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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사회, 청년들이 숨 쉴 틈 없는 현실입니다. 청년은 시대의 얼굴이 아닐까요. 청년들이 무엇에 분노하는가, 무엇에 웃고 열광하는가가 그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의 삶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변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청년들을 만납니다. 건조한 분석과 통계만으로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다양한 삶과 고충을 전부 표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청년들도 인터뷰하고 싶어요! 연락주세요! - 기자 말
 
'나'를 표현하는 사진
 "나"를 표현하는 사진
ⓒ 배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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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28세 청년 배준호씨를 만났다. 적어도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사람, 나를 위해서 상대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지역의 사람들이 수도권에 비해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없다는 문제인식을 가지고 사람들의 욕구가 충족되는 '장'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비영리 연예기획사 bcy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한 무료 공연을 진행하기도 한다.

같은 반 친구, 심지어는 친형과도 경쟁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화해야했고 인문학과 상담분야를 배우며 '나'를 파악하고 또 실천한다.

-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판 오분 전'이요. 사람들이 흔히 강아지들을 떠올리며 사용하는 이 말은 사실 씨름 용어라고 들었어요. 경기 중 선수들이 애매하게 함께 넘어졌을 때, 서로가 이겼다고 옥신각신 우기면서 무질서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 판을 고친다는 의미로 고칠 '개' 자를 쓰는 '개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개판 오분 전' 역시 그때 나온 용어라고 해요(한국전쟁 당시 피란민 대상 무료 배식 당시 솥 단지 판을 열고 밥을 나눠주기 5분 전이라는 뜻에서 쓰였다는 견해도 있다 - 편집자주).

우리 사회 역시나 사람들이 서로가 맞다고 우기고 싸우는 중에 정의나 규칙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각자가 서로를 존중하며 시합에 임 하는 '개판'을 오분 앞둔 격이죠. 이 때는 관객이고 선수고 모두가 판단력을 잃는 거 같아요. 지금 우리 사회도 심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이 '심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현시대에는 많이 부족 하다고 볼 수 있죠."
  
- 개판 오분 전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는 무엇일까요?

"수능이요. 모두가 불공평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개혁하기보다는 불합리한 체제 속에서 자기 밥그릇부터 챙기려고 해요. 그런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진실은 뒤로 미뤄지죠.

많은 사람들이 용납하는 부조리 중 하나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변혁을 이끄는 운동은 이 수능을 거쳐 대학에 합격한 대학생들이 주로 주도해왔어요. 아이러니 할 따름입니다. 각 계 각층의 교육 전문가(씨름판의 심판 역할)들은 수능 폐지론을 펼치지만, 규칙이 무너진 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많은 이들이 서로의 상황만을 우기기 바쁜 거 같아요.

선거도 마찬가지예요. 서로가 합의한 규칙과 심판의 판정은 무시한 채 서로 승자가 되려 우기는 형태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 선거 같아요. 이들은 심지어 경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서로 출전 자격을 논할 때부터 '개판 오분 전'이에요.

제대로 된 경기도 없고, 자기 승리를 주장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관객(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개인의 가치관)만을 고집하며 서로 자신이 이겼다고 우길 때, 개판 오분 전이 열려요."
  
- 우리 사회는 발전적으로 '개판'될 수 있을까요?

"기술이 발달할수록 지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가 되면 생각하기 싫어지는 거죠. 안타까워요.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지 않는 이상 비합리적인 사회가 발전하는 건 어렵다고 봐요.

갈등이 있고, 소모적인 삶이 주류인 사회가 반복되고 있지만 자기 환경을 스스로 바꾸려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기에 사회는 한걸음씩 나아갈 거에요. 과거에도 신분제가 있는 상황 속에서도 노비 출신 과학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자기의 환경을 스스로 바꿔보려고 노력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에요."
  
- 한국 정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동물의 왕국이에요. 흔히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이성의 존재 여부라고 하잖아요. 이성의 반대 개념은 본능이고. 오직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며 살아가는 동물과는 달리, 인간은 이성적 판단을 한다는 거예요. 동물은 한 치 앞의 현재만을 위해 살아가지만, 인간은 현재의 판단이 10년 후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하며 판단을 한다는 거죠. 하지만 정치판은 이성을 잃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에만 목을 매는 동물의 왕국이에요. 먼 미래를 크게 염려하지 않아요."
  
- 동물의 왕국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딱 봐도 실현이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이 대표적인 거 같아요. 그리고 서로 경쟁하던 후보들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면, 떨어진 다른 후보는 선거가 끝나면 곧 그 사람의 국민이 되잖아요? 하지만 미래의 국민과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살벌하게 싸워요."
  
- 정치인이 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나요?

"이불개기. 늘 하던 것부터 성실하게 빠지지 않고 할거에요. 자기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정돈을 하는거죠. 그리고 현안 공부를 먼저 할 거에요. 그리고 명상을 하며 '그게 최선이니?'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할 것 같아요."

태그:#청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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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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