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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련, 한총련, 대학생 다함께, 민노당 학생위 등 전국대학생행동준비위원회는 지난 4월27일 오전 청와대 입구인 청운동사무소앞에서 '전국대학생 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대련, 한총련, 대학생 다함께, 민노당 학생위 등 전국대학생행동준비위원회는 지난 4월27일 오전 청와대 입구인 청운동사무소앞에서 '전국대학생 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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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이 연간 천만원을 넘어섰다. 대학 정보공시제 포털 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영남대 제2캠퍼스가 학생 1인당 1040만6천원을 받으며 올해의 '등록금 1위'를 차지했다. 비 의과대학 캠퍼스 중 등록금 1위를 차지한 명지대 자연캠퍼스, 전통의 '등록금 강호' 이화여대를 포함해 연간 등록금이 800만원에서 천만원 사이인 사립대학은 전체 182개 중 20.9%인 38곳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서울'로 불리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 38곳의 2009년 등록금 평균은 760만6천원. 도시 노동자가 연평균소득(4670만원)으로 자녀 둘을 '인서울' 대학에 보내려면 등록금 납부에만 소득의 33%를 써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쯤 되니 '소팔아 대학 보낸다'고 해서 생긴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올해 산지 소값의 평균 경매 입찰가격은 198만7000원. 소 다섯 마리는 팔아야 한 해 대학생 등록금이 나온다. 

대학생들이 체감하는 등록금은 어떤 수준일까.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대표 이광석)가 지난 3월 대학 재학 중인 학생 733명과 휴학생 246명, 총 9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응답한 대학생은 전체의 73.0%.

1년 등록금 내려면 소 다섯 마리 팔아야

실제로 휴학 중인 학생 중 63.4%는 등록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휴학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재의 등록금이 비싸다'(89.4%), '등록금 마련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77.9%),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일자리가 없다'(71.4%) 등의 대답에서는 절망감마저 감도는 게 현실이다.

'등록금을 대출받아 마련한다'고 답한 대학생은 전체 학생 중 41.7%였다. 전체 대학생 중 절반가량이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빚쟁이 생활을 시작하는 셈이다. 취직이 어렵다보니 졸업과 함께 신용불량자 신세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지난 2005년 3780건이던 학자금 대출 연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3년만인 2008년에는 5만456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100여 명은 청와대 인근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반값 등록금 시행'을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의미로 집단 삭발식을 진행, 49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반값 등록금'은 말 그대로 국가가 등록금의 절반을 부담해준다는 것이다. 교육을 받는 대학생은 반만 내라는 얘기다. 이는 정권 교체 전까지 한나라당이 고수해온 거의 유일한 등록금 정책이다. 지난 2007년 10월 10일, 한나라당은 이명박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며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위원장 이명박 후보)와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위원장 임해규 의원)를 함께 설치했다.

또 '빈곤의 대물림 끊는 교육복지프로젝트'라는 명목 아래 저소득층 가정의 대학생 장학금 지급 및 소득연계형 학자금 융자제도 실시로 현재의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연히 이 공약은 대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나라당 '반값 등록금' 공약에 열광하던 게 엊그제인데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서울시가 나서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전국등록금네트워크와 서울지역대학생연합,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4일 오전 서울 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등록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서울시가 나서 학자금 대출이자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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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선 이후 한나라당과 정부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공약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9월 9일 지상파 방송으로 전국에 송출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그런 공약을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20여 개 대학으로 구성된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은 허위 대선 공약을 냈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멀쩡히 약속했던 공약을 부인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반값 등록금' 공약을 추궁 당할 때마다 한나라당이 내놓는 해명은 궁색하면서도 전혀 통일성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대선공약집 어디를 봐도 반값 등록금이란 말은 없다." -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딱 절반으로 등록금을 줄인다는 게 아니라 사교육비를 포함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 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 -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

"반값 등록금을 약속했지만 언제 이행할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 이한구 한나라당 전 정책위의장

"그것은 액수의 반값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을 반으로 줄여 주겠다는 것이었다." - 이주호 교과부 차관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연간 약 5조원가량. 적은 예산이 아니지만 정부의 감세 계획을 살펴보면 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향후 4년에 걸쳐 사실상 부유층을 대상으로 매년 평균 20조원씩을 감세해 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등록금 후불제와 상한제, 차등부과제 내놓은 야당

