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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며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며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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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절박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 앞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이재명 후보는 10일 오전 3시 47분 기준 개표율 97.27% 상황에서 득표율 47.82%를 기록,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약 24만5000여 표, 0.8%P차로 석패했다. 

[패인①] 굳건했던 정권교체론... "구도를 넘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가 막판 역전극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구도'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실망감과 분노가 밑바닥에 깔린 선거였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정례조사를 살펴보면, 2021년 9월 4주차부터 2022년 3월 1주차 조사까지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줄곧 '잘못한다'가 50%를 웃돌았다. '잘한다'가 40%선이었지만 다수는 분명 냉랭했던 셈이다. 

'정권유지냐, 정권교체냐'를 물은 한국갤럽 조사에선 2020년 9월 이후 계속 정권교체론 우위가 유지됐다.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공동 주관하는 전국지표조사(NBS)의 경우 3월 1주차 마지막 조사 때 정권교체론(45%)과 정권유지론(42%)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2.2%P)까지 좁혀지긴 했지만, 큰 흐름은 역시 정권교체론 강세였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가 너무 높은 구도였다"며 "구도가 나쁘니까 후보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 영향이 80%였다고 본다"고 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정권교체에 대한 요구가 너무 컸다"며 "이재명 후보가 그 구도를 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패인②] 세대에서도, 세력에서도 고립돼버린 민주당과 이재명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우상호 총괄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 시각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 상황이다.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우상호 총괄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 시각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역전을 허용한 상황이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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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세대구도에서도 포위당했다. 2030은 탄핵 전후로 민주당을 강력히 지지했지만 점점 등을 돌렸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애썼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막판에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민주당 여성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을 앞세우며 2030 여성들의 표심을 얻었지만 '반문재인, 반페미니즘' 정서로 똘똘 뭉쳐 윤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한 2030 남성들을 돌려세우지 못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전통적 지지층인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결합, 이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4050을 포위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해온 '세대포위론'이다.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촛불연합 등 승리했던 대선마다 '연합의 정치'에 성공했던 민주당이 이번엔 사실상 고립된 채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독립군'으로 선거를 이긴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민주당이 연합에 실패했다"며 "이재명 후보는 혼자였는데 윤석열 후보는 각각의 지지기반을 가진 이준석 대표나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가세해 '연합군' 형태를 이뤘다. 민주당으로선 그만큼 무기가 적었다"고 분석했다.

[패인③] 한 발 늦고, 한 방 없던 이슈들... "의제 설정에 실패"

국민의힘 내분이 한창이던 연말연초, 이재명 후보에게 기회가 왔지만 그는 치고 나가지 못했다. '경제 대통령'을 앞세웠지만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각인될 만한 메시지가 없었고, 페미니즘 등 인권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와 '씨리얼' 출연 문제로 논란이 일었을 때에는 비슷한 시기에 '여성가족부 폐지'와 '달파멸콩' 등 단문 메시지를 내놨던 윤석열 후보에게 이슈 주도권을 빼앗겼다. 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에 주력했지만 대형 의제는 선점하지 못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정권교체론을 압도하거나 사람들이 정권교체론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의제 설정에 결국 실패했다"고 봤다. 그는 "가령 정치교체론은 정권교체론에 대항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도 좋은, 그리고 파괴력 있는 의제지만 선거 열흘 전쯤 내놓으면 '선거용 쇼'란 역공을 쉽게 당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형편이 좋고, 국민의힘은 아주 힘들었던 올 1월초 같은 시기에 잘 준비해서 내놨으면 흐름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패인④] 대장동, 가족 논란... 끝내 발목 잡힌 '흠 많은 후보'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으로 공사중인 현장들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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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이재명 후보 본인 스스로가 '리스크'로 작용, '비호감' 이미지로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도 힘들었다. 그는 지난해 7월 1일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을 한 날부터 과거 형수에게 욕설했던 일을 사과하고 경선에 돌입했다. 토론 때 "바지라도 벗을까요"란 말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1월 중순 다시 한 번 형수 욕설 파일이 회자되면서 곤혹스러워졌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사안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이다. 2021년 8월 말 첫 보도 후 논란이 점점 커지자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사퇴 직전 국정감사에 출석해 방어전을 치렀다. 하지만 '그분' 의혹, '정영학 녹취록' 등이 잇따르면서 대장동 의혹은 쭉 생명력을 유지했다. 사전투표 직후인 3월 7일 '윤석열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사업 관련자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뉴스타파> 보도로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태그:#이재명, #민주당,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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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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