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맨 왼쪽)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맨 왼쪽)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비정규직 철폐 농성의 죗값은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는 비정규직 철폐 농성을 주도한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그와 함께 재판을 받은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이들은 2018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여러 차례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퇴거 요청에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4층 복도나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농성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수억 지회장에게 일반교통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이들 1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모두 합쳐 21년 2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일었다. 모두 실형 구형이었다(관련 기사 : '구형 징역 5년' 김수억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왜 눈감나?" http://omn.kr/1w8t7).

김수억 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검찰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떤 중죄를 저지른 것인가", "법대로 해달라고 절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 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가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를 바로 잡아달라"라고 호소했다.

재판장 "불법 파견이나 비정규직,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청와대 앞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심 선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와대 앞 집회를 연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심 선고 결과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선일 재판장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의 주장에는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불법 파견이나 비정규직,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맞는다고 본다. 제도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 피고인들의 주장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법원은 그 주장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다만 그 주장을 대외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지는 실정법 해석 문제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 "해당 청사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방법으로 출입해서는 안 된다. 기소된 피고인들의 행위는 그런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을 한다"라고 말했다.

김수억 지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김 재판장은 "법적 구속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른 이들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2명),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3명), 벌금 200만 원(2명), 150만 원(5명), 벌금 100만 원(4명)을 선고했다.
 
▲ 1년6개월 선고 받은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장 “불법에 맞선 노동자에게 유죄 판결”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김 지회장은 선고공판이 끝난 후 이날 선고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늘 이 법정은 불법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죄를 물었다. 상식과 정의는 함께 죽었다"라고 말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제대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불법 파견을 저지른 재벌들을 처벌하고 바로 잡겠다고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은 법대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약속을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그 절박한 목소리는 갇히고 말았고 오늘 이렇게 중죄를 받게 되었다."

김수억 지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정책은 거짓이었다"면서 "비록 우리는 유죄선고를 받았고 2심이나 대법원에서 다시 감옥에 갈 수밖에 없겠지만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촛불을 배신하고 비정규직을 배신한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 맞서 윤석열·이재명 후보 중 어느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오로지 재벌 편에서 서서 노동자를 가두고 더 착취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태그:#비정규직 투사, #김수억 지회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