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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미성년자, 아동 모두 '어른'이 되기 전, 즉 스스로 독립된 주체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를 규정하려는 단어일 테지만, 그 시도는 어쩐지 깔끔하지 못하다.
 청소년, 미성년자, 아동 모두 '어른'이 되기 전, 즉 스스로 독립된 주체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를 규정하려는 단어일 테지만, 그 시도는 어쩐지 깔끔하지 못하다.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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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이 익숙한 세 음절은 어떤 존재를 가리키고 있을까. 어린이와 어른의 중간 시기라는데, 어린이나 어른은 또 누구를 뜻할까.

법률을 찾아보면 그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다. 청소년기본법은 만 9세 이상~만 24세 이하를 청소년으로 규정하지만,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이다. 또 민법과 형법의 경우 미성년자를 각각 만 19세 미만, 만 14세 미만으로 정한다. 아동복지법의 아동은 만 18세 미만이다.

청소년, 미성년자, 아동 모두 '어른'이 되기 전, 즉 스스로 독립된 주체성을 가지지 못한 존재를 규정하려는 단어일 테지만, 그 시도는 어쩐지 깔끔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사회는 너무도 쉽게 '어른이 아닌 자'를 구분해내고 주체성을 빼앗는다. 이미 어른으로 인정받은 자들이 방향키를 쥔 탓에, 그렇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는 자주 묻히고, 무시된다. '아직 어리다'는 말과 함께.

고령화가 가파른 지역의 경우 더 그렇다. 충북 옥천 인구 5만184명 중 19세 미만 인구는 단 6195명(약 12.3%, 2021년 11월 기준). '성인'에 비해 청소년 관련 사업이 적은 배경이다. 다섯 손가락에 간신히 꼽히는 청소년 공간이 그 대표 예.

하지만 지역 청소년들은 지지 않고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 더 많은 청소년 공간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와 함께 여러 활동을 펼치며 지역사회에 존재를 뚜렷이 드러낸다. 의견을 분명히 말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며,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품는다. 나이와는 관계없이, 누구든 같은 무게와 깊이로 지금을 살아내고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런 옥천 청소년 활동을 들여다 봤다. 그 다채로움을 ▲사회참여 ▲경제참여(사회적경제) ▲정책참여 ▲교육자치 ▲공간자치로 나누어 살폈다. 여기서는 사회참여와 경제참여, 정책참여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옥이네> 2022년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그 자체로 역동적이다. 그에 응답하고, 장을 펼쳐주는 지역사회의 역할 역시 중요함을 알게 된 순간. 청소년이 더 살기 좋은 지역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옥수수> 보도지면 (제공 : 옥천신문)
 <옥수수> 보도지면 (제공 : 옥천신문)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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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펜을 잡는다. 좋아하는 취미나 친구 소개 등 일상부터 공유 킥보드 위험, 교내 무료 정혈대(생리대) 비치, 불평등한 교칙, 기후위기 심각성 등 사회 문제까지 청소년의 눈으로 풀어낸다.

바로 옥천신문 청소년기자단 '옥타브'다. 옥타브 기사는 금요일마다 발행되는 주간지 <옥수수>에 실려 주민과 만난다. 지역 곳곳에 숨은 청소년의 이야기가, 옥타브를 통해 널리 울려 퍼지는 셈이다.

옥타브는 기사 작성 외에 청소년 노동 인권 강연을 듣거나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와 광주공동체라디오로 견학을 다녀오는 등 여러 활동을 펼쳤다. 그렇게 함께 공부하고 체험하며 세상을 보는 관점을 넓혀간다. 그를 토대로 자신만의 음색도 다듬어 간다. 그 목소리를 찾아, 두 명의 청소년 기자를 만났다.

김지슬씨 "청산에서 계속 학교 다닐 수 있도록..."

새해 청산중학교 졸업 예정인 김지슬씨는 '청산에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지난해 11월 5일 자 <옥수수> 13호) 기사를 통해 청소년 학습 공간이 부족한 면 지역 현실을 알렸다. 같은 달 열린 청소년 의회교실 5분 발언을 통해서도 군 차원의 마땅한 지원을 요구했다.

"시험 기간이 돼도 공부할 공간이 없어요. 같이 모여 조별 과제를 할 공간도 없어 불편하죠."

청산면 학생들이 하교 후 공부할 곳은 청산문화의집이나 카페 정도다. 그마저도 문화의집은 소란스럽고, 카페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이런 상황이니 청산 학생들은 스터디카페나 학원을 가기 위해 옥천읍부터 영동, 보은, 더 멀리는 대전으로 향한다. 하지만 교통편조차 편치 않다.

"버스나 차를 타고 30~40분 나가야 해요. 밤늦게는 대중교통이 없으니, 돌아올 땐 부모님이 차로 데리러 오시죠. 그럴 여건이 안 될 경우엔 그냥 집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교통 불편은 청산면 내에서도 존재했다. 면 소재지와 다른 마을 사이 버스 운행은 오후 6시면 거의 다 종료되기 때문.

