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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동에 위치한 카페 옴니버스
 진관동에 위치한 카페 옴니버스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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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계기로 인연이 된 경험이 있습니다. 2017년 가을, 은평구 평생학습관 '숨은고수교실'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동화, 노래'로 영어교육 봉사에 참여했었죠. 그 후 평생학습관 소식을 들어왔습니다.

2년여가 흐른 2019년, 주민 스스로 학습·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우리동네배움터' 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그중 꿀 피부 계절 화장법, 엄마가 읽는 영어원서, 뜨개 수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한 '카페 옴니버스 (진관동 소재)'에 관심 갖게 됐죠.
  
특히 '지구마을 여행자' 수업은 당시 남미 볼리비아 근무 종료를 앞두던 제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귀국 일정과 안 맞아 참여하진 못했죠. 

이후 저는 '시 마을 한달살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해 아쉬움을 달랬었습니다. 덕분에 손이 잘 안 가는 '시'도 읽고, 연탄길 저자 이철환 작가 얘기도 직접 들을 수 있었죠. 이쯤 되니 이런 다양한 문화 활동을 뒤에서 기획하는 신재용 대표란 인물에 대해 알고 싶어졌습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기 계발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 중인 카페 옴니버스 신재용 대표에 대해 3년간 묵혔던 궁금증을 이제 풀어봅니다.

성우 학원 원장님의 추천, 일상에 찾아온 변화 
 
카페 옴니버스 신재용 대표와 김주영 시민기자
 카페 옴니버스 신재용 대표와 김주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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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오랜만에 안부 메시지 교환 후, 2년여 만에 직접 뵌다. 최근 북 콘서트는 잘 마무리됐나? 
"김주영 기자가 그간 머물던 동유럽 코카서스 조지아는 코로나 때 어땠는지 궁금하더라. 최근 북 콘서트는 코로나 방역으로 따로 홍보는 안 했다. 최소 인원으로 아늑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 코로나 사태로 카페 옴니버스와 같은 주민친화 동네 문화 예술 공간이 위축된 것 같아 슬프다.
"코로나 2년은 여러모로 힘들었다. 방역 지침상 어쩔 수 없지만, 공연·모임 제약이 심해졌고 공간 활용을 예전처럼 못하다 보니 카페 운영 자체도 힘들고 수입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코로나 전에도 틈틈이 부업을 했었는데 지금은 영어교육 등이 더 메인이 된 것 같다."

- 옴니버스 카페(극장) 설립 전까지 영어를 가르쳤었나?
"맞다. 대학에서 영어교육 전공했고 카페 오픈 전(2017년)까지 2005년부터 10년 이상 교직에 있었다. 주로 일산 소재 중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했다. 현재는 영어교육 전문경력이 있는 만큼 카페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께 영어도 종종 가르친다.

이런 우연히. 본인도 언어교육(일본어) 전공자로 올해 신도중학교에서 시간강사 맡아 때마침 오리엔테이션 받고 오는 길이다. 당연히 대표님은 예체능 전공자라 생각했다.

그런 오해 종종 받는다. (웃음) 한창 교직 생활하던 2007년에 직장인 극단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말하는 걸 좋아하고 목소리도 나름 괜찮게 들렸는지 주변에서 '성우 공부해 보라'라는 권유를 들었다. 그래서 퇴근 후 성우학원에 다녔는데 그때 학원장이 극단을 추천하면서 일상에 변화가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직에 남는 게 맞는가 싶었다"
 
카페 옴니버스 내부
 카페 옴니버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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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생활이라니! 전개가 상당히 극적이다.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면 기운이 나는 기질 때문이지 않나 싶다. 초등학교 연극반 시절 <맹진사댁 경사>의 하인 '삼돌이'역을 맡았는데, 교장이 고학년생들 사이에서 나의 '때 쓰고 울고불고하는' 연기가 돋보였다고 칭찬해 주셨다.

난생처음 우쭐했었다. 영어교육 전공 계기도 비슷하다. 고등학교 수능 한 달 전쯤 영어지문 읽다 내용이 웃겨 나도 모르게 웃었는데 무섭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선생이 호출한 거다.

'나와'라는 말에 잔뜩 움츠렸었는데 자초지종을 듣고 지문 보시더니 영어 읽을 줄 아는 학생이라고 되레 인정받았다. 본인은 동성고 출신인데 (연극의 메카 혜화동 소재) 3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 따라 극단 대중 뮤지컬 <넌센스>를 보고 연극영화과를 고려하던 때였다. 그 작고 사소한 칭찬이 나를 영어 전공으로 이끈 거다."

