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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이 만난 여덟 번째 화성시 청년 농업인은 정의정(29세, 비봉면) 농부다. 정의정 보라마켓(비봉농원) 대표는 대학에서 중국어와 유통물류를 공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로니아와 블루베리를 경작하며 온·오프라인으로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 부모님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정 대표의 남다른 추진력이 돋보이는, 시너지 넘치는 보라마켓을 3일 만났다.[편집자말]
정의정 보라마켓 대표가 비봉농원 한 복판에서 머리 위로 하트를 날리고 있다.
 정의정 보라마켓 대표가 비봉농원 한 복판에서 머리 위로 하트를 날리고 있다.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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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농부는 어린 시절부터 먹거리에 진심인 편이었다. 그는 꾸준히 베이킹을 하며 지인에게 맛을 보여주고 반응을 기다리는 요리사였다.

정 대표가 사용하는 오븐은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요리 연구를 돕는 충실한 친구다. 그는 군포시에 살면서 꾸준히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며 농사와 친숙해졌다.

그러다 고등학교 시절(2010년) 도시와 농촌이 어울려진 이곳 비봉면으로 이사를 오며 꿈을 더욱 견고히 했다. 보라마켓은 정의정 대표와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 교직원이신 어머니가 함께 가족경영 체제로 운영한다.

"화성시 청년 농업인 대부분 승계 농업인인데 저희는 좀 독특한 편이에요. 저와 부모님은 보라마켓을 위해 매일 저녁 회의를 해요. 아버지는 아이디어 뱅크예요. 끊임없이 풍부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대방출하시죠.

저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며 디자인부터 유통 판매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어머니는 회계를 담당하세요. 우리 가족은 매일 밤새는 줄 모르고 아이디어 회의를 해요. 가족 채팅방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나누지 못한 회의가 계속되죠."


보라마켓 바로 앞에는 '비봉손칼국수'라는 맛집이 있다. 맛집을 찾아온 고객을 상대로 판로 없는 농가의 포도를 팔아봤는데 재밌었다고 한다. 정 대표의 부모님은 2016년 본격적으로 귀농·귀촌을 준비하셨고, 모임을 통해 아로니아를 알게 됐다. 농업에 아무것도 모르던 정 대표는 201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병점 농업기술원, 봉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농업교육을 배우기 시작했다. 

"농사를 전혀 모르던 단계여서 정말 닥치는 대로 배웠어요.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에도 가입하고 여러 도움을 받았죠. 선구자 같은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4-H연합회도 가입해서 일반회원으로 활동했어요. 지금은 제가 워낙 적극적으로 활동하니까 임원진을 맡게 됐어요."
 
정의정 대표가 직접 구운 마들렌,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정의정 대표가 직접 구운 마들렌,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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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화성시 4-H연합회 홍보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찍부터 아로니아 생과 시장은 과감히 포기했다. 아로니아는 대표적 건강식품이지만 맛이 좋은 과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는 재빨리 가공 및 판매 사업에 주력했다. 

"아로니아에는 안토시아닌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해요. 아로니아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관리가 쉬워 농사짓기 수월해요. 그러나 전국적 과부하로 폐목 사업으로 지정됐어요. 보라마켓은 '아로니아 가격은 떨어져도 값어치는 안 떨어진다'라고 판단, 가공에 주력하고 있어요.

우선 냉동과를 로컬푸드에 납품하고 분말, 즙을 만들어요. 또 온라인으로는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마들렌, 쿠키, 수제 청, 잼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전국에 있는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원들이 정성껏 농사지은 유자, 뽕잎, 미숫가루를 사용해요. 블루베리는 직거래 판매하는데, 항상 완판 돼요." 


보라마켓은 블루베리 600평, 아로니아 700평을 재배한다. 정 대표는 '아로니아 러브유(보라마켓 주력 가공품)'를 가공생산하고 있다. 영양이 풍부하지만 쉽게 먹을 수 없는 아로니아에 레몬, 포도, 사과 배 등 먹기 좋은 맛을 입혔다. 

"'아로니아 러브유' 레시피 개발하는 것만 꼬박 한 달 반이 걸렸어요. 파우치 디자인도 직접 했죠. 제가 워낙 손으로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라서 꾸준히 연구한 결과예요. 농업이라는 직업이 그래요. 스스로 재배부터 가공, 유통, 판매까지 이뤄내는 특별한 직업이라서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이해져요."
 
정의정 대표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아로니아를 먹기 쉽도록 가공했다. 사진은 보라마켓의 '아로니아러브유'
 정의정 대표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아로니아를 먹기 쉽도록 가공했다. 사진은 보라마켓의 '아로니아러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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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더욱더 활발하게 사업을 꾸려나가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린아이부터 노년까지 두루 살피는 그의 푸근한 매력이 돋보인다. 

"보라마켓의 가공품에 인문학을 접목하고 싶어요. 7월에 열리는 보라마켓에서는 더욱 다양한 경험을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비봉면은 인근 도시인 안산, 군포, 수원과 인접해 있어요. 앞으로는 반려식물, 농산물 디저트 카페를 세워 시민들이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을 제공하려고 해요. 블루베리 수확체험이나 원데이클래스, 문화 전시회를 위해 한창 준비하고 있어요. 계획대로라면 7월 오픈(open)해요."

정 대표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덕에 보라마켓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농업 활동을 하다 보니 대기업에 자문위원으로 초대되기도 해요. 식품산업에 청년 농업인으로서 기획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도 퍽 즐거운 경험이더라고요. 더 나아가 저희 보라마켓이 화성시 농촌 플랫폼 형성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동부에 주로 분포돼있는 로컬푸드, 플리마켓이 아쉽더라고요. 서부(특히 남양읍) 지역에도 혜택이 골고루 분산되면 좋겠어요."

정의정 보라마켓 대표의 롤 모델은 아버지다. 아버지는 부지런하고 아직도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며 특유의 응용력과 통합적 사고력까지 겸비했다. 정 대표는 아버지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말한다.

"올해 60세이신 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하세요. 오래전부터 중국 오지마을에 가셔서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오세요. 여행을 통해 영감을 받으시는 문화예술인이자 요즘 말로 '핵인싸'죠. 지금도 1일1포스팅 하시며 SNS활동을 꾸준히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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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프라이드가 강하다. 자신이 개발한 제품에 대한 애착이 넘친다. 사실 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로니아를 설명하는 순간만큼,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 적이 있었을까.

"직거래장터를 통해 힘을 얻어요. 찾아와 주시고 제품을 알아봐 주시는 소비자를 보면 모든 힘든 일이 눈 녹듯 사라지죠. 반면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냐며 못 미더워하시는 고객을 보면 힘이 빠져버려요. 젊은 농부들이 정성껏 만든 상품이에요. 유행품종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연구하며 열심히 공들인 상품이죠. 저희가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아쉬워요."

정 대표는 청년지원센터 지원으로 지난 2020년 11월 '청년 들들장'에 참여했다. 

"화성시에서 처음으로 지역 청년농부와 예술가, 시민이 함께하는 플리마켓을 진행했어요. 처음 개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공간과 특색을 살린 다양한 콘셉트의 마켓이 화성시 곳곳에서 개최되길 희망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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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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