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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표지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표지
ⓒ 역사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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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계사로 아날로지적인 사고훈련을 하려는 데에는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바로 '전쟁을 저지하는 것'이다.

(*아날로지- 유비類比 또는 유추類推라고 옮겨지는 말로 비슷한 사물을 연관해 사고하는 방식이다.)
 
신간도 아닌 구간을, 무려 6년 전에 출간된 책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를 꺼내 든 건 물론 책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시 보기 위함이었지만, 저자가 프롤로그에 밝힌 집필 목적 때문이기도 했다. 세계사 책을 쓰면서 '전쟁을 저지하는 것'이야말로 지식인에게 부여된 초미의 과제라는 표현에 묘한 감동을 하여 밑줄을 그었었다.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는 재영 일본 대사관과 재러시아 연방 일본 대사관 출신의 논객 사토 마사루가 제국주의, 민족 문제, 종교 분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방대한 세계사를 정리한 책이다. 사토는 당시 총리였던 아베 정권을 편의점 앞에 한데 모여 담배를 피우는 동네 불량배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거침없는 입담으로 유명한데, 지식의 방대함도 어마어마해서 지금까지 100여 권이 넘는 책을 낼 정도이다.

서두에서 '전쟁을 저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건만, 당시(2015년) 저자가 걱정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22년 현실로 나타났다. 사토 마사루는 "이 지역(우크라이나)에서는 내셔널리즘이 글자 그대로 인간을 살해하는 사상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못 박는다.

제국주의, 민족, 종교의 관점에서 바라본 우크라이나 

사토 마사루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인이 지닌 복잡한 정체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는 서부와 동부・남부에서 역사와 민족의식이 저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서부의 중심인 갈리시아 지방은 원래 폴란드왕국의 영토였고, 오스트리아제국의 합스부르크령이 되었다가 1차 대전 후 다시 폴란드령이 되었고, 2차 세계대전 후에야 소련령이 된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동부는 17세기에 이미 러시아제국령으로 편입되었고,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을 틈타 잠시 독립을 선언했다가, 1920년에 다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으로 편입된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는 러시아와 관계가 밀접한 지역이다.

친러파가 점거한 동부・남부는 러시아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주민이 다수파를 차지했다. 종교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정교회를 믿는다. 그러므로 동부・남부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민족이라는 자각을 그렇게까지 강하게 지니고 있지 않았다.

이와 달리 서부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우리는 결코 러시아인이 아니며 우크라이나인이다'라는 우크라이나 민족의식이 강하다. 종교도 교황의 지휘감독 하에 들어가 있었던 우니아트교회 신자가 다수였다.

앞서 이 책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가 제국주의, 민족 문제, 종교 분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세계사를 본다고 했는데, 그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세 가지 키워드가 모두 집약된 장소다.

제국주의 키워드로 보자면 우크라이나는 동방으로의 진출을 꾀하는 유럽 열강과,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나가고 싶은 러시아가 부딪힐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중추국(Pivot state)'이다(미국의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우크라이나를 잃은 러시아는 유럽에서 멀어져, 더 아시아에 가까운 나라가 된다'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강한 열망을 표현했다).

민족 문제는 위에서 설명했듯이 서부와 동부, 남부의 정체성이 다르다. 그리고 종교 분쟁의 키워드로 보자면 러시아의 국교인 러시아정교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988년 러시아의 국교로 지정된 러시아정교회가 러시아인의 정체성 형성에 불가결한 요소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러한 러시아정교회를 받아들인 것은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의 대공이었던 블라디미르 1세 VladimirⅠ다. 그렇다면 키예프 없는 러시아를 상상할 수 있는가, 혹은 우크라이나 역시 원초주의적인 의미에서는 러시아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긴 글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서두에 인용한 저자의 집필 목적에 집중해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어떤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읽어야 하는가?
 
하나의 사실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나와 다른 관점이나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있어도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이 내셔널리즘 시대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띠게 된다.

사토 마사루는 오늘날의 세계를 신제국주의 시대라 칭하며 1914년에 시작된 세계대전이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사람들의 정신이 공동화(空洞化)하는데, 이 빈 곳을 메울 가장 강력한 사상이 내셔널리즘이다.
 
신제국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내셔널리즘이 다시금 소생하고 있다. 합리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내셔널리즘은 근현대인의 종교라고도 할 수 있다. 종교인 이상, 누구든 무의식 차원이라 하더라도 내셔널리즘을 각자의 내면에 품고 있다. 내셔널리즘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해 역사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껏 누군가 필자에게 종교를 물으면 '무교'라고 대답했는데,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셔널리즘이라는 종교가 나를 사로잡았는지 모르겠다. 살기 위해 우리 모두에게 다양한 견해가 필요한 지금이다.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 복잡한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

사토 마사루 (지은이), 신정원 (옮긴이),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2016)


태그:#우크라이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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