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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화두중 하나는 '기회의 공정'이다. 하지만 대선의 룰 자체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다. 득표율에 따라 선거비용을 보전하기 때문에, 다득표가 어려운 후보와 정당의 경우 적극적으로 선거 비용을 쓰기 어렵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질 기회인 TV 토론회에 출연할 자격도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의 후보, 직전 선거 전국 유효 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의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이 5%가 넘는 후보만이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토론회에 초청받을 수 있다.

지난 22일 밤 11시, 대선 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한 소수정당 후보간의 비초청 토론회가 열렸다. 비록 시청률이 저조한 심야 시간대에 토론이 아닌 각자의 공약 발표 형식이었지만, 소수정당 후보들에게는 가뭄 속 단비 같은 토론회였다. 각 후보들은 짧은 발표 시간 속에서도 거대 정당 후보들이 이야기하지 못하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오준호 "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면 나는 포퓰리스트 하겠다"
 
오준호 후보는 기승전 기본소득이 아닌 기본소득 승전결이라며, 기본소득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 공약을 발표하는 오준호 후보 오준호 후보는 기승전 기본소득이 아닌 기본소득 승전결이라며, 기본소득이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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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기호 5번)는 상징과도 같은 기본소득 공약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는 첫 번째 발표에서 "일할 수 있으면 일해서 먹고 살고, 일할 능력 없는 사람만 돕자, 이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다"며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권리로 보장하는 월 65만 원 기본소득 공약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증세를 말하지 못하고, 재벌 기업만 돈 버는 개발공약, 또는 일자리 수백만 개 만든다는 공약만 늘어놓고 있다"며 거대정당 후보의 일자리·재분배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기본소득을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윤석열 후보에게 "교수 부모 아래 넉넉한 가정에서 자라 10년간 돈 걱정 없이 고시 공부"했다며 "부모 기본소득을 받았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국가가 기본소득 주는 걸 왜 반대하나"고 꼬집었다.

또한 오 후보는 심상정 후보의 주4일제 복지국가도 비판했다. 그는 "심 후보의 주4일제는 고용이 안정된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혜택을 본다"면서 "기본소득 없으면, 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은 일을 쉬면 소득이 줄어 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의 마지막 발언 1분은 동물에게 돌아갔다. 그는 "많은 후보들이 반려동물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저는 반려동물을 넘어 야생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 등 모든 동물의 권리에 주목한다"면서 "인간의 권리와 함께 동물의 권리도 말하는 후보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백윤 "우리 사회를 노동조합 공화국으로 만들겠다"
 
이백윤 후보는 1000만 개 국가 책임 일자리를 만들고 모두 공기업 정규직으로 채용을 약속했다.
▲ 공약을 발표하는 이백윤 후보 이백윤 후보는 1000만 개 국가 책임 일자리를 만들고 모두 공기업 정규직으로 채용을 약속했다.
ⓒ 오마이뉴스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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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이백윤 후보(기호 7번)는 그의 슬로건처럼 '사회주의'를 토론회 내 강조했다. 그는 첫 발표에서 "우리 사회를 노동조합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면서 "국가책임 일자리를 만들고, 정규직·공기업 일자리를 만들어 민주노총에 가입시켜 활동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재벌과 보수 언론이 노조를 청년 일자리 뺏는 이익집단으로 만든다며 비판했다. 이어서 "사내유보금을 1천 조나 넘게 쌓아놓고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이 바로 재벌"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서 이 후보는 대학·학벌 폐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노동인권·페미니즘·생태 교육 확대, 청년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을 공약했다.

김재연 "노동조합을 권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
 
김재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지방을 희생하는 도시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 공약을 발표하는 김재연 후보 김재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지방을 희생하는 도시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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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김재연 후보(기호 12번)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700만 노동자까지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전국민노동법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노조 가입률이 높아야 더 좋은 정치를 만들 수 있다"면서 "노동조합을 권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농민의 권리 보장에도 앞장섰다. 그는 개발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을 비판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고압 송전탑, 산업폐기물 시설 등으로 인한 무자비한 농촌 파괴를 중단시키겠다"고 엄단했다. 또한 농민기본법 제정, 농민수당 지급 등으로 '농정대전환'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마지막 발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치혁명을 이뤄낼" 후보라며 다시 한 번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수정당 후보들 TV에서 더 볼 수 있을까

거대정당 후보간의 토론회는 한 차례 더 예정되어 있지만, 소수정당 후보간의 토론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동일한 3억의 기탁금을 내고도 같은 자리에서 토론할 기회, 심지어 상호 토론할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함에 토론회 내에서도 후보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소수정당 후보들에게도 공정한 토론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태그:#대선, #토론회, #오준호, #이백윤,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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