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4 06:08최종 업데이트 22.02.1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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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29 ⓒ 청와대 제공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 위원들이 대표하는 계층과 분야를 알아본 적이 있다. 탄소중립위원회가 개별 민간 위원들이 대표하는 계층 또는 분야를 밝히고 있지는 않기에 공개된 주요 경력과 약간의 품을 더해 8개 분과 75명의 출신을 정리해보았다.

노동계 1명, 너무했다!

민간위원 선정은 전문가, 지역, 여성, 청년 등 다양한 분야를 고려하는 고차방정식이다. 그러나 필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8개 분과 민간 위원 75명 중 전문가 그룹 34명(45.3%), 시민사회 그룹 17명(22.7%), 산업계 13명(17.3%), 종교와 행정조직 각각 4명(5.3%), 언론 2명(2.7%), 노동 1명(1.3%)으로 나타났다. 고차방정식이어야 한다는 당위에 걸맞지 않은, 편의적이고 기계적인 선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동계는 1명인데, 민주노총의 위원회 참여 거부로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있다. 공석 자리에 대한 한국노총의 요구는 거부당한 것으로 들었다. 숫자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계는 공정전환분과위원회로,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등 종교계는 국민참여분과위원회로 할당하는 기계적 안배다.

노동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공정한 전환'에만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양대 노총이 노동의 이해관계를 다 반영하지도, 할 수도 없다. 노동계 쿼터를 양대 노총에만 배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폭넓은 대변자를 반영하고, 다양한 분과위원회에 배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 민간위원으로는 현대자동차 부사장, SK E&S 대표이사, 한국철강협회 회장, 벤처기업협회 회장, 한국시멘트협회 회장,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이 위촉되었는데, 이 명단에서 자동차 협력사, 철강 협력사, 지방 중소상공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영향을 받는 지역 대표 등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에 과도한 의존

한편 전문가 그룹은 대학교수(21명), 공공기관 소속 연구자(10명) 등 절반에 가까운 45.3%로 과대 대표되어 있다. 탄소중립위원회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했다면, 애초 기계적으로 위원들을 위촉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민간위원들의 역할은 위원회에서 자신이 속한 계층 또는 분야를 대표하여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전문 지식이 필요하면 전문가의 학식과 경험의 도움을 구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많은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포진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민간위원이 된 전문가들이 본인들의 학식과 경험 외에 다른 이해관계를 대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위촉된 민간위원들은 자신이 대표하는 계층 또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대표성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이는 <'공정한 전환'을 위한 한국적 맥락 탐색 : 석탄발전 부문을 중심으로>(한빛나라 외, 2020)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주체의 대표성이 낮고, 참여자 또한 자신이 대표하는 구성원의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적 합의의 내용을 실행할 정도로 영향력이 부재(p.157)"하다고 한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위촉직 위원 77명 중 정부 부처 추천 인사는 34명(44%)이며, 추천 경로가 불분명한 위원들이 43명(56%)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위원이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개인적 인맥에 따라 추천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는 정황이다.

대표성 강화

2021년 6월말 현재 법률과 대통령령에 근거한 행정기관위원회는 총 622개이며, 이 중 대통령, 국무총리,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된 행정위원회가 42개, 자문위원회가 580개다. 위원회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위원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기관 운영의 견제와 감독자 역할을 그리고 분야별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문 또는 조언 역할을 하는 것이 위원회 설립의 취지다.

그러나 위원회의 실상을 보자면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이 대부분이다. 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학식과 경험은 주무 행정기관의 역량이나 자문 계약을 통해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공공재와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책 및 전달 방식 결정과 관련하여 부족한 것은 각 영역 전문지식에 의거한 자문이나 조언이 아니다.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계층 또는 분야를 대표하는 위원들을 위촉함으로써 다원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위원회를 구성한 후에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때그때 도움을 구해도 된다. 계층 또는 분야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각 영역 전문가들에 비해 요식적인 절차주의에 이용될 확률이 더 작다고 믿는다.

* 필자 소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석사를 받은 후 미네소타대학교에서 HRIR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경영학부에서 조직 행동과 고용 관계를 가르치고 있다. 앞으로 2~3년 동안 공공 부문의 고용 관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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