- 청소년기 칭찬은 정말 고래도 춤추게 하더라. 교직을 뒤로하고 카페(극장)로 전업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한다. 부당하게 하늘나라로 떠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당시 순직한 교사들도 있었는데... (멈칫) 순직 교사 처우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상 차이 논란이 있었다. 그 불똥이 학교 전반에 퍼졌고 비정규직 교사들이 눈치받는 기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학생을 사랑하고 학생을 위하는 마음은 정규직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지 않나? 난 기간제였지만 의식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늘 떳떳했다. 그런데 국가 행정상 이런 차별 분위기가 조장되는 것을 목도하며 과연 내가 교직에 남는 게 맞는가 싶었다.

아니, 그런 차별을 두고 고민하는 나 자신과 그런 상황이 싫었다. 정확히 지금 김주영 기자 나이(39살) 때다. 결국 2016년 교직을 떠나 극단 생활 중 만난 아내와 함께 구상해오던 문화살롱 카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은평구는 성인이 된 내게 미지의 땅"
 
카페 옴니버스 신재용 대표
 카페 옴니버스 신재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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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지 선정 고려가 중요하던데 은평구 진관동 뉴타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를 고려했다. 첫째,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 즉, 직장과 사는 곳은 가까울수록 좋은 것 같더라. 안 그러면 경험상 그 지역에 정붙이기 쉽지 않더라. 애기가 어렸던 것도 컸다. 둘째로 문화생활 가능 여력이다. 사실 문화는 경제적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생활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지역이 아니고서는 문화생활 프로그램 운영이 여러모로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5년부터 입주해 살던 은평뉴타운 근처 위주로 물색해 2017년에 오픈했다."

- 2015년 뉴타운 입주라면 은평구 토박이는 아닌 것 같다.
"인생 절반을 강북구 수유리에서 보냈다. 대학 졸업 전엔 온전한 성인이라 볼 수 없지 않나? 은평구는 독립 후 처음으로 발 디딘 곳으로, 갓 성인이 된 내게 미지의 땅이었다. 은평구 출신 친구가 집값 저렴해 첫 사회생활 시작하기 좋다고 하여 응암동에 거처를 마련했었다.

벌써 17년 전 이야기다. 뉴타운은 특히 내게 각별하다. 아파트 공고에 '단지 내 작은 도서관' 봉사자를 구인해서 가봤더니 공간이 텅 비어있었다. 봉사자들이 채워야 할 공간이었다. 이웃들에게 떠밀려 초대 관장을 맡았었다. (웃음) 이 과정에서 이웃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 카페 옴니버스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연극 무대 공간으로 유명하다. 어떤 곳으로 채워가고 싶은가?
"사람들 손때로 채우고 싶은 공간이다. 한국의 연극 주 소비층은 20~30대 여성인데 결혼 후 육아 등으로 다 끊기다가 50대에 다시 돌아오는 비순환적 특징을 보인다. 게다가 연극 인프라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다. 옴니버스 카페 같은 문화공간이 대학로 같은 데가 아닌 은평구 진관동, 우리 동네에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한편 동네 공연이니 교내 학예회 수준이겠거니 생각하는 분도 계실 수 있다. 심지어 연극 중간에 카메라 꺼내 촬영하는 손님도 있다. 그만큼 우리 마을에는 연극 자체 처음 접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거다. 우리 존재가 주민 공연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길 바란다." 

카페 옴니버스, 사람들 손때로 채우고 싶은 공간

- 무료 공연을 하는 이유는?
"내 판단에는 유료 공연으로 돌리기엔 시기상조인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연극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고정 팬층도 꽤 두텁다. 잊지 못할 선물도 있었다. 공연 잘 봤다고 들기름을 주신분도 계실 정도다. 물론 지역 예술 문화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언젠가는 유료 공연화 해야 한다. 그래서 80~100석 규모의 마을 예술 극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페 옴니버스에서 책 팔아 남는 수익 10%는 적립 중이다."

- 마을 예술 극장이라니 상상만 해도 멋지다. 향후 계획을 알려 달라.
"은평구 내 700여 석의 은평문화예술회관은 그 규모대로 쓰임이 있다. 한편 여기 진관동을 비롯해, 갈현, 수색 등지에도 여전히 작은 예술문화 공간(극장)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한 예로, 작년부터 운영 중인 은평복합문화공간 마실 (응암동 소재)이 좋은 예다. 그래서 서울문화재단 지역문화사업팀과 함께 지역극장 활성화 협의체에서 지역극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지원을 요청할지 논의 중이다.

특히 카페 옴니버스가 구상 중인 100석 규모의 마을예술극장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은평뉴타운 지역은 지하설비가 들어설 수 없어 연신내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웃 주민들의 많은 의견 기다린다."


* 참고자료
[은평우리동네배움터] 지구별 여행자 : https://blog.naver.com/eplearning/221567070243

카페 옴니버스 : 지역극장 아카이빙(은평구) http://naver.me/x3OSWOKf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은평구, #카페옴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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