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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돌로 만든 식탁과 의자, 여름철 산꾼들에게 유용한 쉼터다.
▲ 돌 의자와 식탁 널찍한 돌로 만든 식탁과 의자, 여름철 산꾼들에게 유용한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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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은 춥기로 유명한 동네다. 매스컴에 혹한 예보가 나가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곳이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 꽁꽁 얼어붙은 정월 초이틀, 금수산 얼음골을 가기로 한다. 

요즘 얼음골이 '여름 난로와 겨울 부채'의 처지가 아닐까. 지금이야 찾는 이가 드물지만, 몇 달만 지나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곳.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말이 떠올라 목적지를 정하긴 했는데 잠시 망설인다.

혹시 눈이 쌓여 미끄럽진 않은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심상치 않을 텐데. 그래도 한번 맘 먹은 이상 악천후만 아니라면 진행하는 게 원칙이다.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래서 사람들이 찾지 않을 듯한 얼음골을 방문하는 것이 나름 의무라는 생각도 한다.

제천시 수산면 능강교를 건너 주차장에 도착하니 먼저 온 차들이 여러 대 있다. 인근에 자리한 천년고찰 정방사를 찾는 신도, 얼음골이나 수산면 일대 트레킹하러 오는 사람일 게다. 

얼음골 생태길은 제천 자드락길 3구간이다. 1993년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 세계인의 걷기 성지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올레길 열풍을 타고 지리산 둘레길, 소백산 자락길, 제천 자드락길이 생겼다.

자드락길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을 말한다. 얼음골 생태길은 청풍호반과 어우러지는 산촌과 숲 속 맑은 공기, 계곡물을 따라 걷는 구간이다. 전체 거리는 5.4㎞로 얼음골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 3~4시간 걸린다.
 
정교하게 쌓은 돌탑이 100여미터 가량 이어진다.
▲ 돌탑 정교하게 쌓은 돌탑이 100여미터 가량 이어진다.
ⓒ 제천단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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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눈덮인 자갈길을 10여분 걷다보면 정교하게 쌓은 돌탑이 나타난다. 민가가 두 채 보이고 그 앞에 대형 얼음탑이 있다. 100여 미터 같은 듯 다른 모양의 돌탑이 즐비하다. 절로 두 손이 모아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숲길은 바람 하나 없이 포근하다. 눈보라가 칠 것으로 예상했던 얼음골과는 딴판이다. 예단은 금물이고 현장을 가봐야 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겨울산은 동면하는 뭇생명의 엄마 품속이다. 기분인지 모르지만, 나뭇가지는 곧 싹을 틔울 듯이 통통하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 은은한 산새의 노래가 물 흐르는 소리와 화음을 이룬다.

어느덧 만당암을 지난다. 만당암은 능강리 상수도 발원지로 계곡의 보를 막은 곳이다. 여름이면 널찍한 바위에 앉아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잎과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다. 눈 덮인 만당암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통나무 다리를 지나 울퉁불퉁 돌길을 걷는다. 자칫 미끄러질 수 있기에 준비한 등산용 스틱을 꺼내 든다. 보폭을 줄인다. 겨울산은 절대 얕봐서는 안 된다. 산행의 최우선 요소는 안전이다. 
 
취적대를 구성하는 취적폭포와 취적담(조그만 소)
▲ 취적담 취적대를 구성하는 취적폭포와 취적담(조그만 소)
ⓒ 제천단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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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눈덮인 바위를 보며 한걸음씩 올라가면 취적대를 만난다. 취적폭포와 취적담은 고고함을 자랑한다. 바로 옆에 화강암체가 만들어낸 암석단애와 절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눈으로 덮힌 돌길에 여러번 미끄러진다. 너덜길은 발목에 많은 부담을 준다. 얼음골 까지 완주하고 싶지만 시간상 발길을 되돌린다. 하산길 양지 쪽은 질퍽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물로 변했다. 녹은 눈에 낙엽이 축축하다. 해가 지면 기온이 떨어져 빙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입춘이 지났다. 우수도 멀지 않았다. 또다른 얼음골의 모습을 기약하며 산행을 마무리한다.
 
얼음골 생태길은 물론 인근 정방사길 등을 표시해준다.
▲ 얼음골 생태길 안내표지판 얼음골 생태길은 물론 인근 정방사길 등을 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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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제천단양뉴스, #단양 , #이보환, #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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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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