"저녁까지 친구들과 학교 축제 준비를 했었어요. 인정리에 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버스가 끊겨서 택시를 부르려 했죠. 그런데 택시도 운행을 안 하더라고요. 많이 늦은 시간도 아니고 6시 조금 넘은 때였거든요."
 
김지슬(17)씨
 김지슬(17)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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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험은 "청산에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야 할지" 낙담시켰다. 고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부족한 공부 공간과 불편한 교통은 앞으로 청산에 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하는 큰 문제다.

"옥천에서 읍을 제외하고 초·중·고가 다 있는 곳은 청산밖에 없는데, 공부할 공간도 없고 학원도 없으니까 다른 지역으로 많이 가더라고요."

실제로 많은 학생이 옥천읍이나 영동·보은 등의 고등학교로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습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지 생활을 택하는 것.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청산에서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김지슬씨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 있는 공간을 활용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청산면 다목적회관은 낮에는 주민들이 이용하시는데, 6시가 되면 문을 닫거든요. 그럴 때 청소년 공간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새로 건물을 짓는다면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없으니까요."

"원고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더 관심이 갔어요." 학교 국어 선생님의 권유로 기자단에 합류하게 됐다는 김지슬씨. 원고료에 관심이 컸다며 솔직한 지원 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아르바이트가 하고 싶었지만, 옥천읍을 오가야 하는 등의 이유로 부모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런 그에게 청소년기자단은 열심히 글을 쓰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기회였다. 청소년 목소리를 알림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조금이나마 자립할 수 있는 길이었던 셈.

"청소년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직접 이야기하지 않으면 어른들은 알지 못해요. 그런데 무언가를 바꿀 힘은 대부분 어른이 가지고 있잖아요.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직접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김성훈씨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바뀌길 바랄 순 없어요"

"학교에선 스마트폰 수거 때문에 아침마다 떠들썩해요."

지난해 6월, 전북 전주에서 안내면으로 이주한 김성훈씨는 현재 옥천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는 '스마트폰 자율화, 그 당연한 권리'(12월 3일 자 <옥수수> 17호)라는 기사로 교내 휴대전화 수거 문제를 짚었다. 옥천고는 모든 학생의 스마트폰을 일괄적으로 수거한다. 충북산과고, 옥천여중, 옥천중 등 지역 학교 대부분 비슷한 상황. 이것이 부당한 이유를 기사는 논리정연하게 전달하고 있다.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이나 옥천고 교칙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일은 부당해요. 국가인권위원회도 인권침해라고 판정했죠."

충북교육공동체헌장 제10조는 '학생은 사생활의 자유를 가지며 개인 물품을 소지·관리함에 있어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학생의 휴대전화를 수거한 학교에 대해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권고 조치를 한 바 있다.

옥천고 교칙은 '스마트폰 이외의 전자기기는 사용 금지'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은 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스마트폰은 수거하고, 아이패드나 노트북 사용에는 별다른 제제가 없다. 교칙 실행이 일관되지 않은 셈.

김성훈씨는 '스마트폰 자율화는 사람들과의 연락이나 SNS 등 개인 편의뿐 아니라, 정보 접근성 보장을 위함'이라고도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그 중요성은 더 컸다.

"이전 학교에 다닐 때, 인근 다른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어요. 마침 휴대전화를 안 낸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됐죠. 학생들이 학교에 말하니까 그제야 밀접접촉자를 찾고, 대응이 시작됐어요."

옥천고는 이러한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교칙을 개정하고, 이에 대한 교육 3주체(학생, 학부모, 교직원) 토론회를 지난해 12월 22일 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스마트폰 소지는 허용하되 교육적 목적을 위해 제한한다'로 개정된 교칙의 구체적 실행법을 토의하는 자리였다. 개정 내용에 따르면 조례 때 스마트폰을 수거해 종례 때 반환하는 것은 이전과 같지만, 쉬는시간·점심시간에는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 소지가 허용됐으니, 발전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성훈씨는 스마트폰 자율화 외에 군의회 이용수·유재목 의원을 만나 청소년 정책 계획을 묻는 기획 기사를 쓰기도 했다. 향후엔 폐교 활용법이나 면 지역 청소년 이동권 기사를 작성해볼 예정. 직접 발로 뛰며 지역을 취재하는 일은, 기자단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렇게 옥타브는 청소년과 지역 사이 다리를 놓는다.

"옥타브는 청소년이 지역에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갈 기회인 것 같아요. 반대로 지역도 옥타브의 기사를 통해서 청소년에게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겠죠."

그는 옥타브 활동 이전부터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청소년특별위원회 등으로 활동해 왔다.

"아무 것도 안 하면서 바뀌길 바랄 순 없지 않을까요. 막연하게 손 놓고 있지 말고, 조그만 일이라도 해보면서 청소년 스스로 힘을 키울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당장 바꾸지 못하더라도 계속 목소리를 내면 언젠가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 <학교에 매점 열고, 카페 차리고... 요즘 청소년들의 찐경제>(http://omn.kr/1x3qr)로 이어집니다.

태그:#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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