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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뒤 손에 기표 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찍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친 뒤 손에 기표 도장을 찍고 기념사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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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스윙보터(흔들리는 투표자, 부동층)인 2030의 지지를 누가 더 얻느냐다. 특히 여론조사를 통해 볼 때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층은 20대 여성이다. 이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였던 3월 1주차(2월 28일~3월 2일) <오마이뉴스> 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나타난 20대 여성의 여론 상황은 ▲ 제3 후보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 ▲ '지지후보 없음'과 '잘 모르겠다' 응답 비율 높음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20대 여성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16%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20대 여성의 안 후보 지지율은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들이 안철수라는 선택지가 없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상황이다. 여기에 "지지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8.5%, "잘 모르겠다"는 비율이 8.5%다. 이를 합하면 무려 33%가 아직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셈이다.

참고로 지난 2주간 세 번의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은 앞서 언급한 세 개 항목을 합한 응답자 비율이 36.3% → 49.6% → 33%였다. 반면 20대 남성은 24% → 25.4% → 26%였다.

2월 기준 18~29세(20대) 여성 인구는 361만 2480명이다. 여기에 지지 후보가 없는 33%를 대입할 경우 약 119만 명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19대 대선의 20대 전반 여성 투표율은 79.1%였고 20대 후반 여성 투표율은 79.0%였다는 것을 감안해, 119만 명 중 79%가 투표한다고 가정한다면 약 94만 표의 향방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셈이다.

민주화 이후 양강 구도에서 치러진 세 번의 선거는 여지없이 박빙이었다. 15대 대선(김대중 대 이회창) 39만 표, 16대 대선 47만 표(노무현 대 이회창), 18대 대선 108만 표(박근혜 대 문재인) 차이로 대통령이 결정됐다. 94만 표가 당선과 낙선을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20대 여성의 흐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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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주차부터 여섯 번에 걸친 오마이뉴스-리얼미터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한 달 사이 20대 여성의 지지 성향이 유의미하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2월 1주차 조사까지는 30% 이하 박스권에 머물다가, 2주차 때 37.7%로 뛰어올랐다. 2월 2주차에는 윤 후보의 '적폐수사' 발언 관련한 문 대통령의 분노, 윤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발언 등이 있었다. 이후 3월 1주차에는 이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이 39.1%까지 올랐다.

반면 윤 후보는 계속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월 1주차에는 29.3%로 오히려 이 후보(29.1%)보다 높았다. 하지만 2주차부터 23.4% → 25.5% → 21.4% → 24.8% → 26.7%로 그 밑을 맴돌고 있다. 3월 1주차의 26.7%는 윤 후보 지지율 가운데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참고로 이재명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4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율도 30.2%(3월 1주차)로 그보다는 높다.

또한 특기할만한 점은 2월 4주차 후반기와 3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전 네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20대 여성들에게 10% 초중반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2월 4주차 후반기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안 후보의 지지율이 19.6%로 오르고 심 후보의 지지율이 7.5%로 떨어졌다. 3월 1주차에도 안 후보는 16%, 심 후보는 6.7%였다. 

2월 4주차 후반기 여론조사는 2월 24일~27일에 이뤄졌다. 표면적으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갈등이 심화되고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였던 때다. 안 후보가 선거 완주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몇가지 시나리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며 관계자의 셀카 촬영에 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며 관계자의 셀카 촬영에 응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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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적으로 '안철수+부동층 20대 여성' 94만표가 어디로 향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안 후보와 윤 후보가 단일화했다고 해서 안 후보 지지층이 모두 윤 후보에게 간다고 보긴 어렵다.

20대 여성은 다른 성별/연령대와 달리 오히려 '완주'가 예상되자 안 후보 지지율이 올라갔다. 거대양당 후보를 벗어난 '정치적 대안'으로서 안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애초부터 윤 후보는 20대 남성의 표심에 기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놓았다. 20대 여성이 윤 후보가 안 후보 사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기 쉽지 않아 보이는 배경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2021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나라 바꾸는 여성'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성평등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 "성평등 대한민국" 외친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2021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열린 "나라 바꾸는 여성"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성평등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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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투표를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선거에서 동세대 남성보다 투표율이 더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정치적 효능감을 추구하는 이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할 것인가에는 의문 부호가 찍힌다. 20대 여성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무려 15.1%가 군소정당에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느 계층보다 뚜렷한 자기 생각이 있는 것이다.

20대 여성이 거대 양당 후보에 얽매이지 않고 진보정당 후보 혹은 제3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이번 선거에도 나타날 경우, 심 후보에게 표가 갈 수도 있다. 3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6.7%지만, 심 후보의 지지율 가운데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열린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에서 여성 유권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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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로 이재명 후보로의 결집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후보가 최근 20대 여성 지지율이 상승세인데다가, "여성안심 대통령"이 되겠다며 여성 부동층 공략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평등 의제에 무관심하고, 소위 '젠더 갈라치기' 정치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에 대해 20대 여성이 '응징 투표'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가기냐, 포기냐, 진보정당이냐, 응징이냐. 결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언급된 조사의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태그:#20대 여성, #여론조사,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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