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프칸 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아프칸 난민문제 해결을 위한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지난 18일 울산으로 가는 길은 봄비가 내립니다. 오전에 울산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로 '봄바람과 함께 하는 울산지역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최근 울산 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프간 난민 자녀 28명이 입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반대로 아이들의 입학이 순조롭지가 않습니다. 국가폭력과 전쟁과 공포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아이들이 낯선 땅에서 겪어야 할 설움이 무엇일지 생각해봅니다. 난민도 우리의 이웃입니다. 피부색과 문화와 종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터의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아이들의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누구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한국인이 외국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외국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우리는 분노할 것입니다. 아프간 난민을 차별하는 것 역시 한국사회의 또 다른 인종주의입니다.

간담회에 모인 사람들은 난민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토론을 하였습니다. 평화바람의 딸기는 몇 년 전 제주지역에 온 예멘 난민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도 제주지역사회의 반발이 심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의 평화운동가들은 난민들에게 '희망의 학교'를 열었습니다.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고 벽이 허물어졌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생각에 머무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릅니다. 내 삶이 중요하듯 타인의 삶도 중요합니다.

공장으로 돌아가자
 
서진 사업주에 대한 검찰기소촉구 집회
 서진 사업주에 대한 검찰기소촉구 집회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꽃샘추위와 봄비가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오후에는 울산검찰청 앞, 서진 사업주에 대한 '기소촉구 검찰규탄대회'가 열렸습니다. 2020년 고용노동부는 서진 해고자에 대한 직접고용명령을 내렸지만 검찰은 기소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이 정의롭다면 불법파견 사업주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노동자는 공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진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597일째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서진 노동자들의 몸짓패 이름은 '포크레인'입니다. '포크레인'은 '지게차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얼마나 공장으로 들어가길 원하는지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평화바람은 현대중공업 정문 앞, 천막농성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해고자는 비정규직으로 8년을, 또 다른 이는 16년을 일하였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였습니다.

어느 20대 후반의 여성 노동자의 울림이 계속 귀에 남습니다. 그는 20대 초부터 여러 현장을 다녔습니다. 이전에는 현대중공업에서 군함을 제작하는 곳이었고 전기배선반에서 일했습니다. 그때도 하청업체였습니다. 3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했습니다. 용접을 배워 서진 하청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용접기술이 몸에 익혀질 즈음 해고가 되었습니다.

현대중공업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다가 끌려 내려오기도 하였습니다. 해고된 이후 지금까지 천막 농성장을 지켰습니다. 그 여성 노동자는 용접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인생직업'이라고 했습니다.

누구나 최고의 '인생직업'을 찾아 꿈을 꿉니다. 그러나 한 여성 노동자의 소박한 '인생직업'조차 그들은 빼앗았습니다. 이 사회가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에 가슴에 쓰려옵니다. 길가 농성장 건너편은 현대중공업 정문입니다. 뒤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 벽에 큰 글씨로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되는 길이다.'

1000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넘쳐나는 이 나라의 자본이 내세우는 거짓 언어가 기막힐 뿐입니다. 하청업체의 뒤에 숨은 현대 자본은 최고의 재벌이 되었습니다. 평화바람 식구들과 해고노동자들은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찾아주어 너무 고맙다고 하였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시간입니다.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기억, 애도, 연대를 위하여
 
경산 남매지 호수앞에서 열린 기억.애도.연대를 위한 고 정유엽군 2주기 추모행사 참여자.
 경산 남매지 호수앞에서 열린 기억.애도.연대를 위한 고 정유엽군 2주기 추모행사 참여자.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19일 순례길 다섯째 날 오후 경산 남매지 호수 앞에서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세상을 떠난 고 정유엽군을 위한 '기억, 애도, 연대' 2주기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추모 행사장에는 평소 유엽군이 자주 불렀다는 세월호 추모곡으로 알려진'내 영혼 바람되어'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는 '유엽이 기일 때마다 날씨가 안 좋은 것은 사회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이라고 하였습니다.

2년 전 고 정유엽군은 코로나 검사를 14번을 받으며, 집에서 2~3일 기다리라는 의료기관의 말을 믿었지만 막상 필요할 때 진료를 거부당해 세상을 떠나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이 의료공백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공공의료 한걸음'을 위해 경산에서 청와대까지 380킬로 도보행진을 하였습니다.

유엽군의 아버지는 '그동안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회적 요구를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유엽이의 경우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함께 해주어 위로를 받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희생된 가족들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아픔을 치유할 기회와 위로도 받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몫으로 견디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코로나19 희생자의 이면에는 '의료공백과 낙인과 차별, 배제와 외면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자리 잡고 있으며 공공의료 확충으로 누구나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찾자'고 하였습니다. 애도의 시간, 모든 참석자들은 영정 앞에 꽃을 바치고 탑돌이를 하며 추모의 시간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추모행사에서 만남 고 정유엽군 아버지와 문정현 신부
 추모행사에서 만남 고 정유엽군 아버지와 문정현 신부
ⓒ 한상욱

관련사진보기


태그:#서진 해고노동자, #아프칸 난민자녀, #고 정유엽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기자의 최신기사우리는 모두 '봄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