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기도 화성시의 오이책방(동탄 그물코 내)은 책 냄새 가득한,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서점이다. 책을 판다기 보다 좋아하는 책을 알리고 전시하는 공간에 더 충실하다. 책방의 책들은 모두 정면을 보고 막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표정으로 서 있다. 겉표지를 들추면 작가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내내 그 속이 궁금하도록 만드는 방. 화성시민신문은 김진경 오이책방지기를 11일 만나 동탄 시민의 사랑방, 오이책방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김진경 오이책방지기
 김진경 오이책방지기
ⓒ 화성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오이책방은 그물코 카페(동탄중심상가 2길 8) 한켠에 지난해 6월 23일 오픈했다. 동탄 그물코 카페(2015년 7월)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시민 공유공간이다. 그물코협동조합 조합원의 출자금을 모아 소자본으로 시작된 그물코 카페는 그곳을 어물전 고양이처럼 야금야금 즐겁게 들락거리던 시민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또 하나의 문화공간을 이룩하도록 부추겼다. 조합원의 배우자까지 강제고용(?)되어 나무에 홈을 파고 사포질까지. 선반을 직접 제작하며 가족이 총동원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저질렀다. 

"한쪽 다리를 치켜세우고 구부정한 자세로 책에 빠져있는 오이(오이책방 캐릭터)는 제 둘째 딸이 그렸고, 캘리그라피는 큰딸의 작품이에요. 평소 인문학 강의, 영화상영, 동아리 모임을 하던 곳에 책방을 만드는 일이라 모두 행복했어요."
 
"52만 5600분의 시간을 행복하게 해줄 52권의 책을 소개하는 오이책방"
 "52만 5600분의 시간을 행복하게 해줄 52권의 책을 소개하는 오이책방"
ⓒ 화성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책방 이름이 채소라 언뜻 중고장터로 유명한 그 주황색 채소(당근)가 떠오른다. 물론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책방지기는 당근이 당신 근처를 뜻하는 것처럼 '오이'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고백한다.

"1년은 52주로 되어있고, 1년을 분으로 환산하면 525600분이잖아요. 독자들이 52주간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52권의 책을 소개하는 오이책방이 되길 조합원 모두 원했어요. 오이를 협찬받아 개소식에서 정말 오이를 나눠줬고요.(웃음)"

그래서일까. 이제 8개월이 지난 오이책방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마음을 따뜻하게 다잡는 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화성시민신문에 처음 소개된 책 칼럼 '어느 날, 우리는(안승준 지음, 홍나리 그림)' 역시 삶과 죽음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픈식에 노작 홍사용문학관 협찬으로 작가 초대 강연에 안승준, 홍나리 작가 부부를 초청했어요. 부부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출발한 이야기라 더 감동적이었죠. 남편인 안 작가가 딸아이를 임신하고 행복한 나머지 불행이 찾아올까 덜컥 겁이 난다고 부인에게 털어놨대요. 그때 홍 작가는 전에 키우던 고양이와 이별 과정을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이렇게 '어느 날, 우리는'이 탄생됐다고 해요."
 
오이책방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오이책방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 화성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오이책방은 그 외에도 작가 초대 강연으로 김누리 교수, 강원국 작가를 초청했다. 

"김누리 교수님은 코로나19 방역으로 직접 오시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강의해주셨는데요. 교수님이 추천하신 책을 사려고 봉담에서 책방에 직접 오신 분이 계셨어요. 뜨거운 인기에 놀랐죠. 교수님의 추천도서는 '공정하다는 착각', '엘리트 세습',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3권입니다."

조합원 출자금으로 만든 공간인 만큼 작가정신 투철하고 삶에 충실한 태도를 지닌 52권의 책을 선정하려고 노력했다는 책방지기. 그는 아홉여 명의 조합원이 선택한 책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선정기준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조합원 각자 취향을 담은 책을 서로 신뢰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와보셔서 알겠지만, 딱 52권의 책만 엄선되어있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 더 많고 다양하죠. 책마다 짤막한 소개 글을 적어 두어 독자들이 친근하게 책을 보고 선택하도록 도왔어요."
 
직접 만들고 그리며 
 직접 만들고 그리며 
ⓒ 화성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오이책방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사회를 좀 더 탄탄하게 하는 삶의 태도를 가꾸어가는 일이 만만한 일은 아니니까. 

"매주 그물코 카페에서 논어 읽기를 하고, 동사서독(동탄에 있는 사람이 서둘러 만든 독서 모임)은 격주로 하고 있어요. 또 수채화 모임, 그림일기 모임이 있는데 코로나 19로 잠시 중단된 상태예요. 앞으로는 엄마들이 내 삶의 주인으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수업을 통해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김진경 오이책방지기는 그림책 작가이며 인문학 기반 디자인 교육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누군가의 양육자로, 동시에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행복으로 다가가길 바라는 오이책방의 행보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오이책방, #동탄, #그물코카페, #작은책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