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15 13:36최종 업데이트 22.02.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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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나라 밖으로 위험한 신호들을 내보내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 맞설 때나 문재인 정권과 갈등할 때보다 훨씬 위험하게, 조국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을 때보다 훨씬 위험하게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일요일인 13일, 그는 서울 송파에 있는 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을 약 30분간 만난 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우리 안보와 한·미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한편, 페이스북에 "한미동맹 강화"라고 적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네오콘(신우익·신보수)의 핵심이다. 매파 중의 매파다. 공화당 주류와 기독교 보수세력에 친화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가 네오콘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가 그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데서도 나타난다. 보수 진영을 끌어안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이다.

윤석열 후보를 만나기 이틀 전에 '한반도 평화 서밋'에 참석한 펜스는 '강한 한미동맹이 북한 비핵화를 이끌 것'이라며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현지 시각 12일 하와이에서 나온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에서 인도태평양전략이 언급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요즘 미국이 말하는 한미동맹 강화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발산하는 '매파 중의 매파'와 윤석열 후보가 함께하는 이미지가 연출됐다. 이런 모습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그니엘서울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 국민의힘 제공

 
전쟁 억제 기능 약해지는 한반도

윤 후보는 2월 3일 TV 토론 때 '취임 후의 정상회담 순서'를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에 이어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 뒤 중국·북한 지도자를 만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금 정할 필요는 없다'며 피해가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미국부터 만나고 중국·북한·일본을 차례로 만나겠다'고 답하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남북회담부터 한 뒤 한미회담과 4자회담을 열겠다'고 답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안철수 후보가 일본을 맨 끝에 둔 데 비해, 윤석열은 일본을 두 번째 위치에 배치했다. 한일정상회담은 한일관계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남북관계나 한반도 평화에는 당장의 효과를 주지 못한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발언권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을 2위에 배치한 것은 심정적 동조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주장 등으로 북한·중국을 자극하는 데다가 미국·일본의 공격적 대외정책에 편승하는 윤 후보의 발언들은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발언이 실제적 안보 위협을 초래하지는 않을 거라는 인식도 상당 부분 깔고 있는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적당히 북·중을 비판하고 미·일과 밀착하는 것이 안보환경을 크게 손상시키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동아시아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정세가 거칠게 돌아가고 있다. 타이완 해협에서 중국군과 타이완군(대만군) 사이에, 중국군과 미군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은 한반도도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불안정성이 고조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관계에 중대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의 발언들은 이런 흐름을 무시하거나 간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관계는 1950년·1968년·1969년·1993년·2002년에 현저했다. 1950년에는 전쟁까지 갔다. 푸에블로호 영해침범 사건(푸에블로호 나포 사건)과 EC-121기 영공 침범 사건(EC-121기 격추 사건)이 있었던 1968년·1969년에는 미군이 북한 해상을 봉쇄하는 상황까지 갔다. 1993년·2002년에는 핵위기 상황까지 갔다.

1968년·1969년·1993년·2002년에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있었지만, 1950년처럼 실전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이는 1968년부터 미국이 베트남전쟁으로 수렁에 빠지고 1969년에 닉슨 독트린으로 아시아정책을 수정하면서 미중관계가 크게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중국과 제휴하게 됨에 따라, 미중관계가 데탕트(긴장완화)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이 상호 충돌을 자제하게 됐고, 이는 북·미 충돌을 억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1968년·1969년의 해상봉쇄와 1993년·2002년의 핵위기가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은 데는 중국의 태도가 중요한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전쟁을 억제하는 기능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제1기 오바마 행정부 후반부인 2011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확실히 달라졌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협력 노선과 견제 노선을 배합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오바마 때 나타났고, 견제 노선이 주류가 되는 인도태평양전략이 트럼프 때부터 가동됐다.

타이완 해협에서 증명되고 있듯이, 미·중 충돌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전쟁 억제적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 주변에서 돌발하는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핵위기 같은 상황이 실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인도태평양전략 이전에는 한국 보수나 극우가 전쟁을 부추겨도, 미·중 협력기조 때문에 그것이 위기를 크게 고조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억제 요인이 약해졌기 때문에, 그런 선동이 실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만 낳은 뒤 끝날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일본 극우에도 우호적인 신호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집권 이후로 일본의 극우는 자민당 주류 세력이 됐다. 이것이 아베 신조라는 괴물의 출현으로 연결됐다. 사진은 2020년 5월 25일 코로나19 긴급사태 전면 해제를 선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네오콘뿐 아니라 일본 극우를 상대로 호의적 신호를 발산하는 것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미중관계뿐 아니라 일본 국내 정치에서도 환경 변화가 있었음을 감안하지 않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극우는 냉전시대에는 미국 때문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그랬다가 1990년을 전후한 탈냉전과 그 후의 자민당 약화를 틈타 세력을 늘려가다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집권 이후로 자민당 주류 세력이 됐다. 이것이 아베 신조라는 괴물의 출현으로 연결됐다.

네오콘은 약해졌지만, 일본 극우는 여전히 막강하다. 이들은 일본 경제력과 자민당 간판을 활용해 미국과의 협력 수준을 대등 관계로 바꿔나가고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상당 부분은 실질적으로 이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그런 일본 극우를 상대로 윤석열 후보가 우호적 신호를 발산하고 있다. 이런 신호가 계속 발산되면 일본 극우가 한층 더 고무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북한·중국의 우려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안보 상황이 그만큼 위태해질 수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타이완 해협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한반도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치지도자들은 발언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이 뜻밖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보수층 결집을 목적으로 위험한 신호들을 내보내고 있다. 경우에 따라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발산하고 있다. 지금 그가 자극하는 대상들은 문재인·박근혜 정권이나 조국·추미애와 차원을 달리한다. 위험한 상대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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