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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 2월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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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 지역의 독립을 승인하고 러시아군 진입을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이 스스로 선포한 공화국이다. 2014년에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여왔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러시아의 경제 군사적 지원을 받아왔지만, 돈바스는 분명한 우크라이나 영토다. 이곳에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을 배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유럽 등 서방과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관련 기사: 푸틴 '군대 진입' 초강수에... 바이든, 제재 명령 '맞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으로 간주하며, 오는 24일로 예정됐던 미러 외교장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외교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를 분명히 했다"라고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사회가 최근 수년 만에 최악의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라며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일방적인 독립 승인은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 기사]
외교부 "우크라이나 교민 아직 잔류, 대사관 안 떠난다" http://omn.kr/1xgs3
문 대통령, 우크라 사태에 "국민 보호 가장 중요, 최선 다할 것" http://omn.kr/1xgqk

"현대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만들었다"는 푸틴의 세계관 
 
러시아 장갑차 호송대가 지난 1월 18일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서유럽에선 이를 침공의 전초전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장갑차 호송대가 지난 1월 18일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에 탱크와 기타 중화기를 보유한 10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으며 서유럽에선 이를 침공의 전초전으로 우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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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가입을 포기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나토군의 동진(東進)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작년 12월 푸틴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 "서방은 나토군이 동유럽으로 더 이상 1인치도 확장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우리를 5차례나 속였다"라며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왜 협박이라고 하는가"라고 강변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가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동유럽은 빠르게 서구화됐다. 나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비롯해 루마니아,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을 가입시키며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유독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일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전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 진입 명령을 발표하는 연설에서 잘 나타난다. 

푸틴 대통령은 "현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더 구체적으로는 볼셰비키, 공산주의 러시아에 의해 만들어졌다"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 문화, 종교 등에서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크림반도를 떼어주고 서구화를 방치한 니키타 흐루쇼프,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 과거 소련 지도자들을 거칠게 비판했다.
 
푸른색으로 칠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지도 갈무리
 푸른색으로 칠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지도 갈무리
ⓒ 나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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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방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역사를 잘못 알고 있거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AP통신 부사장이자 동유럽 특파원을 지낸 존 다니제브스키는 "우크라이나는 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지난 수 세기 동안 국경이 여러 차례 바뀌는 분쟁 지역이었다"라며 "18세기 말 예카테리나 대제 통치 기간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삼키지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련 붕괴가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한탄하는 푸틴 대통령은 표트르 대제부터 이오시프 스탈린까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밑에 두려고 했던 지도자들의 길을 따르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국제법에 의한 주권 국가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블라디미르 레닌의 '발명품'이며, 당시 레닌이 실수로 자주권을 부여함으로써 우크라이나에 국가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이는 역사를 오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스탈린처럼... 제국의 부활 꿈꾸는 푸틴?
  
단순히 안보적인 측면에서 나아가, 푸틴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개인적인 야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러시아의 동유럽 패권을 회복하려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목표 추구에 있어 나토를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토 측은 "우리는 철저한 방어적 동맹이며,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 영토의 1인치도 욕심내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및 유라시아 전문가인 키어 자일스는 미 N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러시아 역사의 주인공으로 보고 있다"라며 "러시아 영토를 확장했던 과거 지도자들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으려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반드시 되찾아야 할 이상적인 목표"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최근 힘과 자신감을 키웠고,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서방과 손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오랜 목표를 펼칠 적절한 순간이 왔다고 느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과거 누렸던 영광을 되찾는 노력에 매우 감정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장소인 동시에, 불행한 희생양"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의 야심, 서방은 막을 수 있을까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거부하고, 동유럽에 진출하기 전인 1990년대 수준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토 가입 여부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보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미국과 유럽은 당장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북한, 이란도 상대해야 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들어가면 제3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것"이라며 군사적 개입을 꺼리고 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 및 러시아 수석을 지낸 피오나 힐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전망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또한 러시아를 지금보다 더 압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라며 "제재를 가하려면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미국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싸움은 날카로우면서도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면서 우크라이나를 가지려는 노력을 강화해왔고, 그는 (최대)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칼자루는 푸틴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러시아가 먼저 움직이면 서방이 대응해왔던 것처럼, 러시아 측은 이번에도 군사적 카드를 꺼내 들면서 서방의 양보와 보상을 받아내 최소한 '무승부'라도 거둘 여지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태그:#우크라이나, #나토, #블라디미르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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