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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사회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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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아 기다려라
이 만화에서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위와 같은 훅으로 큰 인기를 끈 마미손의 노래 '소년점프' 1절은 '한국 힙합 망해라'로 끝난다. 만화에선 주인공이 죽지 않듯 정치계에서도 절대 죽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586 기성정치인'이다.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정치씬에 등장한 386은 586을 지나 이제는 686으로 향해 가고 있다. 20대 국회 개원 당시 평균연령 55.5세였던 국회의원들은 임기가 끝날 무렵 환갑을 넘게 된다. 이재명(59), 윤석열(63), 심상정(64), 안철수(61) 등 주요 대선 후보들도 60대다. 민주화 이후로 30년 넘게 정치계를 주름잡고 있는 이들은 만화에서 절대 죽지 않는 주인공들과 같다. 선거 때마다 다음 선거에는 청년들을 공천에 세대교체를 이뤄내겠다고 공약하지만 늘 허울뿐인 말들이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당 쇄신 방안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청년 공천을 30% 이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청년을 30% 공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결과는 15%에 그쳤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45세 미만 청년 50%를 공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9%였다. 폐단을 없애고 새롭게 한다는 뜻의 '쇄신'은 사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진부한 레퍼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대선을 두고 청년들 사이에서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만큼 뽑을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686 기성정치인들은 여타 할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선거 때면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반값등록금' '일자리 양산' '최저임금 인상' 등과 같은 청년 공약들도 이번 대선에선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각종 퍼주기식 공약들이 채웠다. 이를 두고 청년들은 "우리가 기회를 달랬지 언제 돈 달랬냐"면서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혀를 찼다.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를 앞둔 청년들의 반응은 호감으로 발전하고 있지 않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뷰가 발표한 지난 2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도는 41%,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46%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 가까워진 만큼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지만, 해당 여론조사 연령별 조사를 보면 20대에서는 이재명 후보 32%, 윤석열 후보 35%로 전체 여론조사 결과값에 비해 각각 9%P, 11%P씩 낮았다. 
  
출처. 윤석열 후보 트위터
 출처. 윤석열 후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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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비전도, 목표 지향적인 공약도 없는 가운데 조롱 섞인 말들이 오가면서 유권자 입장에선 피로도만 쌓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의 SNS 조롱를 두고는 '도가 지나치다'는 이야기마저 나올 정도다. 안철수 후보의 기사와 함께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안 후보를 조롱했고, 이재명 후보의 SNS에도 예의 없는 댓글을 달아 각종 화젯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논객일 때나 하던 일을 당 대표가 돼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후보 시절 전부터도 '최저임금·주52시간제 폐지 시사' '불량식품' 논란에 휩싸이더니 토론회에선 'RE100' '주택청약'에 관한 답변을 못했다. 게다가 지난 2월 25일 토론회에서는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준 낮은 안보관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민주당은 어떤가. 제 후보 감싸기가 선을 넘었다. 나는 이재명 후보가 한 '우리나라도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난 이유가 초보 정치인 때문' 발언은 잘못됐다고 본다. 그런데도 조정식 민주당 선대위 특임본부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의 기축통화는 준기축통화를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경기도 관광공사에 내정됐었던 황교익 칼럼리스트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멍청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때문'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을 두둔했다. 해명과 두둔이 아닌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대목인데도 말이다. 180석을 얻고 자신감이 생긴 민주당은 어느 순간부터 과거 보수정당이 했던 '꼰대짓'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트위터
 출처.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트위터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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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나오는 온갖 논란은 청년들에겐 피로로 다가온다. 비전과 공약이 있어야 할 대선이 조롱과 망언으로 채워지는 걸 보면 '한국 정치 망해라'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망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이 망하고 민주정권이 들어선 것처럼 말이다. 3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있는 686 기성정치인들은 절대 죽지 않는 만화 주인공이 돼선 안된다. 거칠게 말한다. 686 기성정치인들이 망해야 한다. 마침 민주화 이후로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기성정치인들이 망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이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끝자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더 '망해야 한다'.
 
미래당 서울시당 이성윤 대표
 미래당 서울시당 이성윤 대표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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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태그:#대선, #대통령선거, #기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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