사정이 이러니 '정부와 여당은 대학 등록금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비교적 고학번이라 2009년 1학기에 370만원을 내고 등록했다"는 임지호(가명·26)씨는 "주변에 보면 등록금 때문에 학교 못 다니는 친구들도 많고 사회적으로 얘기도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막상 정부 대책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4월말 발의된 28조4천억원의 '슈퍼' 추경예산 중 대학 등록금 지원예산은 고작 2072억원. 이는 원래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놓은 예산안으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너무 적다'며 8230억원으로 증액해 예결위에 제출했지만 예결위와 본회 등을 거치면서 오히려 처음 교과부가 요구했던 수준으로 되돌려졌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에 비해 야당들이 내놓고 있는 등록금 정책은 한결 나은 수준이다. 민주당의 등록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 안 의원 외 민주당 의원 18명은 지난해 11월 27일 등록금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

발의된 법안은 졸업 후 연소득이 일정 정도를 넘는 해의 다음해부터 20년에 걸쳐 등록금을 갚는 '등록금 후불제'와 대학의 등록금 상한액을 일정한 기준에 맞춰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매년 정하도록 하는 '등록금 상한제', 학생의 가구소득을 고려해서 등록금을 차등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록금 차등부과제'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야당들이 내놓은 등록금 정책들, 국회 넘을 수 있을까

2009년 5월 13일자 우리나라 원내 정당의 등록금 정책
 2009년 5월 13일자 우리나라 원내 정당의 등록금 정책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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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역시 권영길 의원(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13명의 의원들이 지난해 12월 15일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상한제 ▲등록금 차등부과제 ▲재단 적립금 규모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두 당에서 내놓은 법안은 사실 거의 비슷한 내용이지만 '등록금 상한제'의 상한선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난다. 통합 민주당이 제시한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한 해 등록금 상한선은(2008년 기준) 약 597만원선, 그러나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계산한 등록금 상한은 1년에 약 300만원선이다.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밖에 자유선진당은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인상 물가연동제, 창조한국당은 ▲장기 무이자 대출제(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인상 제한제를, 진보신당은 ▲사학 재단 적립금 상한제 ▲등록금 후불제 ▲소득 맞춤형 등록금 ▲기업 법인세에 부가세인 교육지원세 부과 등의 정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이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지출과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은 4월 28일부터 매일 오전 11시에서 낮 12시 사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라는 것.

등록금넷은 "고액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며 "삭발, 단식, 3보 1배 등 대학생들의 끊이지 않는 실천을 보며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었다"고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원래 5월 22일까지 계획됐던 1인 시위는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지난 4월10일 오전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선포식이 마친 뒤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던 도중 경찰이 '차도에서 내려와서 불법 시위를 한다'며 3차례 경고방송 직후 곧장 연행작전에 돌입해서 남녀 대학생 49명을 강제연행했다.
 지난 4월10일 오전 청와대 입구 청운동사무소앞에서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선포식이 마친 뒤 20명의 대학생 대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하던 도중 경찰이 '차도에서 내려와서 불법 시위를 한다'며 3차례 경고방송 직후 곧장 연행작전에 돌입해서 남녀 대학생 49명을 강제연행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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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후불제'가 도대체 뭐야?
'등록금 후불제'는 말 그대로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는 등록금을 일체 납부하지 않고, 졸업 후에 장기간에 걸쳐 교육비를 상환하는 제도를 말한다. 재학 중에는 국가가 일단 등록금을 부담하므로 등록금 걱정 없이 교육을 마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원내 정당이 당론으로 '등록금 후불제'를 채택하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로 졸업한 학생은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 정해진 기간 동안 세금을 납부하게 되며, 대학은 매년 등록한 학생의 수만큼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게 되므로 부담이 전혀 없다. 또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셈이다.

정부의 기존 공약인 '반값 등록금'보다 소요 재정도 적다. 교수노조의 김한성 교수(연세대 법학)는 "(교수노조의 시뮬레이션 결과) 정부가 11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 세수증가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갚아도 실제 부담은 매년 3조원 남짓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사회적 약자의 사회 진출을 돕고, 교육을 통한 양극화 현상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즈 등에서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 중이며 네덜란드, 캐나다 등의 교육선진국들도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가가 등록금을 대신 지불해주기 때문에 국가는 각 대학의 예산과 학생 수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등록금을 책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학별로 예산과 결산을 정부에 제출하고 승인과 감사를 받게 되므로, 현재의 불투명한 대학재정이 투명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 대학생의 낮은 취업률(2008년 71%)과 졸업생들의 투명한 세수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최근 잡셰어링으로 대폭 깎인 대졸초임 등이 더 고려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태그:#등록금, #등록금넷, #등록금 후불제, #반값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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