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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이 2020년 4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현정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팀장(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검사)이 2020년 4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 구속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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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를 할 때 굉장히 걱정이 돼요. 저도 직접 압수를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잠이 안 와요. 압수하러 가면, 당연히 (피의자는) 휴대폰에는 (성착취물을) 삭제했겠죠. 근데 이 사람이 혹시라도 앙심을 품고 어딘가에 파일을 숨겨두었다가 퍼뜨리면 어떡하나 걱정돼서 잠이 안오는 거예요."

"클라우드나 이메일 같은 데 저장되는 것에 비해선 수사기관이 (불법촬영물을) 확보하기가 용이하지가 않아요. 혹시라도 감방에 들어갔다가 저장해 둔 걸 몇년 뒤에 퍼뜨리면 어떡해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법원에선 개인의 사생활도 좋지만 이런 유형의 사건에선 전방위적으로 영장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잘라내기식 압수수색이라고 해서요, 파일을 삭제하고 별도의 CD같은 곳에 (사본을) 저장해 증거를 내고. (원본은) 남기지 않는 것이거든요. 설령 감옥에 간다해도 평생 있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나와서라도 퍼뜨릴 수 있고요. 혹은 운이 정말 안 좋다면 해킹을 당해서라도 퍼질 수가 있고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 발간한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방안 실태조사' 보고서에 참여한 성범죄 수사 담당 검사들이 심층면접 조사에서 토로한 걱정들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휴대전화만 압수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파일 형태의 범죄물이 다른 저장매체에 남아있다면, 범죄 가능성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위원장 변영주)가 17일 7차 권고안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잘라내기' 식 압수수색을 법으로 명시하도록 제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방법은 압수수색 당시 증거 확보를 위해 원본파일을 복제한 뒤, 저장매체 자체에서 원본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N번방 사건 이후 검찰이 고안해낸 기법이다. 

전문위는 이 방법을 성폭력처벌법에 "검사는 법원이 발부하는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피해 영상물의 사본을 취득하고, 피해 영상물의 삭제를 명함으로써 피해 영상물을 압수한다"는 규정으로 신설해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전문위는 "현재 실무에서는 잘라내기식으로 압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바, 이를 성폭력처벌법에 명시하고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압수‧수색 영장의 표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장 나오는 사이 유포되면? "보전 명령제도 명문화 필요"
 
지난 2020년 11월 26일 오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은 가운데,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전국 법원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020년 11월 26일 오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 받은 가운데,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회원들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전국 법원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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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는 범죄자의 압수물만 관리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여러 정보저장매체를 타고 전국, 해외로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위는 범죄자뿐 아니라 성착취물을 공유, 점유할 가능성이 있는 웹하드, 클라우드 등 제3의 '유포 공간'에 대해서도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서버로 퍼지는 범죄물의 특성상, 해외 수사를 위한 공조 체계도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주요 내용은 ▲플랫폼 운영자 대상 압수대상 보전 명령 제도 명문화 ▲피해 해결 중심 수사 관할 규정 신설 ▲해외 서버 유포 근절 위한 유럽평의회 사이버범죄 협약 가입 등이다.

특히, 범행 발각 후 영장 발부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범죄물이 유포, 또는 범행 흔적이 사라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 영상물에 대한 접근 차단과 '증거 보전'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전문위는 "관리자인 전기 통신 사업자에게 피해 영상물이 소유자에 의해 삭제되지 않도록 피해 영상물을 보전하도록 하는 동시에, 추가 유포되지 않도록 피해 영상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도록 명령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이 같은 보전명령제도를 법으로 두고 있다. 전문위가 가입을 권고한 유럽평의회 사이버범죄 협약의 경우, '긴급 보전 명령제도'를 통해 "특정 컴퓨터 데이터가 특히 손실되거나 변경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가입국은 신속한 보전을 자국의 권한 있는 기관이 명령하거나 획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입법적 조치와 그 밖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위는 "보전명령을 통해 증거물인 피해 영상물을 보전하는 동시에, 몰수 대상에 대한 피의자 등의 접근을 차단해 증거 확보 및 재유포 방지로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1차 권고안 : 성범죄피해자 '두 번 고통'에 "원스톱 창구·독립기구 마련" http://omn.kr/1vg9w
2차 권고안 : 온라인도 '응급상황' 있다 "법 바꿔 디지털성범죄 초기 차단해야" http://omn.kr/1vn3t
3차 권고안 : 몰카 아니라 불법촬영... "법무부,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http://omn.kr/1w3zk
4차 권고안 : 껍데기만 '엄정'... 성착취물 소지 402건 중 실형 '0건'
http://omn.kr/1wr66
5차 권고안 : 온라인 성착취... 늘어나는 '비접촉' 성범죄, 처벌은? http://omn.kr/1x3x9
6차 권고안 : 피해자에 "성경험 있냐" 묻는 판사, '있는 법으로 충분' 하다는 국회
http://omn.kr/1xl2s

태그:#N번방, #성착취물, #조주빈, #디지털성범죄, #불법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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