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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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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을 말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조선사가 아닌 갈등과 투쟁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납니다."  

25일 모처럼 활짝 웃음꽃이 핀 영도조선소 단결의광장에서 심진호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지회장이 회사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렸다. 3명의 노동자가 손배가압류 등 노조탄압에 맞서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고, 1명은 민주노조 운동 과정에서 의문사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한진중공업은 매우 부정적인 단어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것들은 역사 속으로 보내고, 이제 김진숙 조합원을 HJ중공업의 첫 복직이자 첫 정년퇴직자로 새기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회사를 향해 감사의 말을 건넸다.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순간이었다.

노동자 당연한 권리를 외쳤다는 이유로 37년 해고

대한민국 최장기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7년 만에 영도조선소로 복직했다. 그의 해고기간은 37년, 일제강점기 35년보다 긴 시간이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동안 회사의 사명은 대한조선공사에서 한진중공업을 거쳐 현재까지 세 번이나 바뀌었다.

1986년 회사의 이익만 대변하던 어용노조를 비판하다 대공분실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그 길로 해고됐던 김 지도위원은 항상 다른 노동자들의 곁에 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가 일상화된 현장에서 이들 '소금꽃'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가운데 2011년 85호 크레인 농성은 상징적인 싸움이다. 여성 해고노동자가 수십여 미터 고공에 올라 1년 가까이 농성하면서 대량 해고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외침에 5차례나 희망버스를 타고 전국의 누리꾼·시민들이 김 지도위원과 함께했다.

306일간에 달하는 농성 끝에 구조조정 철회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이후 김 지도위원의 동료들은 모두 현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회사의 강한 반대로 정작 김 지도위원만큼은 공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정년이 코앞으로 다가온 2020년 6월이 되자 김 지도위원은 미루고 미뤄왔던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반드시 복직해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 열사가 일하던 곳으로 가겠다"라고 밝혔다. 노동운동 과정에서 얻은 암 투병과 수술도 그런 그를 막지 못했다. 매일같이 출근선전이 이어졌고,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걷는 도보 행진에 나섰다. 동료들은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펼쳤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매듭을 풀기는 쉽지 않았다. 사측의 입장은 완고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노사가 2장의 문서를 들고 전격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재도약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 새 경영진이 복직에 마침내 합의하면서다. 노조도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시점을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의 말마따나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는 의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로부터 이틀 뒤, 노조가 공장 내에서 연 복직행사에는 1차 희망버스 당시 함께했던 고 백기완 선생의 영정이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 옆에는 거리의 신부인 문정현 신부가 함께했다. 문 신부는 "37년의 해고는 지나친 처사였다"라며 "김 지도위원이 복직이라는 이름으로 이제야 (희망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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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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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열렸다"

노동시민종교인 연석회의 공동대표를 맡은 송경용 신부, 송경동 시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 등은 약속이나 한 듯 이제 미래로 가야 한다는 말을 언급했다. 희망버스 제안자였던 송경동 시인은 "승객들이 이 자리를 축하하고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며 "희망버스 또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전 교육을 들으며 노동자 세상을 꿈꾸었다"라던 양경수 위원장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지표인 김 지도위원의 길을 따라 걷겠다"라고 말했다. 윤장혁 위원장은 "수많은 노동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직은 굳은 신념과 37년 동안 비타협적인 투쟁의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쌍용차지부 김정우 전 지부장은 신발을 선물하며 오랜 해고자의 복직을 반겼다. 그는 "37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음고생이 너무나 많았다"라며 다른 노동자들과 준비한 민중가요를 축하곡으로 불렀다.

"정문 앞에서 단식을 해도 안 되고, 애원을 해도 안 되고, 피가 나도록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오늘에야 열렸습니다. 37년입니다. 검은 보자기 덮어쓴 채 어딘지도 모른 채 끌려간 날로부터 37년, 어용노조 간부들과 관리자들 수십 수백 명에게 아침마다 만신창이가 된 채 공장 앞 도로를 질질 끌려다니던 그 살 떨리던 날로부터 37년입니다. 경찰들이 나서 집을 봉쇄하고 영도로 들어오는 시내버스를 불심검문하고 공장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닭장차에 군홧발로 짓이겨 넣던 그 억장 무너지는 날로부터 37년입니다."

이러한 축하 속에 마이크를 잡은 김 지도위원은 자신이 해고됐던 그 시절부터 떠올렸다. 그는 준비한 발언을 하는 내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연신 눈시울을 훔치던 그는 "첫 노조이자 생애 마지막 노조인 금속노조 한진 조합원의 동지였다는 것이 가장 빛나는 명예이고 큰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 낡은 한진중공업 작업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박창수 열사가 입고 끌려갔던 옷, 김주익 지회장이 크레인에서 마지막까지 입었던 작업복, 재규 형이 도크바닥에 뛰어내릴 때 입고 갔던 그 작업복... 강서의 시신에 입혀줬던 그 작업복은, 탄압과 분열의 상징이었던 이 한진중공업 정복은 제가 입고 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미래로 가십시오.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리고 더 이상 갈라서지 않는, 이 단결의광장이 조합원들의 함성으로 다시 꽉 차는 그 미래로 거침없이 당당하게 가십시오."

새로운 회사 경영진과 정치권을 향해서도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단 한 명도 자르지 말고, 누구도 울게 하지말고, 하청노동자들을 차별하지 말고, 다치지 않게 해달라"며 "정치인들은 하루 6명의 노동자를 죽여온 기업주가 아닌 유족의 말을 듣고, 어제 동료가 죽은 현장에 일하러 가는 노동자의 말을 들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만났을 때 언급했던 사안을 재차 강조했다. 끝까지 그의 마지막 말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했다.

"차별하는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들 그들이 목숨 걸고 외치는 말을 들어야 차별이 없어집니다. 동일방직, 청계피복, YH, 수많은 7~80년대 해고노동자들, 삼화고무를 비롯한 부산지역 수많은 신발공장 노동자들, 3~40년을 해고자로 위장취업자로 빛도 이름도 없이 살아온 그 억울한 이름들을 이제나마 불러주십시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맺힌 한을 풀어주십시오, 아사히, 아시아나, 건보공단, 도로공사 비정규직들, 수많은 노동자의 눈물을 씻어주십시오."

김 지도위원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던 37년간의 싸움을 마친다"라며 "힘내십시오. 끝까지 웃으면서 투쟁"이라고 외쳤다. 조선소 작업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던 그는 이날 복직하자마자, 바로 퇴직했다. 그의 말대로 마치 하루가 37년 같은 날이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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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진숙, #복직, #퇴직, #한진중공업, #85호크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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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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