 '수치만을 나열하여 제목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명시했는데요. 영국 공영방송 BBC '편집가이드라인 제10절 정치와 공공정책, 여론조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여론조사 결과 자체를 제목에 적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 영향력 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더 엄격하고 구체적인 여론조사 보도 규정을 만들어둔 것입니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위, 출처: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과 BBC 편집가이드라인(출처: BBC 홈페이지)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위, 출처: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과 BBC 편집가이드라인(출처: BBC 홈페이지)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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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지지도] 이재명 32.7 vs 윤석열 34.4>(2021년 11월 29일 한세현 기자), SBS <[호감도] 이재명 40.7 vs 윤석열 37.4>(2021년 11월 29일 백운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SBS / 선거여론조사기관 : 넥스트리서치 / 조사일시 : 2021년 11월 27일~28일(2일간) /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 MBC <이 34.5 윤 38.7 심 4.5 안 5.9>(2021년 12월 13일 이학수 기자)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MBC / 선거여론조사기관 : 코리아리서치 / 조사일시 : 12월 11일~12일(2일간) /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클릭 시 이동)

* 모니터 대상 : 2021년 11월 29일~2022년 1월 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2021년 11월 29일~2022년 1월 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이어지는 기사성격 다른 여론조사 직접 비교가 문제인 이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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