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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살다보면 새로운 형태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산부인과 동기부터 조리원 동기, (아이의) 문화센터 동기, 유치원 엄마들, 학부모 모임... 그렇게 아이로 인해 생겨나는 관계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통해 형성되어지는 이 관계는 때로는 그 어떤 우정보다도 깊고 깊은 운명공동체같은 관계를 형성해줍니다. 육아와 교육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한데 모여 끝없는 대화의 소재가 탄생하기 때문인데요. 매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카톡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SNS로 서로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공감하는 관계가 됩니다.
 
'엄마의 인간관계'가 아니라 '나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의 인간관계"가 아니라 "나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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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이나 가치관이 비슷하거나 취향도 잘 맞는 좋은 '아이 친구 엄마'를 사귀게 되면, 그보다 더 좋은 삶의 지원군이 없습니다. 삶의 고비마다 위로가 되기도 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같이 고민하기도 하고... 아이를 기르면서 그 관계는 참으로 좋은 동맹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사람의 일이 그렇듯, 이 관계 또한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소통도 잘 되고 관심사가 같다고 하더라고 모든 면에서 나와 같은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육아의 방향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나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내가 깨닫지 못한 부분을 배우기도 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기만 할 수 있다면 참으로 이상적이겠지만. 가끔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내 아이나,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도 있습니다.     

그럴 때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 '아이 친구 엄마'가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아이 친구 엄마'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새로 가르친다고 해서 내 아이도 꼭 같이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아이 친구 엄마'가 아이에게 무언가를 사주었으니 내 아이도 꼭 사주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내 아이에게 필요한 걸 내 아이가 원하는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엄마인 내가 하고 있어야 합니다.

엄마들의 모임에서는 많은 정보들이 끝없이 쏟아집니다. 시기마다 유행하는 놀이나 교육이 계속해서 바뀌어갑니다. 그 선택을 내가 '휩쓸리며'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내 가치관에서 점점 벗어나 엄마들의 이야기를 따라 흔들리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인간관계와 엄마들끼리의 인간관계가 늘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걸 굳이 힘들게 끌고 갈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들끼리 교류하며 아이들끼리도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의 사회생활에 엄마들끼리의 교류가 개입되는 것이 때로는 지나친 간섭이나 독이 되기도 합니다. 엄마의 관계는 엄마의 관계대로 성장시키고,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의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학교 학부모 모임'이나 '같은 학년 엄마들의 모임'처럼 조금 인원이 많은데, 교류가 활발한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부모의 참여가 많이 요구되어지는 학교일수록 그런 모임이 자주 만들어지고 교류도 활발해집니다. 그 속에서 많은 정보가 오가고 아이들도 자주 어울려 놀다보면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수가 함께하는 모임이 길어지다보면 어느 곳이든 완벽한 해피엔딩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여러 사람이 모일수록 화기애애함과 밝은 에너지가 커질수도 있지만 집단 속에는 결국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롭게 맞추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학년 모임을 갖는 엄마들은 모두 하나같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데, 돌아온 뒤에 되씹으면 씁쓸했던 대화의 조각들이 남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아이를 위해 엄마의 참여과 관계형성이 중요한 시기도 있지만, 그 속에서 나와 내 아이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흔들리고 있거나 상처를 받는다고 여겨질 때면 때로는 과감한 관계 정리도 필요합니다.

엄마의 인간관계가 곧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척도라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섞여있거나 지나치게 내달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귀은 작가님이 쓰신 <모든 순간의 인문학>이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진실로, 모여서 공허하느니 혼자서 충만한 게 낫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관계 속에 묻혀있다보면 결국 우리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마음이 채워지지 못하고 오히려 자꾸만 텅 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관계 속에 어떤 의도나 목표가 깃들어져 있다면 그 관계의 깊이는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사람은, 내 마음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한두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태그:#엄마,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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