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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6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독일모델 어디까지 가볼까 : 독일의 정치시스템과 한국의 정치개혁' 세미나를 마치고
▲ 독일모델은 한국 정치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19년 6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독일모델 어디까지 가볼까 : 독일의 정치시스템과 한국의 정치개혁" 세미나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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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왜 이리도 갈등이 심한 것인가. 현대경제연구원이 2016년 '사회적 갈등의 경제적 효과 추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7위다. 그에 반면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7위 하위권으로 이것이 정책 지연, 생산 중단, 인명과 재산의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은 지역 갈등, 노사 갈등, 이념 갈등, 빈부 갈등, 세대 갈등, 남녀 갈등, 종교 갈등, 공공 갈등을 들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펴낸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갈등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갈등(87.0%)이고, 그 다음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79.0%), 경영자와 노동자 간의 갈등(81.6%),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 간의 갈등(75.1%),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71.3%) 순으로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한 갈등이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면 그 갈등을 조정하는 조정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적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데, 오히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의 정점에 정치가 자리 잡고 있으며 국회는 갈등을 조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권을 향해 '제발 싸우지 말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우리의 정치인들이 이전투구의 싸움판에 늘 빠져있는 것이 그들의 인성 탓일까.

대선을 보며 다시 펼치게 되는 책 
 
조성복 저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 지금 우리에게 어울리는 민주주의는? 조성복 저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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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의 저자 조성복은 이러한 갈등사회의 해결책을 독일 정치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심화되는 불평등, 정치가 대안이다'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는 독일과 한국의 선거제도, 정당시스템, 정부 형태를 차근차근 비교하면서 정치가 어떻게 사회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설명한다.

그는 정치의 양극화에 대해 "선악의 정치라는 이분법으로 경제정책과 사회적 갈등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며 "이분법으로 규정하면 정치가 불가능해진다. 서로 주장하는 바의 이유를 국민에게 내놓고, 그것으로 선거에서 경쟁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과 공존이 정치의 룰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해서는 "노동시장이 두 단계로 분절되는 이중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다"고 지적하며 "이는 생산성 저하, 국가혁신 성장에 문제, 사회적 불평등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양극화 해법으로 "경제 개혁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시스템 개혁에서 시작된다"며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하고 포용성장과 혁신성장이 어우러지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당사자인 나는 30년 가까이 장애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열악한 장애인복지 현실 곧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그 양극화 현상 심화의 근본원인이 잘못된 정치, 특히 양당제에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개선하는 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현실정치에 들어오게 되었다.

양당제 기득권 타파를 외치는 '국민의당' 창당에 함께했고, 더 나아가 지역감정을 없애고 사회통합 이루기 위해 '바른미래당' 창당에도 함께했다. 그동안 양당이 주도하던 국회에 제3당이 조정자로 자리 잡으면서 유의미한 정치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하지만 역시 한계는 있었고, '국민의당'에서 '바른미래당' 다시 '국민의당'으로 제3지대 정당이 출범한 지 약 5년이 지난 지금 그 정치실험은 견고한 양당제 하에서 다시 좌절된 듯 보인다.

저자 조성복은 그 원인을 양당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단순다수제 같은 선거제도에서 찾고 있다.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다당제, 의회중심제를 주축으로 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고 분배와 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은 2019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긴 했으나 여전히 양당제, 대통령중심제의 '다수제 민주주의' 국가다. 과거 국가 주도 경제발전을 추진하는 데는 유리했으나, 고도성장이 멈춘 이후 분배 문제를 해결하고 다원화된 국민 요구를 수렴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독일은 민심이 투표 결과에 100% 반영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다당제가 성립되고 심지어 기민당(CDU)과 사민당(SPD)이 연정을 하는 등 연립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다반사다.

저자 조성복은 독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군소 정당의 원내 진입, 연정을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민주주의 시스템인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한국도 승자독식 사회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성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당득표율이 정당 의석수를 결정하면 국회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입법 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고, 유권자도 사표가 될 것을 염려해 차악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이로써 승자독식 사회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민심이 100%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바꾸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극악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까닭이다. 더 나아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 복지국가들처럼 '합의제 민주주의'를 도입할 때도 되었다. 사회적 이슈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면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고 사회갈등비용을 줄여나가며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한국 정치도 연정 실험을 해야"
 
지난 2017년 9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도전'이란 주제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 특별강연' 후 기념 촬영
▲ 슈뢰더 "한국 정치도 연정 실험을 해야" 지난 2017년 9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도전"이란 주제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 특별강연" 후 기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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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독일은 진보적인 사민당과 보수적인 기민당이 연립정부를 세울 정도로 연정이 자연스럽다. 지난 2017년 국회에서는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 초청 강연이 있었는데, 그는 "사민당과 기민당의 연정은 동서독 통일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면서 "한국에서도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연정을 하는 경험을 해보라"고 건의했다. 말하자면 그런 연정의 경험은 통일을 미리 예행 연습한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처럼 우리 사회에 '합의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은 통일된 한민족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시일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루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지만 현재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사회발전의 필수요소로 갈등관리 능력을 꼽는다. 그는 '사회갈등은 불확실성을 높여 생산적인 경제행위를 억제하는 데다, 경제행위에 써야 할 자원을 분산시킨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갈등 관리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제인 만큼, 사회갈등을 풀어나가는데 총력을 다해야할 것이다.

여기에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은 합의제적 의회 민주주의의 기틀을 놓은 모델국가로서 독일의 정치모델과 선거제도가 우리 정치의 나갈 길에 어떠한 도움이 될 것인지를 밝혀주고 있다. 대선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전투구의 극악한 갈등 현장을 다시 목도하면서 "우리는 시민들의 거대한 촛불로 국민주권의 훼손과 민주주의의 후퇴는 막았지만,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고 정치를 선진화하는 제도개혁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는 저자 조성복의 탄식이 귀를 울린다.

독일 정치, 우리의 대안 - 승자독식 사회에서 합의제 민주주의로

조성복 지음,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2018)


태그:#조성복, #독일정치, #합의제 민주주의, #갈등지수, #갈등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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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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