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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니히우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동쪽 도시 체르니히우에서 소방대원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8일째인 이날 체르니히우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체르니히우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동쪽 도시 체르니히우에서 소방대원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 건물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8일째인 이날 체르니히우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최소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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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은 미국과 서방의 대리전쟁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보는 것은 겉모습만 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본질은 제국주의 미국과 패권국가 러시아의 대결이다. 물론 미국 편에는 나토와 친미국가들이 줄 서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서방의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와 재래식 전면전을 치루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탄약, 소총, 대공미사일, 대전차무기 등 재래식 전면전에 필요한 모든 무기를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2월 26일 우크라이나에 3억 5천만 달러의 군수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독일은 대전차 무기 1000개와 스팅어 미사일 500개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2021년 한해에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은 10억 달러를 넘는다. 이중 상당 부분은 미국과 나토의 중화학무기이다. 나아가 2004년과 2014년 우크라이나 친미정권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은 수백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푸틴, 재래식 전쟁 한계로 인해 핵 위협으로 전쟁구도 전환 시도
 
푸틴은 핀셋 공습으로 방공망과 지휘부를 무력화 시킨 뒤 참수부대를 키예프(키이우)로 보내 친러정부를 세우고자 하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미사일 방어망과 대공무기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과 공습을 견디고 있다. 서방의 단순하고 효율적인 대전차 무기는 러시아 전차의 전격전을 지체시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러시아의 자원은 고갈되고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의 군사자원은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넘쳐나고 있다. 사실상 러시아 혼자서 미국과 나토의 군사력과 대결하고 있는 셈이다. 푸틴이 핀셋 공격이 여의치 않자, 주요 도시에 대규모 육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광대한 영토와 서방의 재래식 무기 지원으로 이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전투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러시아의 경제적 능력은 유례없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푸틴의 선제공격과 친미 여론으로 인해 국내외 여론도 푸틴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강대국 러시아의 약소국인 형제 나라에 대한 잔인한 침공'이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푸틴은 결국 핵전쟁 카드를 꺼내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27일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외무장관이 핵전쟁 가능성을 부정하는 등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사진은 2021년 8월 23일 모스크바 외곽 패리어트 공원에서 열린 국제군사포럼 'Army-2021' 개막식 연설 중인 모습.
 푸틴 러시아 대통령(자료사진). 사진은 2021년 8월 23일 모스크바 외곽 패리어트 공원에서 열린 국제군사포럼 "Army-2021" 개막식 연설 중인 모습.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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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리전쟁으로 쿠바사태보다 더 높아진 핵전쟁 가능성
 
쿠바 사태 당시 미국은 소련이 대응할 수 없는 근거리인 이탈리아와 터키에 핵미사일을 배치했다. 또한 미국은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쿠바를 침공했다. 이처럼 미국의 위협에 직면한 소련과 쿠바는 쿠바에 소련의 핵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에 케네디 대통령은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핵전쟁에 대비할 것을 요청하고 "쿠바뿐만 아니라 모스크바까지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소련에게 통보하였다. 미국은 플로리다에 25만여 명 정규군과 천여 대의 전투기를 집결시켜 쿠바 공격을 준비하는 한편 8척의 항모와 수백 척의 군함을 동원하여 쿠바를 봉쇄하였다. 나아가 미국은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준비시켰다. 특히 B52 핵 폭격기 등 미국의 1000여대가 넘는 전략폭격기는 핵폭탄을 실은 채 영공에서 24시간 대기하였다.

실제로 미소의 군사충돌이 발생했다. 미국의 U-2 정찰기가 쿠바 영공에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어 조종사가 사망하였다. 다른 미군 전투기들도 쿠바 영공에서 대공포 사격을 받았다. 같은 날 미국의 구축함이 소련의 핵잠수함을 추적하면서 훈련용 폭뢰를 투하하였다. 이를 실제 공격으로 착각한 소련의 핵잠수함은 핵 어뢰를 발사하려다 마지막에 취소하였다.
  
푸틴, 전략핵은 미국에 대한 위협이지만 전술핵은 우크라이나에 사용 가능
 
푸틴의 핵무기 동원 시나리오는 일단 전략적 모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면 미국과 서방의 개입과 지원을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략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선언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경우 푸틴은 전쟁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포기를 협상조건으로 내걸 것이다.

전술적 모델은 미국과 서방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 국내외 여론의 악화 등으로 궁지에 몰린 푸틴이 전쟁을 조속히 끝내기 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2020년 미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러시아는 해군 820기, 공군 530기, 육군 100기 등 2천여기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밀집시설에 대해 미사일 등 전술핵을 사용하면서 주변의 민간인까지 살상하여 핵무기의 공포를 극대화시켜 서방이 아니라도 최소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의 피해도 충격적이지만, 핵무장 국가 간에 전략적인 신뢰가 깨지면서 전 세계는 전략핵무기 사용의 공포에 휩싸인다. 핵전쟁 비상 사태에 있어 보복이란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단 한치의 실수와 착오가 생기면 수백발의 핵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이다.

중국과 북, 영국과 프랑스 등 모든 핵무장 국가가 최후의 승자가 되고 미러의 동맹을 통한 보복공격을 피하려면 단 한발의 미사일 발사를 신호로 전 세계는 사실상 멸망으로 가는 것이다.  푸틴은 그 공포를 이용하여 미국 및 나토와 협상할 수 있다.

외교 참사로 핵전쟁 위기 초래한 사례들
 
쿠바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의 외교실패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쿠바사태는 미소간의 직접적인 군사대립이었지만 실제 전쟁으로 가지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러의 간접적인 군사대립이지만 참혹한 대리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쿠바 사태는 흐루쇼프, 케네디, 카스트로의 상호 불신과 국정운영 시스템의 미비로 전면적인 핵전쟁 직전까지 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빈의 미소정상회담에서 흐루쇼프는 베를린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굳히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베를린 사태로 미소간 핵전쟁이 발생하면 당시 미국 인구의 절반이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발은 후 "핵전쟁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장벽이 낫다"며 장벽을 용인하였다. 반면 케네디는 미국의 피그만 침공에 대해 사실상 사과를 하였지만 자신의 핵실험 제한 협정 제안이 흐루쇼프에 의해 거부당했다.

흐루쇼프는 자신이 유약한 케네디를 눌렀다고 생각하고 쿠바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고자 하였다. 이에 소련의 베를린 장벽 건설과 쿠바침공 실패로 지도력을 훼손당한 케네디가 강경하게 대응하였다.

바이든의 반중반러 노선이 신냉전 조성 
 
우크라이나 사태는 바이든의 좌충우돌 안보정책이 빚은 최악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은 이슬람세력을 분열시키는 것, 러시아와 중국을 봉쇄하고 이들의 연합을 막는 것, 북과 같은 도전국가의 싹을 미리 자르는 것이다.

미국의 주류 세력은 테러와의 전쟁 동안 중러북에 의한 정치경제적 위협이 증가했다고 보고, 중동에서 철수하고 중러북에 집중하고 한다. 문제는 임기초반의 바이든이 아프간 철수를 제대로 지휘하지 못함으로써 군통수권자로서의 무능력함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자신의 실책을 엉뚱하게도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강행에서 보상받으려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치밀한 준비 없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대결에 몰입해 중국과 북은 오히려 여유로워진 상황이다. 나아가 미국이 전선을 확대함으로써 중러북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본인의 블로그(https://ohhangang.blogspot.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우크라이나전쟁, #쿠바사태, #나토, #바이든,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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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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