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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 설마 그 이야기일까? 헛웃음만 끌어내는 그 이야기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삶은 달걀, 그 이야기에서 시작해 감자와 호박, 브로콜리, 죽순, 옥수수, 복숭아, 시금치, 연근, 콩나물 등 갖가지 채소와 라면, 파스타, 누룩 등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식재료들에 우리 삶을 빗댄 바로 그 이야기이다. 

밋밋한 듯, 평범한 듯 달걀컵에 올린 달걀을 그린 그림을 하나 놓고, "삶은 달걀.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어"라는 글귀 하나.

그렇지.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지.
 
"삶은 달걀,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어."
 "삶은 달걀,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어."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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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은 달걀"이라는 농담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을 뿐 거기에 숨은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뒤이어 "삶은 감자"라니!

작가는 흙 속의 감자 무더기와 지렁이 세 마리를 그려 놓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조금씩 나아가."

그렇지.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조금씩 나아가지.

"삶은 호박. 단단한 껍질 속에 달콤함이 숨어 있고, 삶은 파스타. 딱딱함은 어느 새 부드러워져."

이제 장면마다 작가가 어떤 재료에 빗대 인생의 무엇을 이야기할지 기대했다가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삶이 막막했다가 "우르르 솟아날" 때가 있고, "달콤함이 점점 차오르"다가는 "지쳐 늘어질" 때가 있음을, 맛있는 옥수수가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가 실제로는 아기 머리만한 브로콜리가 우리 삶 전체를 가리는 커다란 숲이 됐다가 구멍이 숭숭 뚫린 연근이 우리가 헤매는 길에서 우리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한 이 장면들 속에서 조용히 읊조리고 있다. 

책이 책방에 도착하자마자, 삶에 대한 혜안이 돋보이는 이 사랑스러운 책을 펼쳐 본 나는 책방에 오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내 방의 한 켠에 쌓아두고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동탄그물코 오이책방지기 김진경 
주소: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심상가2길 8 로하스애비뉴 205호
전화: 031-8015-220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삶은 달걀과 감자와 호박

안소민 (지은이), 옥돌프레스(2021)


태그:#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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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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