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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미나에 오시는 부모님들이 많이 꼽는 참가 이유는 '사춘기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싶어서'이다. 그 걱정도 이해는 된다. 10대의 아이들은 알 수 없는 존재일 때도 있지만 부모님들이 미리 너무 걱정하거나 설레발을 칠 필요는 없다. 잘 모르는 울퉁불퉁한 도로를 갈 때는 천천히 가면 된다.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겪으면서 아이들은 자라기 때문이다. 두 번의 칼럼에서 부모들이 흔히 갖는 오해, 미신 몇 가지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오해 1] 내가 지금 아이의 기분을 수용하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진다
 

아이와 대립하고 있을 때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기는 쉽지 않다. 약속시간이 지나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하기에 화를 내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세미나에서 배운 대로, "네가 화가 났구나. 그럴 수 있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어"라고 말하면 아이가 내는 부당한 화를 인정하는 거고 잘못된 아이의 행동이 옳다는 의미라고 흔히 생각들 하신다. 한마디로 부모가 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이므로 우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러므로 어떤 감정이라도 가능하다고 인정하고 수용하자. 이것은 아이의 버릇을 나빠지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는 부정적인 것이라도 자신의 고유한 감정이 인정을 받으면 앞으로 그 감정을 인식하고 통제할 힘을 기르게 된다. 옆으로 밀어 두고 안으로 묻어 둔다고 부정적인 감정이 없어지진 않는다. 쌓였다가 위험하게 폭발하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자. "네가 화가 났구나. 그럴 수 있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 폰은 내일 다시 주겠다"라고 하면 된다. 다투지 마시라. 아이들의 감정은 인정, 기분은 수용해 주고, 행동은 이미 약속한 것을 실행에 옮긴다.

[오해 2] 아이는 계속 배워야 하기 때문에 훈계를 쉬면 안 된다

물론 아이의 뇌는 성장 중이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 우리는 아이가 끊임없이 교훈을 받아들이고 매 시간 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10대의 아이들에게 학습은 그렇게 일어나지 않는다.

과장되게 말해서 부모가 하는 말의 90%는 아이들의 귀에서 잔소리로 치환되어 튕겨나가고 있다. 그래도 10%는 알아듣겠지 하면서 잔소리의 폭탄을 퍼붓지 마시라. 아이는 부모와 대화를 하기 싫어하고 점점 더 사이는 멀어진다. 연결감은 끊어진다. 

아이와 함께할 때, 지금이 가르침을 줄 순간인지 유대감을 강화시킬 순간인지 구별해야 한다. 10대 아이와 대면할 때는 거의 대부분이 연결감을 키우는 순간이라고 보면 얼추 맞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와서 '이제 클로이와는 진짜 끝이야. 너무 실망이야'라고 했다. 부모로서 올바른 리액션은 무엇일까?

1. 또, 또 싸웠니? 너랑 걔는 궁합이 안 맞나 보다.
2. 뭘 또 그렇게 말해. 네가 조금 혼란스러운 거지. 내일 되면 생각 달라질걸.
3. 친구들이랑은 사이좋게 지내야지. 네가 뭐 잘못한 거 없어?

세 가지 중에 하나의 답을 고르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기에는 답이 없다. 아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릴 것이다. '궁합이 안 맞는다'는 것은 아이가 어떤 아이라고 판단을 내려버리는 것이고 '또, 또'라는 것은 이번 행동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 싸우는 아이라고 단정 짓는 말이다. 물론 아이가 친구와 화해를 하게 되면 머쓱해지는 말이기도 하다.

'혼란스러운 거다'라는 말은 친구에게 실망하거나 혐오하게 된 아이의 감정을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해 주지 않고 부모의 해법을 바로 내세우는 것이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고? 유치원 때 배운 거다. 아이가 모를까?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을 주고 싶은가? 본인에게 적용하시라. 그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이 상황은 티칭 모멘트가 아니라 커넥팅 모멘트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렇게 반응하자. "이런, 클로이랑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속상하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 항상 아이의 감정을 일단 수용하고 이야기를 더 청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부모와 연결되어, 부모 앞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글쎄 클로이가...'하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야기를 하다가 대부분의 10대 아이들은 답을 찾아간다. 부모가 교훈을 직접 주지 않아도 된다. 

[오해 3]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이니 친구들을 감시해야 한다

하긴, 술도 담배도 마약도 처음에는 누군가의 소개가 있다. 나쁜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을 다 차단하거나 필터로 거르거나 멸균을 할 수는 없다. 

호주에서 이민자 입장에서 뼛골빠지게 비싼 돈 내고 사립학교를 보내도 이런 일은 피할 수 없다. 심지어는 홈스쿨링을 해도 아이들은 사이버에서 위험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우리는 이 시대에 아이들을 온실 속에서 가둬 놓고 키울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시 연결감이 답이다. 부모와 아이가 커넥션이 단단하다면 아이는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으며 위험해질 상황에서 그 위험을 캐치하고 거절할 수도 있다. 또래의 압박도 견딜 수가 있다. 무엇보다 부모와 유대감이 강한 아이들에게는 유혹의 손길이 덜 온다.

가출한 아이가 쉽게 위험에 빠지는 것은 아이에게 뒤가 없다는 사실이 바로 간파당하기 때문이다. 든든한 뒷배경의 부모가 되자. 돈이나 사회적지위가 아니라 '네가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라는 강한 신뢰로. 

덧붙이는 글 | 이 칼럼은 호주의 한인매체 한호일보 hanhodaily.com에도 같이 실립니다.

김지현 Mina Kim
호주 부모교육 라이선스 프로그램 Tuning into Teens, 미국 라이선스 Circle of Security 교육 이수. 현재 NSW릴레이션쉽스오스트레일리아 www.relationshipsnsw.org.au 에서 10대 자녀 양육 세미나 진행. 
*이 칼럼의 내용은 멜번 대학 University of Melbourne 에서 개발한 Tuning into Teens의 교육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질문이나 의견은 nodvforkorean@gmail.com 트위터@nodvforkorean


태그:#10대, #10대자녀양육, #부모교육, #청소년, #호주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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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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