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3 19:13최종 업데이트 22.02.2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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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대 대선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선거일인 3월 9일까지는 아직 2주나 남았는데 무슨 소리냐 하실 분들도 있겠네요. 하지만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전 오늘(2월 23일) 투표하고 왔습니다.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국민과 선거 기간 동안 외국을 방문해야 하는 국외부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재외선거가 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전 세계 115개국, 219개 투표소에서 진행되고 있거든요.
 

싱가포르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선거 투료소 모습 ⓒ 이봉렬

 
해외에 거주 혹은 체류하고 있는 재외국민의 수는 대략 200만명이 넘는 걸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 중 이번 20대 대선에 투표하겠다고 미리 신청을 한 유권자는 22만 6162명입니다. 세종시 유권자수 26만여명과 비교해 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1위와 2위의 표 차가 39만여 표 정도니까 박빙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 재외국민의 표심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도 있겠습니다.

22만 6162명 재외국민 투표 시작

그럼 재외국민들은 주로 어느 정당에 표를 줬을까요?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전체 득표율이 51.55%였지만 재외선거만 놓고 보면 득표율은 42.80%였습니다. 반면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전체 득표율이 48.02%였지만 재외선거 득표율은 56.7%를 얻었습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문재인 후보는 전체 득표율 41.08%, 재외선거 득표율 59.17%를 얻었습니다. 두 번의 대선 결과만 본다면 재외선거는 민주당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20대 대선 투표 일정. 3월 4일과 5일에 사전투표가 있습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선거가 끝나면 다음 순서는 사전투표입니다. 3월 4일 금요일과 5일 토요일 이틀에 걸쳐 실시되는 사전투표는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전국 어디서나 가까운 투표소에서 할 수 있습니다. 주소지에 따라 정해진 투표소를 찾아 가야 하는 선거 당일 투표보다 훨씬 편리합니다. 다만 투표용지에 기표하고 바로 투표함에 넣는 대신 투표용지를 우편봉투에 넣어서 투표함에 넣는 과정이 하나 더 있을 뿐입니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 명에 육박하는 이 때에 사전투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3월 5일 이후 9일까지 나흘 동안 하루 20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모두 80만 명이 코로나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D-20, 대선 벽보 준비 완료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20일 앞둔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선거 벽보들을 살피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 확진자 및 격리대상자의 경우 지난 14일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당일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별도로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1시간 30분밖에 안 되고, 코로나에 걸린 상태로 투표소에 가는 것 자체가 꺼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투표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일과 5일 사전투표기간과 9일 선거일 투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 아무래도 기회가 있을 때 투표를 하는 게 투표를 못하게 되는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80만 표면 분명 당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공식 선거일인 9일은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투표가 진행되고 앞서 이야기한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투표가 저녁 7시 30분까지 이어집니다.

재외선거도 사전선거도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별도의 투표시간도 모두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투표소에 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유권자들을 위한 거소투표, 선상투표 역시 마찬가지며, 투표소가 멀어서 가지 못하는 재외국민을 위한 우편투표도 논의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법과 제도가 좋아도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민주화 이후 처음 실시된 13대 대선이 89.2%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후 투표율은 계속 떨어져 17대 대선에서는 63%를 기록했습니다. 18대 대선부터 다시 올라가기 시작해서 지난 19대 대선의 투표율은 77.2%로 회복이 되었지만 역대 최고였던 3대 대선 94.4%에 비해 17% 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고, 13대 대선에 비해서도 아직 12% 포인트가 낮은 상태입니다.
 

재외 투표를 위해 해외 교민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 이봉렬

 
재외국민들은 그 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투표소를 찾기 위해 버스로 기차로 비행기로 몇 시간을 투자합니다. 물론 선거일이라고 해서 쉬는 날도 아니고 휴가를 따로 주지도 않습니다. 그러고도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75.3%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재외국민에 비해 투표하기가 한결 쉬운 환경입니다. 재외국민의 열심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정치인들이 무서워하는 건 투표하는 유권자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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